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인터넷 예약 등 불필요한 서비스 줄여 김포-제주 노선 대한항공보다 22% 저렴청바지에 티셔츠 승무원 유니폼도 파격… 17일 국내선 운행·내년 8월 국제선 취항

“진에어를 아시아 최고 프리미엄급 실용 항공사로 도약시키겠습니다.”

대한항공이 설립한 저가항공사 ‘진에어(Jin Air)’가 드디어 ‘돛’을 올렸다. 올 초 법인 설립때만 해도 불리던 이름은 에어 코리아. 하지만 실용적인 저원가 항공사의 이미지에 걸맞는 느낌을 주도록 출범과 함께 회사명을 바꿨다.

지난 6월 정식 출범식을 가진 진에어의 초대 수장직을 맡은 김재건 대표이사는 “중ㆍ단거리 항공 시장에서 명실상부 으뜸 항공사로 발돋움시키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국내에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는 외국 저가 항공사는 20여개에 달합니다. 이들 회사에 대항할 한국 기업은 아직 없는 실정이죠.” 김 대표는 “진에어가 외국 저가 항공사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토종기업으로 뿌리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저가 항공사로서 진에어가 취하고 있는 전략의 방향은 한 마디로 ‘경비 절감’. 불필요한 서비스는 과감히 없애고 축소해야만 항공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진에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00%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예약이 가능하다. 기존 항공사처럼 교환실에서 안내양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일이 결코 없다. 비용이 많이 드는 콜센터를 없애 원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또 공항에 나가 보딩 패스를 받는 것은 기존 항공사와 같지만 좌석 번호가 쓰여져 있지 않다. 승객들은 시내버스에서처럼 공항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좌석을 원하는대로 앉는 방식. 이 역시 항공기 탑승 수속시간 절약을 위한 방안이다. 어쨌든 기존 방식에 익숙한 고객들 입장에서 처음에는 독특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비용절감 노력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은 대신 고객들에게 저렴한 요금 혜택으로 돌아간다. 진에어 김포-제주 노선에 책정된 편도 기본 운임은 6만9,000원. 대한항공의 주중 운임 8만8,000원 보다 22% 저렴한 수준이다. 김재건 대표는 “기존 항공사 대비 80% 수준의 요금으로 고객가치를 극대화시킬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요금 할증 체계 또한 기존 항공사와 차별화된다. 지금까지는 주중과 주말로 요금이 차등화되는 것이 상례. 하지만 진에어는 시간대에 따라 할증 요금을 운영한다. 따라서 주말에도 시간대에 따라 주중 보다 더 싸게 항공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저가항공사로서 진에어의 변신은 복장으로까지 이어진다. 당장 기내 승무원들은 유니폼으로 진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 김 대표는 “파격적이고 캐주얼한 유니폼을 통해 승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돕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소개한다.

사명인 진에어의 ‘진’도 유니폼 ‘진’과 무관하지 않다. 진실을 대표하는 진(眞)의 뜻과 실용을 대표하는 진(Jean)의 이미지를 갖기 위한 의도에서다. 실용적인 가격으로 진실되고 참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7월17일 김포-제주 노선에 1일 8편(4회 왕복) 운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에어는 운항 횟수를 크게 늘려 나갈 계획이다. 김포-제주 노선은 10월부터 1일 16편, 12월부터는 18편으로 증가된다. 12월부터는 김포-부산에 신규 취항, 1일 8편 운항하고 내년 5월부터는 12편으로 늘린다. 또 부산-제주 노선도 내년 4월 운항을 개시한다.

진에어 항공기

“내년 8월이면 국제선 취항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원래 국제선을 막바로 띄우려고 했었는데 그때쯤 국토해양부의 기준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 대표는 “저가항공의 가장 큰 수요는 국내선이라기 보다는 국제선 시장에 있다”며 해외 노선 취항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해외 노선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인근 국가, 항공 자유화 지역에 우선 집중될 예정이다.

당장 B737-800 제트 여객기(189석) 1대로 출범하는 진에어는 항공기 보유 대수도 신속도로 불려나갈 계획이다. 9월과 11월에 1대씩을 더 들여와 3대로 늘린 뒤 내년 초에는 대형(292석) 기종인 A300-600항공기도 2대를 추가로 배치, 모두 5대로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는 200억원 매출 목표에 당장 60억여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1,200억, 2010년 1,600억원의 고속성장을 거듭, 곧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 대표는 3년 여만에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흑자 돌파를 위해서는 수익을 늘리고 비용을 낮춰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가 내건 모토는 멀티 태스킹.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다양하게 맡아 수행하는 전략이다. 일례로 기내 승무원이 비행기 탑승전 게이트 앞에서 승객들의 탑승권을 체크하고 기내 청소까지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비용을 줄여 혜택을 고객들에게 돌려 드리기 위함입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정비 조종사 운항통제 등 안전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절대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함을 보였다.

진에어의 주 이용 고객은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비즈니스맨과 요금에 민감하지만 자유롭게 여행하는 2030 여행자들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중장년층 및 노년층, 학생 단체 수요도 신규 고객이 될 전망. 반면 모회사인 대한항공은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과 상용 수요가 주축을 이루는 노선을 맡아 고품격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명품 항공사의 위치를 확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항공사를 만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진에어 김재건 대표는 “항공 자유화로 국가간 항공시장이 개방되는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단순히 요금만 싼 저가항공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춘 프리미엄급 실용 중ㆍ단거리 항공사의 대명사가 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