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갤러리룩스'서 부산 '고은사진 미술관'까지 대중화 앞장

사진은 더 이상 단순한 기록이나 정보 전달 매체가 아니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사진은 그 어떤 장르보다도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예술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사진이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진입한 것이다.

사진 장르의 위상이 높아짐과 동시에 ‘사진 전문 갤러리’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1999년 인사동에 최초로 문을 연 ‘갤러리 룩스(Gallerylux)’는 사진에 관한 보다 다원화된 관점과 새로운 시도들을 수용하며 사진계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사진전문갤러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에 개관한 갤러리 룩스는 9년 동안 320회의 전시를 통해 국내 유명작가를 비롯해 중견작가와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는데 앞장섰다. 사진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는 작품을 진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장소에서 더 나아가 사진작품을 수집하고 판매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역할도 담당한다.

올 초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 ‘전환된 이미지 전’은 다큐멘터리나 상업광고사진, 보도사진과는 다른 사진매체를 통해 개인의 심상을 예술적인 발현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줬다. 구경숙, 김영길, 김장섭, 서인숙 등 10명의 작가들은 자유로운 사고와 실험적인 표현양식을 사진에 담아냈다. 이와 함께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는 중국현대사진을 조명한 ‘용호상박 전’은 중국을 넘어서 아시아 현대사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계속해서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많아지면서 국내 사진전문미술관의 필요성은 더욱 커져 갔고, 2002년 4월 한미문화예술재단은 사진문화예술의 대중화를 이끌고자 ‘한미사진미술관’을 설립했다.

한미사진 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은 작품전시에만 국한하지 않고 작가지원, 학술, 출판, 국제교류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치며 사진문화예술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한미사진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근·현대 사진은 한국 사진사 연구와 체계화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다.

한미사진미술관 측은 “사진계에서 탁월한 활동을 보여준 작가와 이론가 1인을 선정해 ‘한미사진상’을 수여하고 있고, 안동에는 아티스트 레지던스 공간인 ‘안동 오픈 포토 스페이스’를 마련해 작가들의 작업을 지원 중이다”며 사진예술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후원을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미사진미술관은 오는 29일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찾아 다니며 그곳의 ‘지금’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작가 ‘성남훈’의 전시회 ‘연화지정’을 개최한다. 제2회 한미사진상을 수상한바 있는 성남훈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며 그 동안의 삶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그밖에도 사진전문 미술관이 태동하기 시작한 2000년 초 인사동에 자리를 잡은 ‘김영섭사진화랑’은 최근 개관 5주년을 맞았다.

김영섭 사진화랑

김영섭사진화랑은 5년 동안 으젠느 앗제, 만 레이, 로버트 프랭크, 빌 브란트, 세바스티앙 살가도, 정도선, 홍순태 등 20세기 국내외 위대한 사진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근대 사진미술의 가치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와 더불어 KIAF(한국), 아트베이징(베이징), 아카프(뉴욕), 브릿지아트페어(뉴욕)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사진을 전세계로 알리는 다리역할도 해왔다.

앞으로 5년간은 국내외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현대사진에 주력하겠다는 화랑의 김영섭 대표는 “현대사진에 있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공존하며 발전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활동과 역량발휘로 주목 받고 있는 컨템포러리 포토그래퍼 5명을 선정해 개관기념전을 기획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진미술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인 2004년 ‘미국식 개념’을 화랑에 도입한 ‘갤러리 뤼미에르’는 대관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순수기획전만으로 운영하는 국내 최초 사진상업화랑이다.

20세기 세계명작사진전을 시작으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시와 브루스 데이빗슨, 요셉슐츠 등 전세계 사진 거장들의 전시를 개최했다. 특히 브레송 전시는 전시 도중 작가가 타계하며 마지막 개인전이 돼 더 큰 주목을 받았고, 데이빗슨의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전시라 화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올 초 막을 내린 윌리엄 클라인 전시는 이를 끝으로 향후 2년간 전시를 갖지 않기로 해 더욱 빛을 발했다.

갤러리 뤼미에르의 최미리 대표는 “뤼미에르는 전시를 비롯해 해외 마케팅과 다양한 포토페어에 참석하는 등 한국사진이 보다 수월하게 국제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예술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전시회를 기획해 국제사진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대표는 “사진전문갤러리로서 작가들과 갤러리스트, 컬렉터들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국사진미술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전문미술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사진전문미술관들이 개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부산에 처음으로 생긴 사진전문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은 고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공익 미술관이다.

개관기념전에서 국내 대표 사진가 구본창의 신작시리즈를 비롯해 70여 작품을 선보였고, 국내외 유명작가와 신진작가, 특히 부산 사진가들을 초청해 여러 차례 초대전을 열며 신진작가발굴을 위한 지원에도 열심이다.

고은사진미술관 측은 “한국사진학회, 현대사진영상학회 등 한술진흥재단에 등재된 학회와 연계해 아마추어들을 위한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사진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서울과 부산의 문화예술 인프라 차이를 극복하고 전시를 통해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한 뒤 기념비적인 사진만을 모아 사진전문박물관을 설립할 계획이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외에도 서울 강남 신사동의 스페이스 바바(2006년 개관), 갤러리 나우(2006년 인사동 개관), 제주도의 자연사랑갤러리(2007년 개관) 등이 후발 사진전문미술관으로서 국내사진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