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5시5분께 북한 영변 5MW원자로의 냉각탑이 “쾅!빵!” 폭발음과 함께 내려 앉았다.

이를 지켜본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 원자력총국 리용호 처장과 악수하며 말했다. “비핵화 과정의 중요한 절차가 이행됐다” 북측의 원자력총국 관계자는 “6자회담의 전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징후”라고 했다.

7월2일 저녁 지난 대선과 총선의 패배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관심분야가 남북 관계임을 상기시키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왜 왕따를 자초하느냐… 중국의 중조일치(中朝一致) 전략을 주목해야 한다… 비핵.개방3000은 큰 틀의 그림이나 전략이 아닌 사업계획이다.…정부가 빨리 남북 관계를 정상화시키지 못하면 국가와 민족의 이익에 대단히 불행한 일이 생긴다. 앞으로 2-3년 내에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생길 것이다.”

정 전장관은 2005년 6월17일 6ㆍ15 5주년 축하대표로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중단상태에 있는 6자회담 재개의 틀을 마련했다.

지난 7월1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말했다. “냉각탑 폭파는 매우 훌륭한 신호다.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핵신고서를 분석하고 검증방안을 고안해 철저히 검증하는 게 급선무다.

북한은 신고한 핵프로그램을 검증하는데 완전하게 협력키로 약속했다.… 많은 이들은 모든 사항이 한꺼번에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때때로 점진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할 경우도 있다. 1년 전에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영변 핵 냉각탑 폭파로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으로 관심이 이전됐다는 것을 유의하기 바란다.”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 일찍이 북한의 핵신고와 냉각탑 폭파를 예측한 이가 있다.

7월1일호 ‘어제와 오늘’에서 소개한 ‘피스메이커’의 저자인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최고의 대북전문가’라고 평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북한담당)이다. 그는 3월에 동국대에서 ‘북한의 선군외교 연구: 약소국의 대미 강압외교 관점에서’로 박사학위를 얻었다. 지금은 이화여대 북한학 협동과정 초빙교수로 있다.

그는 지난 5월28일 박사학위 논문을 풀어 써 ‘북한의 선군(先軍)외교-약소국 북한의 강대국 미국 상대하기’를 냈다.

서 교수<1954년 서울 태생, 서울대 사범대, 존스 홉스킨 국제정치학 석사, 국정원(1980-2008)>는 ▦국정원 과장으로서 2000년1월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박지원-송호경 싱가포르 회담 수행 ▦2000년6월3일 임동원 특사가 김정일 위원장 만날 때 배석 ▦2000년 9월 김용순 대남비서 제주도 수행 ▦2002년 4월4일 임동원 특사가 김 위원장을 만날 때 조정관으로 참석(이날 김 위원장이 “남에서 왜 “폭탄주를 마시냐”고 묻자 “마실 때 부드럽고 빨리 취하기 때문이다”고 대답) ▦2003년1월 임동원 특사가 북핵 문제로 평양 갔을 때 추진단장 ▦2007년10월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 전략종합팀장으로 일했다. 그는 28년 넘게 북한 문제를 다뤘다.

서 교수는 ‘북한의 선군(先軍)외교…’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8월 한국의 언론사 사장단을 만나 ‘선군정치’, ‘선군외교’가 자신의 통치철학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리고 냉각탑 폭파까지 김 위원장의 ‘선군외교’는 대미외교의 전략 전술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핵 신고는 ‘선군외교’의 면에서는 예측되었던 것이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70세가 되는 2012년 경에는 선군외교를 통한 ‘체제수호’가 보다 자유스러운 ‘체제발전’으로 바뀔 것이며, 그 때문에 ‘선군외교’는 퇴색할 것으로 봤다. 이를 요약한다.

<<…내 힘은 군력에서 나옵니다. 외국과 잘 되려면 군력이 있어야 하고 외국과 관계에서 힘도 군력에서 나오고, 내 힘도 군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김 위원장의 한국 언론사장단과의 대화내용) … 선군외교는 탈냉전의 외교적 고립상황에 직면한 북한이 외교정책 전반에서는 대미외교를 중심으로 하고 대미외교에서는 핵, 미사일 등 비대칭 강압수단을 활용하는 외교전략이다. … 국제 질서 속에서 안보.생존과 절대적 자주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강대국들이다. 이런 점에서 생존과 절대적 자주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선군외교의 목표는 실제로 강대국의 전략적 이상(理想)이다. 이런 강대국의 전략을 약소국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그 결과는 다른 국가이익, 즉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국익의 침해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국익 침해가 지속된다면 북한 체제는 발전잠재력이 고갈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체제 생존력이 의문시되는 역설적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중장기적으로는 선군외교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체제와 정권의 존속과 생존을 위해서 고립주의적 ‘절대적 자주성’을 점차로 이완시키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그리고 2008년은 ‘김정일 정권’의 제3기(2008년9월~2013년8월)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으로 체제의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와 함께 김정일의 노령화로 인해 후계 문제도 점차 거론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김정일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들이 현재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선군외교는 현재 북한에서 선군노선이 제도적으로 뿌리 내려가고 있는 이상 당분간 사라지지 않겠지만, 향후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이 체제목표를 체제수호에서 체제발전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 점차 가시화된다면 점진적인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정 된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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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