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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한글의 힘] 한글, 디자인 예술로 화려한 변신
캘리그래피·한글 춤·예술작품 등 문화 콘텐츠 소재로 각광




이인선 객원기자 Sunny

1- 2006년 2월 파리 프레타포르테 패션쇼에 '달빛그림자'라는 주제로 출품된 한글 디자인 의상디자인 | 이상봉글씨 | 장사익
2- 아트센터 나비, '이상한글'전에 전시된 변지훈의 '정신병'
3- 백자 한글 투각병 | 전성근




소통의 시대, 한글이 문자가 아닌 ‘이미지적 소통’으로 주목 받고 있다. 우회적이면서도 세련된, 예술적 소재로서의 한글이 높은 가치를 인정 받으면서 새삼 한글을 소재로 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보화 시대, 과학성과 실용성을 가진 한글에 쏠렸던 이목이 한글 가치에 대한 재인식과 더불어 한류 속에서 한글이 국가 브랜드를 높일 문화상품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 역시 1,2년 전부터는 언어순화보다는 디자인 산업으로서의 한글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한글의 화려한 변신에 주목하는 요즘, 디자인과 예술에 채색되어온 다양한 빛깔의 한글을 만나본다.

한글 자체의 글씨체 개발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캘리그래피(손글씨)는 어쩌면 순수미술과 함께 한글 변신의 최초의 주역이 아닐까 싶다.

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 모든 글씨를 붓을 사용해 개성 있는 필치로 써낸 글씨를 의미하는 캘리그래피. 90년대 중반 이후 서서히 관심을 받다가 2000년도부터 ‘국화꽃 향기’, ‘댄서의 순정’ ‘타짜’ ‘혈의 누’ 등 다양한 영화의 타이틀로 사용되면서 음반과 북 커버, 광고 디자인, 포스터 등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이는 단순히 글씨체라기 보다 영화, 음반 등 상품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존재로까지 의미가 넓어지면서 디자인으로서 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캘리그래피가 영화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1996년 상영된 임권택 감독의 ‘축제’의 포스터에서다.

서예가 여태명 교수(원광대)가 개발한 민체로 쓰여진 것으로, 당시 춘향가를 민체로 펴낸 것에서 발췌해서 사용했다. 또 하나의 서체의 형태인 타이포그래피(글꼴 디자인)는 현재 산돌 커뮤니케이션과 윤디자인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컴퓨터 문서뿐 아니라 싸이월드 스킨, 문자, 글꼴 판매 등으로 시장을 다각화 시켰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여태명 교수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한다. “가장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캘리그라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있었고 런던의 경우엔 지하철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글꼴을 따로 개발해서 100여 년 전부터 사용해오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발족한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의 회장을 맡은 여 교수는 일본, 중국과의 교류, 디자인으로서의 캘리그래피의 가능성 확대, 캘리그래피의 가격정책 정립 등 캘리그래피 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가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캘리그래퍼에는 이상현, 이규복, 강병인, 김종건, 김성태가 있으며, 타이포그래피 분야에서는 안상수, 한재준, 이용제 등이 활약하고 있다.

무용의 캘리그라피라고 할 수 있는 밀물현대무용단의 ‘한글 춤’ 시리즈는 한글 조형미의 신체적 표현이다. 18년 동안 이숙재 교수(한양대)가 안무해온 ‘한글 춤’은 미국과 일본 공연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수없이 많이 받아왔다.

국내에서도 서울무용제 대상 및 안무상, 한국예술평론가협회의 최우수 예술가상, 한국무용학회의 무용대상 등 내로라하는 무용상도 휩쓸었다. <홀소리 닿소리>를 시작으로 <한글누리> <뿌리깊은 나무> <한글25시> <사맛디> 등 꾸준히 새로운 춤을 창작해 무대 위에 올려오고 있다. 오는 10월 14,15일에는 <한글 춤2350>을 선보이는데, ‘2350’이란 홀소리와 닿소리를 결합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완성형 문자의 글자수를 의미한다.

한글 디자인 상품을 이미 소비자에게 판매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는 패션, 쥬얼리 브랜드와 쇼핑몰도 있다. 산돌티움은 산돌 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로 올해 5월에 설립된 한글 디자인 전문 쇼핑몰이다.

티셔츠부터 핸드백, 구두, 넥타이, 생활소품까지 포용하는 이 쇼핑몰은 산발적으로 판매되던 한글 상품을 한 곳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억 원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고 독도 티셔츠만 지금까지 1만 여장이 판매되었다.

산돌티움의 신향숙 상무는 “기존의 디자인 전문 쇼핑몰의 경우 초기 50억에서 현재 200억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글 디자인의 가능성과 더불어 디자인 전문 쇼핑몰의 가능성을 보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면서 “디자인 패턴 공급을 통해 영세규모에 기업에 기초적 디자인 경쟁력을 확보시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사동 입구 조그만 한글 디자인 문화상품 전문점에서 출발한 이건만 AnF는 인사동 2호점을 내고 올해에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매장을 오픈, 세계적인 브랜드 제품과 경쟁을 시작했다. 한글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넥타이, 스카프, 지갑, 핸드백 등의 의류와 액세서리 등의 제품은 모두 핸드메이드로 명품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예술의 현대화, 세계적 브랜드화’라는 슬로건으로 출범한 이건만 AnF는 롯데백화점의 전 지점에 매장을 열 계획이며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패션 쥬얼리를 제작 판매하는 ㈜니은은 2001년 홍대 부근에 문을 연 니은공방을 전신으로 한다. 미니멀 하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을 가진 ㈜니은의 제품은 한글을 비롯한 한국의 미가 담겨있다.

4- 인사동 쌈지길 '여보시오'전에 전시된, 장준석의 'Fantasiless'
5- 나전칠기 한글 쌍합 보석함 | 이상숙


2002년 7월 서울시 지원 공식업체로 선정되어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캘리포니아 기프트 쇼’에 참가해 한글 디자인 쥬얼리를 선보였으며 해외 바이어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지금도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 한글자음으로 만들어진 펜던트가 인기품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압구정에도 지점을 내며 사업을 확장해간 ㈜니은은 그 이름 역시 순수 한글인 ‘ㄴ’의 발음을 표기한 것이다. 한글 의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이상봉은 의상 외에 여성용 속옷, 침구류, 아파트 현관문, 핸드폰, 프랭클린 플래너 다이어리 등에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LG 샤인폰 디자이너스 에디션 시리즈에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손글씨로 적은 디자인을 새겨 넣어 신선한 예술성을 선보였다.

한글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도예 분야에 무토 전성근, 전각(새김아트) 분야의 고암 정병례, 서각 분야에 소석 조명웅, 서양화에 노영선, 판화가 이철수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신진 작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4년 이후 매년 한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한태상(서울교대 미술교육과 교수)과 심리학과 미술 전공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노승관으로, SK본사 4층 아트센터 나비에서 열리는 <이상한글> 전시회에서 움직이는 한글 글꼴을 이용해 간판을 추상화한 설치작품을 내놓아 수작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글 디자인 혹은 공연을 선보이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집단 이외에 이들을 정책 담당자들과 연결하거나 방향제시의 역할을 하는 한류전략연구소와 한글 디자인 작품을 만드는 다양한 작가와 기업이 모여 결성한 한글사랑운동본부도 문화 컨텐츠로서의 한글을 위해 힘쓰는 숨은 일꾼들이다.

한류전략연구소의 경우 지난해 한글날의 첫 국경일을 맞아 서예, 서각, 전각, 현대무용, 의류와 작품 디자인, 정보통신기기, 광고 등 예술과 문화상품 디자인에 적용된 한글의 다채로운 형상을 담은 화보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562돌째 맞는 한글날을 맞아 다양한 한글 관련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인사동 쌈지길 앞마당에서 <한글 옷이 날개>라는 테마로 한글 디자인된 옷의 패션쇼가 지난 5일에 펼쳐졌고 10월 19일까지 갤러리 쌈지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선보이는 ‘여보시오 전’이 열린다.

SK본사 아트센터 나비에서는 10월 7일부터 11월 18일까지 한글과 뉴미디어의 만남을 선보이는 <이상한글> 전시회를 연다.

타이포그래피, 한글의 사운드 아트, 스토리텔링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한글의 의미적 접근 등 실험적인 형태의 한글의 변신을 만날 수 있다. 기술중심의 ‘디지털 강국’을 넘어 ‘디지털 문화 강국’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전시회는 서울 이후 뉴욕과 호주 멜번으로 이어진다.

한류전략연구소의 신승일 소장은 “유인촌 장관 부임 이후에 한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안에 일본 동경과 오사카에서, 내년에는 중국에서도 문화 컨텐츠로서의 한글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4월에 <한 스타일> 전시회가 일본에서 있었는데, 한류로 인해 시장이 생겨났다면 이제 신한류 컨텐츠인 한글의 다양한 문화상품을 소개할 때라는 사실을 실감했다.”는 말로 문화 컨텐츠로서의 한글의 가능성과 가치를 시사했다.

* 한 스타일(Han Style)이란? 한글, 한식, 한복, 한지, 한옥, 국악의 6대 전통문화를 대상으로, 전통문화컨텐츠의 세계화 전략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05년부터 수립,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계획.

■ 한글 문화관 건립 토론회

불과 몇 년 사이 문화적 컨텐츠로서 급격하게 진화하는 한글에 대해 정부가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기존의 언어순화나 한글 국외보급에 대한 논의와는 사뭇 다른 각도의 접근인데, 한글의 담을 그릇이자 하나로 모아줄 구심점의 필요성 대두로 최근 ‘한글 문화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 논의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1일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한글 문화관 건립’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회가 펼쳐졌다.

토론회는 ‘한글 문화관, 왜 필요한가’를 시작으로, ‘무엇을 담을 것인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 3부로 나뉘어 주제 발표와 함께 토론이 이루어졌다..

1부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현 박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는 2006년에 개관한 브라질의 언어박물관을 사례로 들며 한국의 대표 문화 상징물이자 문화적 거점이 될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한글 문화관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이기만 교수(문화평론가)는 ‘한글의 문화적 가치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관광산업의 활성화인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글 문화관, 무엇을 담을 것인가’의 발표자 한재준 교수(서울여자대학교)는 한글 창제 정신과 철학, 실체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전시실과 자료실뿐 아니라 체험교육관, 공연장, 야외 무대, 한글상품점, 회의실, 그리고 진화하는 한글을 위한 한글 연구소 및 디자인 학교 등을 두루 갖춰 한글과 관련된 모든 문화의 거점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시덕 학예연구원(국립민속박물관)은 토론자로 참여해 일회적으로 자료를 모으는 ‘죽은’ 공간이 아닌, 꾸준히 새로운 자료가 채워지고 변화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한글 문화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는 실제적인 입지조건을 검토하고 건축물로서의 이미지화, 건립 추진전략 등이 논의 되었다.

발표를 맡은 이명식 교수(동국대학교 건축공학부)는 파리의 에펠탑과 런던의 런던아이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랜드 마크로서의 입지의 중요성과 한글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상징적 위상을 지닐 수 있는 건축물이 되어야 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적당한 부지로는 경복궁 옆의 기무사 부지나 이전 계획이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주변 등 서울시내와 파주 출판단지나 경기도 여주의 세종대왕릉 주변 등 서울 근교를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를 통해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거론한 구체적 사안들에 대해 타당성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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