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갤러리가 키운 작가 작품 엄선 상호 교류의 무대 마련

“갤러리는 좋은 작가들을 양성해야 하고 작가들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작가들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작품을 무분별하게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로 말미암아 미술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갤러리의 대표이자 한국화랑협회를 책임지고 있는 이현숙 회장은 미술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서 갤러리와 작가의 책임의식을 일순위로 꼽았다.

한국화랑협회에서 2002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창구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엄격한 평가 기준을 거쳐 선발된 국내외 내로라 하는 갤러리들이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미술계의 견본 시장이 바로 KIAF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갤러리들이 키워온 작가들과 작품들을 전 세계에 보여줌과 동시에 국내에 방문하는 각국의 딜러들과 미술 관계자들 간 상호 교류가 이뤄지는 무대인 셈이죠.”

주로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전시가 이뤄지는 KIAF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제대로 기반을 잡은 아트페어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이 회장의 전언이다.

조직력을 갖춘 국제 미술 행사로 KIAF를 통해 현재 어떤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지, 또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장르는 무엇인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KIAF는 국내 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비싼 작품이나 유명 작가들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중간층의 작품과 작가들에 주목하면서 시장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거죠. 국내 미술 시장이나 컬렉터들 역시도 최고의 블루칩 작가들만을 쫓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젤 아트페어나 마이애미 아트페어, 뉴욕의 아모리와 같이 대내외적으로 탄탄한 미술 축제로 거듭났으면 하는 목표가 있어요.”

이 회장은 “뉴욕의 ‘아모리 아트페어’와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가 KIAF의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컬렉터들을 흡수할 수 있는 이들 국가의 저력은 물론 출신 작가나 컬렉터의 수준 모두 부러울 따름이다”고 이야기했다.

아직 국내 미술 시장은 문화적 여건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이현숙 회장은 “전 세계에서 온 갤러리들이 마음 놓고 작품을 매매하고, 그들이 신뢰를 쌓아 장기적으로는 평생 고객이 되는 것이 아트페어가 나아가야 하는 길이고 또한 성공하는 길이다”고 설명했다.

한 번으로 그치는 관계가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갤러리와 딜러, 작가와 작품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화랑협회를 책임지는 있는 수장으로서 이현숙 회장은 KIAF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무래도 KIAF가 화랑협회에서 만든 아트페어이기 때문에 협회 회원 화랑들끼리의 갈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요. 갤러리들 사이의 위화감이 KIAF를 진행하는데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따르다 보니 회원 화랑들 전부가 아트페어에 참가할 수가 없어서 무척 안타깝지만 아트페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어 이 회장은 “해외로부터 작품을 운송해 오는 문제나 갤러리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절차 등의 문제를 보다 수월하게 해결하는 것도 남아 있는 과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이현숙 회장은 국내 미술 시장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유례 없는 한국 미술 시장의 호황이 진행됐지만 지금은 그 거품이 빠지면서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 직면했습니다. 호황과 불황이 너무 급격하게 뒤바뀌고 있는 거죠. 이로 인해 최근에는 저렴한 작품들이 시중에 굉장히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더 미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검증되지 않은 작품들이 시장 내에 난립하게 되면 미술 시장 전반을 저급화 시킬 우려가 있어요. 작가 자신들이 시간과 노력을 좀 더 기울여 시장에 내놓아도 될만한 진정성을 가진 작품들을 가지고 전반적으로 시장의 고급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시장 발전으로 나아가는 길인 셈입니다.”

아울러 이현숙 회장은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미술 시장의 경기가 좋아져서 훌륭한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마음 놓고 전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금까지 한국화랑협회를 비롯해 수많은 미술계 관계자들이 기울인 노력과 땀의 결실이 KIAF로 맺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미술 시장인 만큼 문화적으로 한 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계속해서 매진하겠습니다.”

오는 9월 21일 그 일곱번 째 막을 올리는 2008 KIAF에 대한 이현숙 회장의 남다른 포부와 기대가 느껴졌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