[로봇세상이 다가온다] 21세기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

08/17(화) 19:52

서기 2014년 8월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오전 6시55분 중견 벤처기업 컨설턴트인 A씨는 애완견 로봇(robot) ‘왕눈이’의 앙탈(?)에 못이겨 눈을 부시시 비비며 일어났다. 늘 버릇대로 A씨는 로봇 ‘부엌데기’에게 블랙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한 뒤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왕눈이가 재빨리 조간신문을 물고와 A씨에게 건내줬고 A씨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꼬리를 흔들며 즐거운 듯 짓어댔다. 지난주 축구를 하다 왼발목을 다친 A씨는 이날은 조깅 대신 병원에서 2주간 임대한 재활 로봇 ‘닥터K’의 지시에 따라 10분간 간단한 재활 운동을 한뒤 샤워를 마치고 식탁에 앉았다. 준비된 커피와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A씨는 ‘부엌데기’가 줄줄이 외쳐대는 하루 스케줄을 점검한다. 오늘 일과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버타운에 계시는 어머니의 간병 로봇 ‘흰천사’의 월 임대료를 지불하는 일. 그리고 주말 여자친구 생일에 선물할 애완견 로봇을 고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A씨는 왕눈이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는 생각을 하며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 주며 집을 나선다.

이것은 결코 과학소설에만 나오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15년, 아니 멀어야 20년 뒤면 우리 앞에 다가올 현실이다.

인간에겐 누군가의 위에 군림해 자신의 존재와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힘들고 위험한 일 대신 편하게 안락을 추구하려는 잠재성도 함께 내재해 있다. 그래서 인간은 무조건 복종하며 주어진 일만하는 피조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기원전 3세기 그리이스 신화에 나온 ‘청동인간 타로스’, 유태의 전설인 진흙인간 ‘거인 골렘도’ 등은 바로 이러한 인간 욕구의 표현이다. 현대 문명의 총아 로봇은 이렇게 태어났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국내에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20세기의 마지막을 정보통신의 결정체 인터넷이 장악했다면 다가올 21세기는 ‘로봇 세상’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로봇은 20세기 반도체를 능가할 만큼 경제·문화·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반향을 몰고올 ‘21세기의 이데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주변 여건이 한껏 성숙해 있다. 로봇은 과학 기술의 결합체다. 정밀기계, 전자·정보, 컴퓨터, 인공지능, 지능형 센서, 신소재 기술에서 인간의 사고와 인지과정을 결합한 뇌 과학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현대 과학의 산물이다. 현재 인류의 과학발달은 로봇 세상이 만은 않다고 생각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비행선이 쉴새없이 우주를 넘나들고,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이어지고, 생명공학은 이미 유전자 복제가 가능한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로봇 공학의 남은 과제는 바로 이런 단위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느냐다. 그래서 ‘인간에 가까운, 실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피조물 로봇을 창조해 내느냐는

현재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자동차와 반도체 조립에서 활용되고 있는 1차원적인 산업용 로봇은 이미 70~80년대부터 산업 현장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왔다. 90년대들어 이같은 수치제어 공작 기계 로봇은 기술적인 측면과 보급률에서 이미 성숙기를 넘어 포화 상태에 들어섰다. 현재 인류의 물질적인 풍요는 산업용 로봇의 덕이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업용 로봇의 역할이 한계에 다달으면서 자연스럽게 한차원 앞선 ‘휴먼 로봇’과 ‘서비스 로봇’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람같은 로봇,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로봇’은 이 분야의 최종 목표다. 물론 현재 과학의 수준이 당장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상태에 가지 이르지는 못햇다. 그러나 이를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파생돼 나오는 전기·전자·통신·의료·기계·소재·컴퓨터공학 등 각종 부산물도 엄청나다.

로봇 연구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일본은 83년부터 8년동안 통산성 주관으로 6,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세계 최초로 초보단계이기는 하지만 휴먼 로봇 제작에 성공했다. 21세기 로봇의 잠재적 부가가치와 이로 인해 파생되는 엄청난 효과를 일찌감치 꿰뚤어 본 민간 차원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의 서비스 로봇까지도 개발해 놓은 상태다.

이에 비해 한국은 비록 일본에는 5~6년 가까이 뒤져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만만치 궤도에 올라 있다.

지난달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휴먼 로봇인 4발로 걷는 ‘센토(CENTAUR)’를 개발했다. 94년 4월 KIST-2000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5년여의 연구·개발을 거쳐 탄생한 한국 로봇 공학의 개가였다. KIST의 박사급 연구원 15명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등 9개 기관 15개 연구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이 센토는 인간의 형상을 한 상체에 네다리로 걸으며 자율적으로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비교적 앞선 기술의 로봇이다. 단 80억원으로 6,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90년 선보인 일본의 휴먼 로봇보다는 핵심인 지능면에서 한단계 진보한 형태다. KIST는 5년내 두다리로 보행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을 구현한다는 계획 아래 이미 1차년도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센토 개발을 진두지휘한 KIST 휴먼로봇개발사업단장 이종원박사는 “21세기 로봇은 근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핵심기술”이라며 “특히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인간과 감성을 공유할수 있는 휴먼 로봇의 역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박사는 휴먼 로봇의 실용화 단계로 우선 ‘서비스 로봇’을 든다. 서비스 로봇이란 ‘인간 생활에 직접 필요한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는 전문 로봇’을 말하는 것으로 사회 전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예를 들어 장애인 재활을 돕는 의료분야, 원거리 수술을 하는 보건·복지 분야, 외로운 노인들의 돕는 실버 산업분야, 심해탐사, 지뢰제거 등 군사분야, 원자로나 우주탐사 같은 극한상황 분야, 그리고 오락, 장난감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이제 당신도 영화에서만 보았던 사이보그의 마스터(주인)가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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