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6일부터 30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나는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에 들려 ‘금강산 문제’에 대해 말했다.

<<멀쩡한 국민이 무장을 했나. 뒤에서 대놓고 쐈는데 이는 남북문제를 떠나 국가간 원칙에도 벗어난다.… 북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늘 ‘동족’을 이야기했지 않은가… 북한에서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도록 당사국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특사는 지금 시점에서 북한이 안 받아들일 텐데 우리가 굳이 특사를 제안할 필요가 있나. 특사는 남북문제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결과적으로 잘되지 않겠나. ‘통미봉남’ (通美封南:북한이 남한을 따돌리고 미국과만 대화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북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한미,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으니까.>>

이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었다고 기자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에 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타깝다는 목소리를 냈다. 22일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 ‘금강산 문제’에 대해 조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 때 사전보고를 받고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야기를 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 사건은 현미경으로 자세히 보고 대북교류협력 및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망원경으로 멀리, 넓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하루 빨리 만나야 한다. 두 사람 다 솔직하고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공통점이 있어 대화가 잘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마디의 말이 없다. 그의 대변지인 노동신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잠잠하다.

12일 베이징에서 있은 북핵6자회담에 참석했던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는 사고 소식을 듣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김 위원장이 보다 빨리 ‘금강산 문제’에 무엇인가 운을 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후나바시 요이치 주필<1944년 중국 베이징 태생. 도쿄대 교양학부(68년). 게이오대 법학박사. 베이징 특파원(80-81년). 워싱턴 특파원(84-87년). 미국 총국장(93-97). 칼럼니스트(2000-2007). 주필(2007.9월>. 그가 2007년 1월에 낸 <김정일 최후의 도박-북한 핵실험의 막전막후 풀 스토리>에서 김 위원장의 침묵의 이유를 찾아 본다.

후나바시는 2005-2006년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 초빙학자로 가서 한반도에 불어 닥친 북핵을 둘러싼 풀 스토리를 구상하고 썼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640쪽의 ‘김정일의 최후 도박’에는 부시, 후진타오, 푸틴, 고이즈미, 노무현 등 180여명의 관리, 외교관, 학자가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김정일 위원장이다.

후나바시가 서술한 몇 장면을 요약한다.

<<2002년 9월17일 고이즈미 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말했다. “납치문제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진상조사를 했습니다. 수십 년의 적대 관계가 그 배경에 있지만 참으로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나 자신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까지 특수기관의 일부가 망동주의, 영웅주의로 치우친 나머지 이 같은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을 행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특수기관에서 일본어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남의 신분을 이용해 남(南)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니다. 나는 이 같은 것을 알게 된 뒤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절대로 이 같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 유감스러운 일이었음을 솔직하게 사과하겠습니다.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앞으로 이 같은 유감스러운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해 주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여기서도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최근 조사를 통해 실상을 알게 됐습니다. 나는 여태까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특수부대가 자발적으로 훈련하고 건너갔습니다. 그 부대도 어느 부대인지 찾아 냈습니다. 앞으로 이 같은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 드립니다. 특수부대가 여럿 있는데 과거 유물이므로 정리하겠습니다.”>>

고이즈미가 만나본 김 위원장은 김 전대통령이 본대로(2000년6월15일) ‘솔직한’면이 강했다.

고이즈미가 평양으로 가기 직전 8월12일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부시는 북핵과 김정일에 대해 말했다.

<< “김정일이란 사람은 내가 볼 때 좋은 점이 하나도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인간 중 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메모를 봐 가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통상, 전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부시의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이 문제를 장난 삼아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그것도 인식하고 있다. 북한은 ‘악의 축’이지만 다른 나라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을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법이 그렇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휴가 중 후나바시의 ‘김정일 최후의 도박’을 꼭 읽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을 북한을 다루는 공무원들에게 사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이 책에 나온 여러 다른 주인공에 대한 평가를 전해 주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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