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원은 5월6일 낸 <북한이해 2008>이란 교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위 표기 없이 ‘김정일’로 썼다.

‘2008’판은 ‘2007’판에서 강조했던 6ㆍ15 공동선언의 의미와 관련한 내용을 삭제했다. ‘2008’ 판에는 “1990년대 초 탈냉전이라는 국제질서의 흐름 속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바꿨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10ㆍ4 선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선언의 의미가 강하고 국민적 합의 및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미비하다는 한계를 보여줬다”고 썼다.

이에 대해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올해 <북한이해>는 통일교육 기본계획에 따라 미래지향적 통일관, 건전한 안보관, 균형 있는 북한관을 확립하기 위해서 내용을 소폭 수정. 보완했다”고 했다. <북한이해>는 매년 통일교육원이 2만부 가량 발간해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에 배포하는 것으로서 북한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 등 각 분야 정보와 최근 남북관계 변화상이 담겨 있다.

2007년 4월 미국에서 를 낸 국민대 안드레이 란돌프 교수<1963년생. 구소련 레닌그라드 출신. 레닌그라드 대학생으로 84~86년 김일성대학에 유학해 한국어 문학과 졸업. 89년 귀국해 레닌그라드대 박사(한국사). 96년까지 호주 국립대 한국사 교수>는 <북한이해 2008>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위를 삭제한 것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가 쓴 에 담담하게 수필처럼 써 있다. 한국의 ‘코리아 타임스’, 방콕의 ‘아시아 타임스’에 냈던 기고문을 정리하고 거기에 소비에트 러시아 시대를 배경에 깔면서 그는 이 책을 썼다. 그는 스스로를 ‘우파적 햇볕주의자’라 부르고 있다

376쪽에 달하는 그에 책에는 적어도 1백여 쪽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써 있다. 그의 김 위원장을 보는 눈은 바로 매일의 북한을 보는 따뜻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이를 요약한다.

<<한국의 북한학자들이 2000년에 집계한 북한 중앙방송국의 보도 경향은 오늘의 북한의 모습이다. ▦34.2%가 김일성, 김정일 찬양 ▦28.8%가 노동자 격려 ▦17.4%가 주체사상 선전 ▦12.0%가 남한인민의 고난에 관한 것이다. … ‘로동신문’ 등도 어느 공산주의 국가의 당기관지에서 보다 읽기 따분하고 지루한 것들로 가득 찼다. 나는 ‘로동신문’의 2000년은 구소련의 1950년의 프라우다라고 느꼈다. 특히 김정일은 이 신문의 주필 이라고 생각한다.… 2005년 4월25일은 북한의 건군 기념일이고 김정일은 중국을 방문 중이었다. 이날 TV는 30분 동안 그의 중국 방문과 건국 주역들 인터뷰 등으로 가득했다. 용천역사의 열차 폭발사고는 한마디도 없었다. 역사에 몰려 구호하는 외국인 의사들, 구호 요원과 엔지니어들의 활약은 볼 수 없었다. 나는 이를 보고 멀지 않은 장래에 변화가 오리라 생각했다. … 김정일은 탁월한 고고 학자다. 이런데도 그는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를 질타했다. 고구려가 한반도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찾아내라는 것이었다. 74년에는 동명왕릉을 복원했다. 72년 헌법 개정을 통해 그때까지 수도였던 서울을 평양으로 바꾼 것도 김정일이다.… 그는 북한 인민에게 어디든지 돌아 다닐 수 있는 ‘통행증’을 발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84년에는 쌀로 술을 만들지 말고 옥수수로 대체토록 했다.… 그가 피우는 담배는 장수연구소에서 만든 특별 담배다.… 그는 93년 만든 국가 정치보위부의 실제 부장이다.… 나는 2001년 ‘자강도의 인민’이란 영화를 보면서 희망을 가졌었다. 1996-99년 기근 때 최북단의 자강도는 최악의 상태였다. 이 영화는 고난 속에서도 김정일에게 바치는 자강도민의 충성심을 기린 것이다. 그러나 옥수수에 술을 섞어 밥을 먹는 장면이 몇 번 있었다. 나는 북한의 영화도 이제 사실주의에 들어섰다고 느꼈지만 그건 순간 이었다. … 이런 솔직함은 계속될 것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 후의 북한의 모습은 여전했다. 구소련은 30여 년을, 중국은 25년을 자유주의쪽으로 개방에 노력해 성공했다. 그들의 남쪽에는 풍부한 자본주의 반쪽 국가가 없었다. 중국에는 ‘남중’이 소련에는 ‘남소’가 없었던 것이다.>>

란돌프 박사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친애하는 지도자’, ‘광명성’, ‘경애하는 장군’,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으로 호칭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버지 김일성의 ‘위대한 수령’을 언제 쓸 것인가에 북한의 내일이 있다고 본다.>>

김정일 국방 위원장에게 가끔 ‘위대한 수령’이란 호칭이 사용되지만 공식화된 적은 없다. ‘주석’이란 직위는 헌법 상 ‘김일성’에게만 쓰게 되어 있다.

란돌프 박사는 구소련에서의 경험, 북한을 연구한 느낌을 종합해 김정일이 ‘위대한 수령 김정일’을 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가 김정일을 ‘작은 스탈린’으로 알고 있고 그가 60년대부터 겪어온 북한의 정치 역정을 볼 때 그는 ‘수령’을 거절할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김정일은 소련의 정치를 지켜보며 느꼈다. “개혁은 결국 혁명을 가져 온다. 혁명이 나면 ‘위대한 수령’이라 누가 나를 부를 것인가? 차라리 ‘경애하는 장군’이 낫다.

이번 남한의 ‘국방위원장’ 직위 떼기를 김정일은 어떻게 볼까? 란돌프 박사의 해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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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