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오히려 풍선효과 부른다"조용숙 "단속하되 지원 병행해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 4년이 되는 23일을 전후해 경찰은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의 성매매집결지 등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한 의문과 함께 서울 장안평에서는 단속과정에서 업주들이 경찰의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면서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전히 성매매 근절론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성매매 합법화 또는 비범죄화가 오히려 성매매를 줄일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성매매 단속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성문화에 대해 각기 다른 문제 인식과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성매매 단속이 실효성과 대안측면에서 올바른 것인지, 또한 성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문화수준을 좀 더 안정된 시각에서 점검한다. 인터뷰는 23일 서울 시내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이뤄졌다.

■ “무조건 금지주의 대안 아니다”_김성한 고려대 <섹슈얼리티 연구> 강사

- 현재 장한평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는 학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여성이 돈을 벌기 힘든 구조다. 대부분의 성매매 종사 여성은 중,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성매매를 금지했을 경우에 이들의 생존권을 어떻게 보장할 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여성이 많다는 게 성매매 근절론자들의 현실 이해고, 그런 문제인식에서 성매매 집중단속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단체에서 그렇게 얘기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요된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자발적인 성매매를 하는 사람도 있다. 성매매 집결지가 아닌 속칭 ‘룸살롱’등의 경우가 그렇다. 한달에 수백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자발적이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애매하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 원하지 않더라도 직업으로 선택했다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렇다고 성매매를 마냥 놔둘 수는 없지 않나

풍선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경찰이 지금 하는 식으로 한쪽을 집중 단속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성매매가 창궐한다. 지난 4년간 청량리, 미아리, 장한평 등 눈에 보이는 성매매 업소를 집중 단속하니 성매매 집결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룸살롱’, ‘안마’ 등의 변종 성매매 업소가 늘고 주택가로까지 스며들고 있다. 지난 4년여동안 사회전반에 성매매가 오히려 더 활성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 대안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생계시스템을 사회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금지주의 대신 규제주의나 비범죄주의로 가되, 적극적으로 여성의 직업, 사회생활의 기회를 확보하면 자동적으로 없어질 것이다.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자기가 원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

- 모범이 되는 나라가 있나

우리나라는 무조건적인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나 독일, 미국 네바다 주 등은 정부 관리하에 직업으로 인정하는 규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성매매 처벌 규정이 없지만,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아닌 비범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 김성한

고려대 불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철학과 박사학위. 현재 강원대, 고려대, 서울여대 등에서 강의. 『섹슈얼리티의 진화』 『인간 본성과 사회생물학』저자.

■ “성매매 묵인하면 오히려 활성화한다” _조영숙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소장

- 현재 장한평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잘하고 있다. 이미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블랙 마켓에 대한 뒤늦은 확인과 발견이다. 우리나라 성매매 집결지 역사는 50년도 넘었다. 90년대 벤처 붐과 인터넷 발달로 성매매가 사회 전반으로 더 확산했다. 성을 파는 여성이 길가는 남성을 유혹한다는 성매매에 대한 통념이 깨진 지 오래다. 알선구조와 연결고리가 작동하는 광범위한 산업화가 위험수준에 도달했다.

- 경찰의 단속이 일시적이고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취지에 동의하지 않으니까 핑계를 찾는 것이다. 끊임없는 합리기제의 작동이다. 안전벨트를 안 맬 자유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 국가가 제한하는 것과 같다. 어느 게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해악인가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기준을 세우고 강화하는 게 당연하다. 성매매 업주들과 유착관계를 맺어왔던 경찰도 이번 기회에 과거청산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 성매매 종사 여성의 생존권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이 있다

미국의 노예해방 운동 시기에 많은 흑인들이 다시 주인에게 노예로 삼아달라 청원하기도 했다. 기술, 토지 등 생존을 영위할 자원이 없어서였다. 노예제를 폐지하려면 노예에게 토지를 나눠주고 자원을 제공해야 했다. 성매매 근절 역시 이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오해가 있다. 2000년에 UN에서 성매매 방지 의정서가 채택됐다.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와 성매매 알선 행위는 여성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가 처벌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성매매 시스템이 폭력과 착취의 구조를 띠고 있다면 명백한 범죄다. 장기매매를 본인이 동의해도 허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대안은 무엇인가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되 여성 보호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들의 인력시장과 일자리를 국가가 사회정책 차원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탈 성매매 지원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잇는 루트와 시장을 만들어 일자리를 보장해야 재유입을 방지할 수 있다.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성매매 방지법은 외발이 아니다. 보호법과 처벌법으로 이뤄져 있다. 보호법에 의한 보호시설은 적극적으로 깔린 데 반해서, 처벌법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왔다. 뒤늦게 단추 끼웠지만 같이 가야 한다.

- 참고할 외국 사례가 있나

2000년 이후 많은 유럽국가들이 성매매 금지법을 제정했다. 호주 빅토리아 주는 84년 풍선효과 방지를 목적으로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성매매 금지 때보다 4배의 성매매가 발생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최근 홍등가를 폐쇄했다. 성매매 집결지를 합법화시켜놓으니 모든 범죄의 온상으로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매수자들이 쏠려 수요가 늘었고, 주변으로 흘러가서 교외 지역에서 비합법적 성매매 업소가 증가했다.

공창제를 하는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에서도 정책에 대한 재고가 이뤄지고 있다. 성매매가 사회적으로 허용되면서 당연한 것처럼 오히려 확산되고 성매수자 연령이 낮아졌다.

◇ 조영숙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소장.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