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이 이달 말이면 추억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1926년 일제에 의해 경성운동장이란 이름으로 건립된 동대문운동장은 본래 체육진흥이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왕 결혼을 기리기 위한 씁쓸한 기억으로 만들어졌지만 해방 후 1959년 축구장에 이어 야구장이 건립되면서 국민의 꿈과 희망을 생산하는 공간이었다. 전쟁을 방불케 한 한일축구전에서의 일체감과 봉황대기 등 국민 스포츠였던 고교야구의 열기도 그곳에서 피어났다.

1984년 잠실 종합운동장이 건립되기까지 그렇게 동대문운동장은 대한민국 체육의 메카였다. 이후 동대문운동장으로 명칭이 바뀌어 쇠퇴의 길을 걷다가 청계천 복원공사로 서서히 자취를 잃더니 작년 12월부터 운동장 철거작업이 시작되면서는 고유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였다.

근대 스포츠의 요람으로 82년의 역사를 가진 동대문운동장은 이달 말 완전히 철거되면 휴식, 녹지, 문화 복합공간으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가 2010년까지 건설된다.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고 했는데 추억이 될 동대문운동장이 더욱 그렇다.




글·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