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케팅으로 '토착기업화' 이끌어한국 전통문화 계승·발전과 프랑스 고급문화 소개로 기업 정체성 확

SM시리즈로 유명한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는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인 르노가 투자해 2000년 9월 출범한 회사다. 그 무렵 르노삼성의 가장 큰 고민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 어떤 이미지로 포지셔닝을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외국계 기업에 대한 배타성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시절이었다.

고심 끝에 르노삼성은 ‘문화마케팅’을 돌파구로 삼기로 결정했다. 프랑스라고 하면 패션, 미술, 향수 등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가 금방 떠오른다. 때문에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방법으로 문화예술 후원 활동, 즉 메세나가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이후 르노삼성의 메세나 활동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하나는 비록 외국계이지만 엄연히 한국에 생산기반을 둔 기업으로서 전통문화 복원에 보탬을 주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의 고품격 문화예술을 국내에 소개해 고급문화 대중화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2005년에는 국립국장과 후원계약을 맺고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를 특별 후원했으며, 전통 명절인 정월대보름의 고유한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정월 대보름맞이 소망 기원행사’를 매년 서울 인사동에서 펼쳐오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정신과 혼을 담은 고유의 노래를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즐기며 활성화하자는 뜻으로 ‘르노삼성자동차와 함께 하는 한국가요제’도 매년 주최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해왔다. 밀레 전시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나폴레옹 유물전, 앙리 브레송 사진전, 파리나무 십자가 콘서트, 파트리샤 카스 콘서트 등이 르노삼성의 후원으로 마련됐던 대표적 문화 행사다. 이를 통해 척박한 국내 문화예술 토양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는 게 르노삼성의 자부심이다.

르노삼성이 외국계 기업으로서 모범적인 메세나 사례로 인정받게 된 데는 문화마케팅을 기획하고 진두지휘한 조돈영 부사장(전사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의 역할이 컸다. 그 공로로 조 부사장은 2006년 한국메세나협의회 메세나대상에서 ‘메네사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르노삼성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이 갓 시작될 무렵만 해도 회사 안에서조차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한 후원 활동을 펼치면서 점차 ‘르노삼성=문화예술’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르노삼성은 차별화된 기업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게 됐다.

요즘에는 르노삼성과 문화예술단체가 충분한 사전협의를 통해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즉 메세나 활동이 서로 ‘윈윈’하는 비즈니스모델로 발전한 것이다.

조 부사장은 자신이 앞장서 이끌어온 르노삼성의 메세나 활동에 대한 자긍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르노삼성이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후원함으로써 국민과 고객들에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친근한 기업’으로 인식되는 것은 물론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는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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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