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 발굴… 해외시장과 간격 좁히기 자연스런 가격 공개 매력

2008년 들어서 눈에 띠는 미술시장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그것은 경매의 둔화와 아트페어의 상승세이다. 아트페어는 물론 2007년도에도 많은 상승치를 보여주었지만 중저가시장을 중심으로 미술시장의 하향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작가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에는 그간 대체투자로서 미술품이 재산증식의 단기투자식 전략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이 투자세력들이 정점을 이루면서 결국 블루칩작가들의 작품이 하향세로 돌아서고 중저가의 탄탄한 작가들로 대체되기 시작한 흐름이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경매회사 위주의 고가작품이나 유명작가들의 작품에 못지않게 수 천점의 작품이 동시에 출품되고, 다양한 선택의 폭을 갖는 중저가 작품들에 눈길이 쏠리게 됐다.

더욱이 경매와는 달리 박람회를 방불케 하는 수백명의 작가들과 아트딜러들이 한 장소에서 경연을 벌인다는 점에서 더욱 열기를 느낄 수 있으며, 매회 새로운 작가 발굴과 해외작가들과의 거리감이 없는 글로벌마켓의 한 무대가 되어왔다는 점도 아트페어의 매력으로 등장해왔다.

사실 그동안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되어왔던 점이 바로 얇은 작가층과 시장의 단일구조였다. 보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시장의 팽창과 정보, 즉 알 수 없는 작품가격과 함께 일반대중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점이다.

그러나 아트페어에서는 이러한 난제들을 비교적 급속한 속도로 해결해가는 화답을 하게되었다. 즉 가격의 공개가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왔고, 작가층의 다양화와 6만 7,000명에 달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 2007년 관람객수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관심을 집중시켜왔던 것도 사실이다.

■ 새로운 진화와 성장세 긍정적


2007년에서 2008년 상반기에 들어서 아트페어의 양상은 매우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즉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마니프(MANIF),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 화랑미술제 부산, 아트대구,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등과 ‘아트스타 100축전’ 아트서울 등을 비롯하여 블루닷아시아, 한국전업미술가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미술제' 는 작가들이 주최하는 아트페어, 신세계 화랑미술제 등이 잇달아 열리면서 갑자기 아트페어의 시장이 진화되면서 새로운 풍속도를 연출하였다.

그 중에서도 ‘블루닷 아시아’의 경우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아트페어를 구사했다. 기존의 경직된 부스개념과 갤러리들에 의하여 주도되어온 전통적인 페어 형태를 넘어서서 신진작가들이 중심이 된 국내외 작가들의 뉴페이스를 연출함으로서 신선한 자극을 불러일으켰으며, 아트서울은 몇 년째 국내의 청년작가들이 주축이 됨으로써 중저가시장을 공략해왔다.

이러한 현상과 함께 아트페어를 갤러리들은 경매에 선두를 빼앗겨온 2-3년간의 미술시장의 양 축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추세는 미술품 경매의 하락에 이어 중저가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아트페어는 최소한의 경기를 유지했다.

규모 역시 상당한 발전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연간 아트페어의 규모는 2005년도 70억원 규모에서 2006년 110억원, 2007년 250억원으로 추정되며, 2008년은 크게 보아 300억원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규모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의 베이징 국제화랑박람회, 아트 베이징, 홍콩의 AIAA에 이어서 아시아 4위권을 기록하는 정도로 성장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중심축으로 하여 상당한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2008년 하반기를 앞두고 최소 4-5개의 대형아트페어가 오픈될 예정이며 올해 처음 개최되는 ‘대구아트페어’ 역시 지역아트페어로서는 실험무대라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얼마전 폐막된 구서울역사의 ‘아시아프’는 청년작가들의 대안적 성격의 아트페어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그간 형식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전시형태를 보여주면서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 작가발굴과 장기적인 마케팅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아트페어가 성장해 가는데 무엇이 가장 시급한 문제인가?

핵심적인 해답은 시장개척을 위한 두터운 작가층의 확보가 턱없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수천 점의 작품이 출품되는 아트페어는 한 국가의 미술시장을 읽을 수 있는 현주소이지만 우리나라의 아트페어 현장은 인기작가위주의 정형화된 작품들과 함께 보다 다양성있는 신진작가들의 발굴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작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발굴이 미흡할 뿐이다’ 한 해동안 배출되는 순수미술분야의 학생들만 해도 6-7천여 명에 이르고 있는 시점에서 작가가 없다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적어도 스타급 작가들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오랜기간을 동반자적인 입장으로 연계하는 딜러와 작가들의 파트너십 역시 절실히 요구된다.

물론 아트 바젤(Art Basel)이나 아트 쾰른(Art Cologne) 등에서 볼 수 있는 글로벌마켓의 견본시장으로서 최상의 수준을 추구해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미술시장의 가장 큰 과제가 ‘저변확대 없는 극소수 상위 컬렉터’ 구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급선무는 이와같은 시장의 인프라를 확고히 구축해가는 노력이 최우선일 것이다.


최병식/미술평론가, 경희대 교수 spacebsc@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