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경매와 삼각 구도 형성… 대중성 힘입어 꾸준히 성장

2000년대는 아트페어(Art Fair)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 찬란했던 비엔날레의 전성기가 저물고 비로소 아트페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트페어는 아트 딜러와 컬렉터, 작가를 비롯해 미술 관계자들의 교류 마당이자 미술품 견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개 이상의 화랑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로 때로는 작가 개인이 참여해 아트페어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주로 화랑들간 연합으로 개최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미술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트페어’ 외에도 기존 ‘화랑’을 통한 판매 시장과 미술품 ‘경매’ 시장을 활용하는 판매 방식에 대한 구분과 이해가 필요하다.

화랑을 통한 작품 거래는 1차 시장의 성격이 강하다. 화랑은 작가와 계약을 맺고 전시를 통해 작품을 판매한다. 전시가 끝나고 작품 판매 수익은 화랑과 작가가 나누어 가진다. 화랑의 경우 어떤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의 가격 조사는 필수 사항이다.

한편 미술품 경매에 참여하는 방식은 화랑에서 직접 거래를 하는 것보다 안전한 편에 속한다.

위탁, 감정, 가격협상, 전시, 경매의 순으로 진행되는 경매 절차에 따라 작품을 팔고자 하는 작품 소장자는 미리 담당자와 작품 위탁 가능 여부 상담을 끝내고 위탁 신청을 마쳐야 한다. 위탁 작품이 낙찰되게 되면 수수료를 내야 하고, 경매에 위탁되는 작품은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별도의 출품료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미술품 경매 참여하는 사람들도 유동적이다. 경매 당일 현장에 참석이 불가능할 경우 전시 기간 중 전화 응찰이나 서면 응찰을 미리 신청하면 경매 회사 직원이 대리로 응찰에 참여할 수 있다. 작품을 낙찰 받은 참가자는 낙찰 확인서에 사인을 하고 경매 후 1주일 내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납부하고 낙찰 받은 작품을 찾아가면 모든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이처럼 ‘아트페어’, ‘화랑’, ‘경매’라는 미술 시장의 삼각구도는 각각의 특징에 맞게 모두 현대 미술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트페어는 대중성이라는 힘을 등에 업고 꾸준히 미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한 장소에 다수의 화랑이 모여 단체 전시를 통한 작품 판매 형식을 취하는 단순하고 평범한 의미의 아트페어가 세계 미술 시장의 다극화에 따라 보다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아트페어 오픈 행사에 몰려든 미술계 인사와 일반 시민들이 출품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작품 판매 목적뿐만 아니라 미술 시장의 활성화와 화랑들의 정보 교환 등 여러 가지 목적을 수행하고 있는 아트페어는 현재 미술계의 활동에 대한 일종의 평가 기능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아트페어를 통한 구체적인 작품 판매 실적에 따라 미술 작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미술계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트페어는 계속해서 세계 경제의 호황과 각 나라별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그 규모가 점차 커져 이제는 세계적 규모로 지역별 특성을 갖추고 연례행사처럼 열리고 있다.

단순히 미술품 판매의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미술 문화 교류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아트페어가 결국 전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셈이다.

매년 대중 앞에 선을 보이는 아트페어는 세계적으로 수십 개 이상이 된다. 그 중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아트페어가 5월 미국의 ‘시카고(Art Chicago)’와 6월 스위스의 ‘바젤(Art Basel)’, 9월 프랑스의 ‘피악(FIAC)’ 등이다. 이들을 일컬어 ‘3대 아트페어’라고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독일의 ‘쾰른(Cologne)’, 스페인의 ‘아르코(ARCO)’ 영국의 ‘프리즈(Frieze)’등이 유명하다. 최근 들어 아시아권 아트페어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아트베이징’이나 ‘상하이 아트페어’, ‘아트 싱가포르’ ‘두바이 아트페어’ 등도 후발 아트페어로서 각광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트페어는 경제 동향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최하는 국가나 지역, 조직위원회의 개최 목적에 따라서도 그 성격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각 아트페어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한 후 접근하지 않으면 아무리 다양한 경험과 성과로 무장했다고 할지라도 실질적인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다.

한 때 세계 미술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일본 미술 시장이 급격히 추락한 것도 아트페어와 미술 시장의 성향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출범 당시 주목을 끌던 ‘동경 아트 엑스포’가 문을 닫고,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니카프(NICAF)’의 장래가 점차 불투명해지는 것 역시 단순히 미술 시장의 규모만을 믿고 목표설정을 뚜렷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아울러 일본 미술 시장의 컬렉터들도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아트페어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시카고나 바젤 아트페어 같은 경우엔 조직운영위원회의 목표설정과 경제력, 참여 화랑의 구체적인 공략 대상과의 접맥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지금까지도 그 화려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술계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해 결국 세계 미술 시장에서 아트페어의 성공을 이끌기 위해선 아트페어의 성격을 정확히 해야 하고,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분석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작품을 출품하고 선보이는 것 역시 중요시 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한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