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양화초등학교토지문서·측량기계 등 유물 2,000여 점 전시… 향토자료·관련서적도 빽빽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유일한 지적박물관은 리진호 관장이 40여년간 수집한 지적 유물(토지문서, 측량기계 등) 2,000여 점과 향토자료, 관련서적 등이 빽빽하게 전시돼 있다.
전시실은 크게 토지문서와 측량기계 등 한국의 지적사(史)를 보여주는 지적 유물들을 전시한 곳과 관련 서적을 모아놓고 측량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곳으로 구분된다.
지적에 관한 자료 외에도 전시실에는 각 고을의 역사가 담긴 향토지자료와 학교, 마을 등 각계각층의 백년 역사를 정리해놓은 백년사자료, 한국 최초의 성경과 영인본 같은 종교서적에 이르기까지 종류를 막론한 다양한 자료들이 가득 차 있다.
어렵고 딱딱한 지적을 조금이라도 쉽게 보여주고자 기록의 재현을 고집하는 리진호 관장의 열정은 기리고차(記里鼓車)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400년대 장영실에 의해 제작된 기리고차는 거리를 측정하던 수레로 기록에만 남아있었지만 리 관장이 직접 미술전문가에게 의뢰해 그림으로 재현해 낸 것이다.
기리고차와 더불어 한 쪽 벽면에는 또 벼 알로 만든 자가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리 관장은 벼 자에 대해 “단군시대 선조들이 쌀알 100알을 세워 자로 사용했다는 기록을 재현한 것으로 쌀알을 세우면 23.65cm, 눕혀 놓으면 35cm로 이해를 돕기 위해 실물로 만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적에 관한 한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리 관장의 자료들은 교실 6개를 다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 쌓아 놓을 만큼 방대하다.
지적박물관을 운영하기 전까지 지적기술연수원 교수로 활동하던 리 관장은 92년 정년퇴임 후 전재산 1억1,000만원을 들고 이곳 양화초등학교에 정착해 지적박물관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리진호 관장은 “전셋집과 땅을 판 돈에 원고료까지 더해 대략 4억원 정도를 지적박물관 설립에 투자했다”며 “이제는 일본에서도 지적박물관이 선진박물관으로 선정돼 학자들이 견학을 다녀갈 정도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지적학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국 지적박물관이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리 관장은 이어 폐교활용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하루빨리 해결돼야 더욱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박물관은 공익적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사립박물관이라는 이유로 당국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리 관장은 “1년에 1,00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관람료로 얻는 수익은 연간 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 외에도 난방비, 전기비, 보안비 등 운영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박물관 발전이 어렵고, 운영까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박물관은 교육문화시설로서 기부가 가능한 단체지만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사정 상 여기에 기대를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리진호 관장은 궁여지책으로 지적분야 서적 발행, 특별전시회, 학술세미나 등을 통해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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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