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창시자 워런 버핏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지능보다 성격과 기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성공적인 투자자의 성격과 기질의 핵심은 손실과 위험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과 배짱이다.

시장의 역사는 한 가지 분명한 교훈을 보여준다. 아주 오랫동안 가치가 오르지 않던 자산도 언젠가는 오르며, 바닥 모르고 떨어졌던 주가도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요즘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그 교훈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불과 얼마 전 주가가 1,580p대까지 급락했을 때만 하더라도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고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주가는 1800p대를 훌쩍 넘어섰고 투자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에서 건축업을 하는 김모(49) 사장은 아파트와 상가 등 부동산 2채와 은행에 예치해 둔 현금자산 15억 원 등을 보유하고 있는 전형적인 자수성가 부자이다. 필자는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지식을 가진 그와 만난 지 5년쯤 됐다. 그런데 그는 “최근처럼 부동산 시장이 어렵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라는 푸념을 털어놓는다. 그의 투자론을 들어봤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상가가 그리 비싸지 않아 소액을 투자해도 상가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가격이 10배 이상 올랐다. 그렇다면 당시 투자했던 사람은 모두 돈을 벌었을까. “천만에요. 그 무렵 상가를 구입했던 사람은 30% 정도도 남아 있지 않아요. 대부분 두세 번 이상 소유자가 변경되었죠.” 김 사장의 이야기다.

그는 종종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내뱉곤 한다. 요점은 한국 사람들이 일상생활뿐 아니라 투자에서도 너무 급한 성격과 기질을 드러내 결국 투자실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사장의 외모는 부자인지를 전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부자 기질’은 아주 작은 대목에서 나타난다. 가령 은행에서 돈을 송금할 때가 그런 경우다. 그는 송금 수수료가 단 100원이라도 비싸면 500m나 떨어진 다른 은행으로 걸어간다. 가진 재산에 비해 조금은 ‘쫀쫀해’ 보일 수 있는 행동이지만, 이런 작은 습관이 쌓여 오늘날 그를 부자로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똑똑하거나 학벌이 좋은 사람이 돈도 많이 벌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즉 지능이 좋아야 부자가 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견해에 절대적인 공감을 하지는 않는다. 지식만 가지고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다시 말해 부자가 되려면 부자들이 가진 성격과 기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의 성격과 기질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성격과 기질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투자를 할 줄 아는 것이다. 성격이 너무 급한 사람은 주식 투자에 다소 부적합하다. 주가의 변동성을 견디지 못해 주가가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사는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사람은 기다림의 미학을 갖추어야 한다. 부동산의 성격상 매매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자의 기질은 타고나는 것일까? 김 사장의 결론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에 의해 성격과 기질도 바뀐다”는 것이다. 결국 부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 문승렬 약력

부자특성연구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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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