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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로비의 변신] 기업·문화·사람의 생활예술 공간으로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인피니티 전시장, 현대카드 사옥 로비(위)
KT&G 상상 라운지, 대우조선해양 로비(아래)




제법 널따랗지만 일정 시간만 되면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번잡해 지는 장소, 그것도 주로 아침과 저녁, 또 점심 시간 때. 그리고 화려한 듯 웅장하지만 가끔은 적막함 마저 느껴지는 공간. 그 곳의 이름은 바로 ‘로비’다!

하지만 지금 로비는 변신중이다. 어딘가 고요하고 엄숙하기만 해야 할 공간에서 문화와 예술과 생활이 ‘살아 있는 삶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요즘 로비에서는 대규모 공연이 자주 벌어지고 노랫 소리도 자유롭게 울려 나온다. 로비 한 구석을 겨우 비집고 보여지던 미술품과 조형물 또한 더 이상 장식품에 머물지 않고 이제 로비의 대표적 상징물로도 자리잡고 있다. 로비 자체가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까지 활용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 현대카드-탁구대와 자전거 인기



최근 대기업 사옥을 비롯한 대형 오피스 빌딩의 로비에서는 전에 없던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음악과 미술, 예술과 문화 행사 뿐만 아니라 도서관이나 실내 정원 같은 흡연실이 들어서기도 하고 또 심지어는 체육 공간으로까지도 활용되고 있어서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자리한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 사옥.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특이한 물건들이 눈에 띈다. 로비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탁구대와 그 옆에 독특한 모양의 자전거들이 늘어서 있는 자전거 비치대가 그것. 빌딩의 얼굴과도 같은 로비에 체육 관련 물품들을 비치해 놓았다는 것부터가 새롭기만 하다.

탁구대나 자전거들이 그렇다고 장식이나 전시용 목적만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모두 평소에 이용하는 것들 그대로란 점에서 놀랍다. 실제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탁구시합을 즐기고 자전거를 타고 인근 한강 둔치나 여의도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기업에서나 본사 로비는 건물 내에서 ‘가장 엄숙하고 웅장한 공간’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로비를 구성원들이 즐기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 민운식 홍보과장은 “국내 금융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마케팅 등 수많은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건물을 들어서는 바로 그 순간부터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고 소개한다.

에둘러 가지 않는 직접적인 메시지의 광고, 마케팅 분야는 물론이고 해외 무담보 채권 발행과 같은 재무적 부문에서도 활약이 돋보이는 현대카드는 이런 로비의 모습과 변화를 광고 카피로도 등장시키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 닛산 전시장 - 자동차 보고 예술품 감상



서울 신사동에 있는 닛산 인피니티 전시장. 이름은 자동차 브랜드 전시장이지만 실상 빌딩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 같다.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서 자동차도 보고 예술품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빌딩은 인피니티가 전세계 인피니티 전시장 디자인 컨셉의 새로운 표준으로 내세운 ‘IREDI(Infiniti Retail Environment Design Initiative)’를 세계 최초로 한국의 모든 전시장에 적용한 첫 케이스다. IRDEI는 고객들에게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시장에서도 인피니티 브랜드의 역동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영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된 전시장 디자인 플랜이다.

그래서 자동차 전시장임에도 이 빌딩 1층 로비에서는 자동차를 전혀 볼 수가 없다. 대신 리셉션 데스크와 차량 인도를 위한 카페가 들어서 있다. 1층에 자동차가 도열된 기존의 자동차 전시장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모던한 스타일의 리셉션과 라운지로 꾸며진 로비는 고객들에게 최고급 호텔의 로비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는 평을 듣는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 도서관 조성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로비에는 ‘예상외로’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로비 공간 한 켠을 임직원들을 위한 ‘책 읽는 공간’으로 꾸민 것.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지시로 문을 연 도서실은 그룹 임직원들의 정서를 함양시키고 건전한 사풍을 조성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로비에 도서관이 들어서면서 호응도 높다. 서울 종로구, 중구, 강서구(오쇠동) 등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그룹 임직원들만의 하루 평균 대출 건수가 110~120건에 달할 정도다. 보유 장서도 도서 4만2,648권, 교양 비디오 테이프(DVD포함) 1,090여편, CD 등 음반은 3,760여장을 넘는다.

이 곳 로비 도서관은 특히 개가식이어서 임직원이 원하는 도서를 직접 뽑아 보도록 해 정확한 정보를 쉽게 얻도록 돕고 있다. 점심시간은 물론 업무시간에도 참고도서를 열람하는 임직원의 이용 또한 증가 추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도서관 공간이 로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2층까지 연결, 총 70여 평의 열람실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조영석 홍보팀장은 “사원들은 직접 자기가 원하는 책을 책상에 앉아 보거나 메모하는 등 유용한 정보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각종 참고자료를 구비해 업무에 참고가 되게도 하지만 무엇 보다 공부하는 기업 분위기 조성에 한 몫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룹 또한 매월 최다대출자 및 기증자, 제안자(도서실운영관련) 포상을 실시하는 등 로비 도서관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탁구대와 자전거 인기(위)
금호아시아나 로비 도서관(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로비 패티오(아래)


■ 대우조선해양 - 독특한 디자인 눈길



서울 광교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신사옥 로비 또한 독특한 디자인 컨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원래 LIG화재보험이 들어서 있던 이 빌딩은 전에만 해도 일반 로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 하지만 로비의 벽면, 바닥, 그리고 야외로 이어지는 패티오(뒤뜰)까지 예술적 감각으로 꾸며낸 인테리어는 일반 로비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이 빌딩 1층 로비의 디자인 컨셉은 단순+자연+박물관. 층고에 비해 로비가 넓지 않다는 것을 감안, 전면엔 베이지톤의 대리석으로 밝고 확 트인 느낌을 주고 있다. 무거운 돌이지만 벽면이 새의 양쪽 날개처럼 펼쳐진 듯한 모양을 준 것은 조형작품에서의 비상을 표현한 것. 바닥엔 세계지도를 새겨 넣어 세계가 대우조선해양인들의 발아래 있고 세계 곳곳에 대우조선해양인의 발길이 닿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고 있다.

로비의 접견실 공간은 파도 모양의 조형물 의자와 그 파도에서 부서져 나온듯한 형태의 소파들을 자유스럽게 배치, 방문객들이 편안함과 박물관에 온듯한 느낌이 들도록 해준다. 벽면에는 무늬목을 사용, 마치 로비에 바다의 물결이 이는 듯한 느낌도 전해 준다.

반대편 직원 휴식 공간의 벽은 숲속을 연상하도록 나무줄기 모양의 디자인과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다.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소파 또한 나뭇잎 모양으로 숲속 나무 밑에 앉아 쉬는듯한 느낌을 살려준다.

특히 이 빌딩은 로비와 이어지는 빌딩 옆 바깥 패티오에 마련한 ‘캐릭터 놀이터 & 카페’로

청계천을 찾은 가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놀이동산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캐릭터 인형들을 두어 재미를 주면서 어른들에게도 복잡한 도심 속 쉼터가 될 수 있도록 배려 한 것.

캐릭터들은 작지만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구름 위의 작은 배와 중앙에 비와 햇빛을 피하기 위한 커다란 버섯모양의 파고라와 6개의 작은 버섯 의자, 걸리버 여행기에서나 본듯한 커다란 꽃잎 캐노피와 꽃잎의자, 그리고 배를 만들러 가는 일곱난장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360도 회전되는 커다란 바람개비들, 여러 편의 동화에서 한조각 한조각씩 발췌해 만들었다.

대우조선해양 이상우 홍보팀장은 “조선소라는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청계천변의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곳으로 로비와 연결 공간을 꾸몄다”며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일반인에게는 약간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회사 이름도 쉽게 인식시키고 청계천을 찾은 아이들과 직장인들을 위한 휴식 공간 역할도 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요즘 이 빌딩 곁을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이 한번쯤 고개를 돌려 로비 실내를 둘러 보는 장면을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 KT&G - 국내 최대규모 실내 흡연실 마련



인피니티 전시장(위),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이 로비에서 열린 행사때 캐릭터와 악수하고 있다(아래)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코스모타워’는 로비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흡연공간을 꾸며 놓아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흡연실이라면 폐쇄되고 조그만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선 채로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상상 되는 장소.

하지만 이 빌딩 로비의 흡연 공간은 숲과 폭포가 어우러진 친환경 휴게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크기 또한 무려 165평, 비흡연 공간까지 포함하면 총230평 규모에 달한다. 때문에 서울 도심에 165평에 달하는 흡연실이 만들어진 건물로도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상상라운지’라고 이름 붙여진 로비 휴게공간의 기본 컨셉트는 ‘빌딩내의 공원’. 가로36m x 세로 21m의 직사각 구조로 145석의 안락한 소파들이 비치되어 있다. 때문에 빌딩 내 입주사수 39개, 상주 인원 1,500여명은 물론, 인근 빌딩의 근무 직원들, 행인들까지도 이 곳을 즐겨 찾을 정도로 인기 또한 만점이다.

상상라운지가 가장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조경.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공원을 찾아온 느낌을 준다. 공간 중심부에는 타원형 모양의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고 주위에는 야자, 벤자민, 스킨답서스, 아이비 등 모두 24종, 3,584그루의 나무와 화초가 심어져 있다.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소파는 산책로 주변 나무숲 속 곳곳에 놓여져 있고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한 인공 폭포에서는 쉼 없이 물이 흘러내린다.

무엇 보다 이 빌딩 로비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바로 흡연자들이다. 총 상상라운지 대부분이 흡연공간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지상20층 지하6층짜리 이 건물 또한 KT&G 사옥이어서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특히 상상라운지는 흡연공간과 비흡연공간이 공존하는 형태로 꾸며졌으면서도 외형적으로는 두 공간이 전혀 구분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흡연공간과 비흡연공간이 절반은 투명유리로 그리고 절반은 보이지 않는 에어 커튼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심리적 공간적 괴리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라운지 한켠에는 이미 사라진 추억의 담배들과 옛 담뱃대, 담배파이프 등 흡연관련 수집품들도 전시, 담배역사나 문화도 알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 1층 로비에 들어선 Cafe M 또한 단순한 카페라기 보다는 ‘로비 속 카페’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주 거론된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소 섭외가 계속해서 들어올 정도로 이 곳 인테리어 또한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월 1회 직원 호프데이가 가장 많이 개최되는 장소이자 고객과의 만남, 직원들간 대화의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바로 길 건너 국회나 인근 기업의 임직원들 또한 많이 찾아올 정도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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