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시티·GS타워·현대기아자동차 등 예술 전시 공간 마련 뉴트렌드

‘갤러리, 빌딩 속으로…’

그림과 회화, 조각 등 미술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 갤러리! 지금 갤러리들은 도심 빌딩 속으로 속속 ‘입주중’이다.

최근 시내 대형 빌딩에 갤러리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다. 금을 찾아 몰려드는 ‘골드 러시’에 비유하자면 한 마디로 ‘갤러리 러시’. 도심 속 ‘예상치 못한 공간’에 갤러리들이 ‘미술품들을 잔뜩 품고’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나섰다.

화랑들이 밀집한 거리나 미술관처럼 별도의 건물이 아님에도 빌딩 속 공간이 ‘화려한 갤러리’로 변신하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빌딩 속 갤러리’의 탄생은 63시티. 현대기아자동차와 GS타워 또한 근래 빌딩 속 갤러리를 사옥에 새로이 열었다.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한화63시티는 지난 7월 빌딩 내에 갤러리 ‘63스카이 아트 뮤지엄’을 개관했다. 언뜻 이름만으로는 와 닿지 않지만 이 갤러리가 들어선 곳은 다름 아닌 빌딩 내 최고층인 60층. 종전의 60층 전망대와 스카이덱을 없애고 아예 갤러리로 바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한국의 랜드마크 63시티.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장소인 전망대가 미술관으로 변신을 꾀한 것은 무척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63시티측의 ‘더욱 커다란’ 포부가 숨어 있다. 바로 서울의 랜드마크에서 이제는 ‘문화의 랜드마크’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는 것.

63스카이 아트 뮤지엄은 일단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갤러리이자 아트 뮤지엄’임을 표방한다. 고도만 해발 264m로 시계 반경이 50km가 넘는다. 발 아래로 내려다 보는 한강과 서울의 도심 전경을 한 눈에 품으면서 전시품들을 감상하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

(위) 현대자통차그룹 아트리움 (아래) 63스카이 아트
(위) 현대자통차그룹 아트리움
(아래) 63스카이 아트

때문에 63빌딩은 이번 갤러리 론칭을 계기로 이전의 레저 공간에서 ‘신개념의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변신도 서두르고 있다. 63시티 강우석 마케팅팀장은 “전망을 즐기러 온 일반 관객들에게도 예술과 편안히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하기 위한 배려”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63 갤러리는 전시 성격에서도 기존 갤러리와는 궤를 달리 한다. 일반 회화에 국한하지 않고 젊은 작가들의 상상력이 깃든 애니메이션, 설치 미술, 인터랙티브 아트,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전시할 계획.

벌써 63스카이 아트 오픈 기념으로 열리는 특별 기획전 또한 같은 맥락이다. 11월까지 계속되고 있는 ‘키티 에스(Kitty S)’ 전시회. 대중적인 인기 캐릭터 ‘키티’를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 저마다 개성적인 감성과 아이디어를 담아 아트로 승화시킨 작품들로 짜여져 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갤러리에 온 관람객들의 반응도 벌써 뜨겁다. “전망대 바깥을 봐야할 지, 작품들을 봐야할 지 모르겠어요.” “눈을 어디 둬야 할지 고민에 시달린다(?)”는 불평(?)을 많이 듣는다는 큐레이터 권아름씨는 “가족단위나 데이트 장소로 찾는 이들이 부쩍 많이 늘었다”고 전한다.

63갤러리는 특히 관람 시간대를 밤 12시까지 오픈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야경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문화 시설이 거의 없는 여의도 직장인들이나 주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는 의도에서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지난 해 서울 양재동 사옥에상시 예술전시 공간을 설치했다. 건물 특성상 규모가 워낙 큰 로비에 마련된 이 갤러리 이름은 아트리움((ARTrium)'. 예술을 뜻하는 '아트(ART)'와 고대 로마주택의 중정(中庭)을 뜻하는 ‘아트리움’ (atrium)'의 합성어로,현대기아자동차그룹 사옥의 중심이자 얼굴인 로비가 고객과 임직원을 위한 문화의 쉼터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새로운 도심 속 문화공간을 추구하는 아트리움은 순수 예술 전파에 앞장선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서울 역삼동 GS타워 또한 2년 전 갤러리 ‘더 스트릿’(The Street)을 열었다. GS타워 내 1층과 지하1층에 걸쳐 각 30m 가량의 벽 3면을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각 70평 규모. 전체를 합치면 총 90m, 210평 크기로 꽤 넓다.

‘더 스트릿’이라는 이름은 로비공간이 더욱 친근해지고 실내 외 공간 구분을 낮추고 있는 현대 건축물들의 흐름에 동행, 대형 오피스빌딩의 로비공간에 누구나 친숙히 오갈 수 있는 문화 거리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지어진 이름이다. 엄밀하게 말해 더 스트릿은 기존의 로비 여유 공간을 활용한 로비이자 ‘통행’ 갤러리인 셈이다.

로비에 자리한 만큼 갤러리로서의 효과도 크다. 타워에 근무하는 이들에게는 문화를 쉽고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방문객들에게도 전시되어 있는 미술작품들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문화의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관람시간은 밤10시까지. 유동인구 하루 1 만여명이 모두 관람객이 되는 셈이다.

‘더 스트릿’에서 특히 1개월 혹은 2주 단위로 빠르게 작품들이 교체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보는 이에게는 다양함을 선사하고 동시에 그만큼 많은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미술작가들도 전통적인 ‘흰 벽’을 넘어선 공공장소에서의 전시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더 스트릿’에서는 작가들이 직접 연락을 취해 작품이 선별되어 전시되기도 하지만, 매년 무료대관공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활발하고 뛰어난 활동을 하는 중견작가를 대상으로 무료로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차원에서다.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아티스트 선발 공모’를 통해 공모에 당선된 이들의 작품들도 전시하고 있다.

GS홀딩스 여은주 홍보부장은 “타워 벽면에 미술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벽면이 단순한 벽면이 아닌, 오가는 이들에게는 문화, 예술을 제공하고, 작가들에게는 전시의 기회를 주고, 나아가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봉사 활동까지 연계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