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아닐 것이다. 4월9일 18대 총선을 치른 후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에 ‘무서움’이란 단어가 동시에 나왔다.

조선일보 4월10일자 사설제목은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무서운 줄 알라”였다. 중앙일보는 “총선이 보여준 무서운 민심”이었다. 동아일보는 “총선 민의는 무서웠다”였다.

이 ‘무서움’을 미리 알지 못한 여ㆍ야 중진들이 실세였음에도 낙선했다. 특히 통합민주당으로 서울 도봉갑에 나온 김근태 후보<1947년생, 서울대 상대,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83-85년), 15대 의원(96년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16대 의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2003년) 17대 의원, 보사부 장관(2004-2005년)>의 낙선은 “이번 선거의 무서움”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그와 맞섰던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1963년생. 연세대 경제학과(81-85년), 게이오대학 정치학 박사(97-2000년) 서강대 겸임교수(2002-) 자유주의연대 대표(2004- ), 뉴라이트재단 이사(2006년- )>는 당선 소감을 말했다.

“민주화 시대에서 선진화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새 인물을 선택한 결과다. 김 후보는 인품과 자질이 훌륭하신 분으로 재충전해 다시 큰 일을 하실 것이다”고 위로의 말도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뉴라이트’ 신지호, 김근태 누르고 “강북우파 시대”>>라는 제목으로 사례를 분석했다. “ ‘민주화 시대’의 퇴장과 보수시대의 등장”이란 제목도 있었다.

또 하나 이번 선거의 상징은 전남 무안신안에서 출마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후보<1950년생.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1998- ), 17대 의원(2007년4월)>의 낙선이다.

동아일보 정치부문 전문기자 오명철은 분석했다. <<물론 (이번 선거의) 수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이른바 ‘3김 세도정치 30년’이 종언을 고했다는 사실이다. ‘공천 장사’의 ‘원조’는 아니었지만 ‘절대권력자’이자 ‘제왕적 총재’였던 이들의 시대가 가버린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3김씨를 욕하고 지원하면서 그들과 함께 각 분야에서 권세를 누렸던 우리 사회 원로들도 이제는 무대에서 내려와 후학들에게 힘을 실어줄 때다. 그렇지 않으면 노추만 더해질 뿐이다.>>

김홍업 후보의 선거에는 이희호 여사(1922년생)가 선거 막판까지 머물며 그를 도왔지만 여론조사에서 3위였던 무소속 이윤석 후보(전남 도의회 의장)에게 4백여표 차로 졌다.

연합뉴스 김재선 기자는 선거 결과를 요약했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DJ의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출마한 아들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특히 무안에서 이윤석 후보에 크게 뒤진 데다 자신의 고향인 신안지역에서도 민주당 황호선 후보보다 적은 득표를 한 것은 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DJ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던 이 지역이 이제 DJ와 동교동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이번 선거를 통해 대외적으로 선언했다고 할 수 있다.>>

김근태 후보의 무신경, 무관심은 신지호 후보를 당선케 한 ‘무서운’ 힘이었다.

김 후보가 3월25일 신 후보가 선거사무실을 개소할 때 도봉구민이라는 김상규씨가 벌인 1인 시위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았다면 의석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김상규 씨는 ‘뉴라이트 신지호 씨! 친일교과서 편찬에 대한 공식입장을 듣고 싶습니다”는 피켓을 들고 선거사무실 앞에서 시위했다.

김씨는 시위 이유를 말했다. << ‘교과서 포럼’ 인터넷 사이트에서 운영위원으로 신지호 씨 이름을 확인했었는데 오늘 다시 들어가 보니 이름이 빠져 있다. 그동안 교과서 편찬에 관여하다가 논란이 일자 이름을 쑥 뺀 것 같다. 국민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만큼 국민 앞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

이런 시위에 대해 김근태 후보측은 관심을 보인 흔적이 없다.

동국대 명예교수 주종환 박사는 ‘뉴라이트의 실체, 그리고 한나라당’이라는 저서의 글머리에서 “이완용의 부활을 경계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반민족성”이란 제목으로 글을 쓴 바 있다. 이를 요약하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성을 밝히고 그 이론의 시대주의적 반민족성을 폭로하기 위해 필자가 과거 10여 년에 걸쳐 써왔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예기치 않게 때마침 뉴라이트 쪽 사람들이 펴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ㆍ 현대사’가 발간되었다. ‘대안교과서’는 식민지근대화론자인 뉴라이트 계열의 사람들이 엮은 책이다. 필자의 이번 책은 이들의 역사관을 반민족적 역사관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완용의 역사관의 부활이라는 면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근태 의원은 1인 시위를 한 김상규씨, ‘뉴라이트…’ 책을 쓴 주종환 박사를 만나 ‘뉴라이트와 대안 교과서’ 대책에 대해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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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