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의 최대 관심 대상은 삼성그룹이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삼성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임서를 회사에 제출했고,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동반 사직서를 삼성전자에 냈다.

삼성그룹 경영진 변화는 5월14일 단행된 사장단 인사와 이어진 임원 인사를 통해 1단계가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를 대표해온 윤종용 부회장도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번 삼성그룹 쇄신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 고객총괄책임자(CCO)라는 직책을 맡았던 그는 해외사업장으로 떠났다. 그의 자리이동이 삼성 특검의 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 조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전무가 이제부터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가 삼성의 경영인으로 거듭나려면 스스로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이 전무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속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경영수업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가 어떤 능력과 경영자질을 가졌는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건희 회장도 퇴진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이재용 전무는 어려운 해외사업장에서 스스로 자질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재용 전무의 홀로서기를 향한 길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가 풀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삼성가 황태자’란 심리적 기득권을 버려야 하고, 둘째는 삼성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며, 셋째는 베일을 걷어내고 세상과 더불어 호흡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이 과제들은 말로는 쉬워 보여도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이다.

특히 삼성의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가장 어렵고 큰 과제일 것이다. 그가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는 모습은 때로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세상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쇼’가 아니다. 보다 실질적이고 확실한 실적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전무는 숙명적으로 그에게 달라붙어 있는 ‘삼성의 황태자’란 부담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홀로서기에 나서는 순간부터 세상의 이목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릴 것이다.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의 하루일과는 어떤지, 심지어 그가 무엇을 먹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세상은 꼬치꼬치 캐낼 것이다. 그것이 세상 인심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필자는 이 전무의 백부인 이맹희 씨가 자신의 자서전을 써달라고 요청해 수 년간 친분을 나눈 적이 있다. 당시 맹희 씨는 세상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영덕으로, 울진으로 끝없이 자신의 몸을 숨겼다.

하지만 언론은 조그만 일이라도 그가 연루되면 대서특필하는 등 관심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신경질을 부렸다.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추진하려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일도 있었다. 세상의 지나친 관심이 그의 사업 의지를 꺾어버린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이재용 전무가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경영인으로 연착륙하느냐 여부는 물론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그를 바라볼 것이냐 하는 문제도 그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이다. 세상의 지나친 관심은 이제 갓 마흔을 넘은 이 전무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고, 자칫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의 향후 행보를 차분하게 지켜보는 세상의 아량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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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섭 재벌닷컴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