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양화초등학교토지문서·측량기계 등 유물 2,000여 점 전시… 향토자료·관련서적도 빽빽이

충청북도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에 위치하고 있는 양화초등학교는 1995년 폐교된 이래 줄곧 방치된 채 마을에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지적사가이자 측지기사 인 리진호 관장이 99년 양화초등학교에 국내 최초로 지적박물관을 세웠고, 10년 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유일한 지적박물관은 리진호 관장이 40여년간 수집한 지적 유물(토지문서, 측량기계 등) 2,000여 점과 향토자료, 관련서적 등이 빽빽하게 전시돼 있다.

전시실은 크게 토지문서와 측량기계 등 한국의 지적사(史)를 보여주는 지적 유물들을 전시한 곳과 관련 서적을 모아놓고 측량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곳으로 구분된다.

지적에 관한 자료 외에도 전시실에는 각 고을의 역사가 담긴 향토지자료와 학교, 마을 등 각계각층의 백년 역사를 정리해놓은 백년사자료, 한국 최초의 성경과 영인본 같은 종교서적에 이르기까지 종류를 막론한 다양한 자료들이 가득 차 있다.

어렵고 딱딱한 지적을 조금이라도 쉽게 보여주고자 기록의 재현을 고집하는 리진호 관장의 열정은 기리고차(記里鼓車)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400년대 장영실에 의해 제작된 기리고차는 거리를 측정하던 수레로 기록에만 남아있었지만 리 관장이 직접 미술전문가에게 의뢰해 그림으로 재현해 낸 것이다.

기리고차와 더불어 한 쪽 벽면에는 또 벼 알로 만든 자가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리 관장은 벼 자에 대해 “단군시대 선조들이 쌀알 100알을 세워 자로 사용했다는 기록을 재현한 것으로 쌀알을 세우면 23.65cm, 눕혀 놓으면 35cm로 이해를 돕기 위해 실물로 만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적에 관한 한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리 관장의 자료들은 교실 6개를 다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 쌓아 놓을 만큼 방대하다.

지적박물관을 운영하기 전까지 지적기술연수원 교수로 활동하던 리 관장은 92년 정년퇴임 후 전재산 1억1,000만원을 들고 이곳 양화초등학교에 정착해 지적박물관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리진호 관장은 “전셋집과 땅을 판 돈에 원고료까지 더해 대략 4억원 정도를 지적박물관 설립에 투자했다”며 “이제는 일본에서도 지적박물관이 선진박물관으로 선정돼 학자들이 견학을 다녀갈 정도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지적학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국 지적박물관이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리 관장은 이어 폐교활용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하루빨리 해결돼야 더욱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박물관은 공익적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사립박물관이라는 이유로 당국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리 관장은 “1년에 1,00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관람료로 얻는 수익은 연간 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 외에도 난방비, 전기비, 보안비 등 운영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박물관 발전이 어렵고, 운영까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박물관은 교육문화시설로서 기부가 가능한 단체지만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사정 상 여기에 기대를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리진호 관장은 궁여지책으로 지적분야 서적 발행, 특별전시회, 학술세미나 등을 통해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