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 대회의 장 필요성에는 공감, 법적 보완에는 이견

정부의 ‘종교편향’ 논란으로 인한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한 불교 조계종은 26일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에서 "경제에 어려움이 있고 여타 사회 갈등으로 고통이 큰 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대승적(大乘的)으로 판단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결의했다.

‘종교편향’ 논란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불교계와 기독교계다. 종교 갈등이 없는 모범국가로 꼽혀온 우리나라에서 이번 갈등은 기독교계와 불교계에 무엇을 남겼을까.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종교지도자가 아닌, 대표적 평신도 단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 을 만나 사태를 좀 더 차분한 시선에서 점검한다.

이들은 종교간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법적 보완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감정의 앙금 역시 강하게 느껴졌다.

인터뷰는 1일 서울 시내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진행했다.

■ "제도적 보완책 만들어야"


윤남진 참여불교재가연대 협동사무처장

- 조계종의 사과 수용 방침에 따라 반발이 일단락 된 것인가

대통령과 경찰청장에 대한 요구사항 있지만, 말 그대로 대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유감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인 것이다. 범불교도 대회서 사과 요구 한 것과 맞느냐 논란 않겠다 취지다.

진정성과 관련해 국회에서 그 문제와 관련해 입법 되느냐 여부로 판단할 것이다. 입법조치는 여전히 절박하다. 이런 일이 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 사인이라면 어떻게 종교활동을 하던간에 상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직자는 안된다.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있으면서도 주일학교 교사를 계속했다. 공직자의 종교활동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작년에 헌법학자, 법학자 설문조사 해보니 80% 이상이 공무시간에 종교활동 참여는 위헌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공적 시간과 장소는 공공의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므로 그 목적에 맞게 이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뉴욕총영사는 근무시간에 매일 성경강의를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기독교인인 공정택씨가 교육감인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공적 문서수발 시스템을 이용해 기도회를 홍보한 바 있다.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예배를 드렸다. 부적절한 처신이다.

- 정부의 잘못을 기독교계가 뒤집어 써 종교갈등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했다는 분석이 있는데

일부 장로급 이상의 기독교도들이 ‘성시화’ 시민회의를 만들어 신정일치를 꿈꾸고 있다. 이들은 전국에 50여개 성시화 조직을 만들어 정치영역과 공직을 선교에 활용하고 있다. ‘성시화’ 운동이란 종교개혁 때 칼뱅이 종교 원리로 제네바를 통치할 때 나온 말이다. 칼뱅은 종교 원리를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 성매매를 없애는 정결화 운동을 벌였고, 30명을 화형, 교수, 참수 등의 방법으로 무자비하게 죽였다.

-‘성시화’ 운동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나

이들은 책자로도 ‘성시화 운동 칼럼’을 내고 있다. 춘천에서 대회를 열기도 했다. 신자가 아닌 사람은 도시를 떠나야 하고, 시 예산의 10%를 ‘복음화’에 이용해야 한다는 강령을 채택하고 있다.

기독교계 원리, 근본주의자들이 핵심세력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뉴라이트 등이 이념으로 포장했지만, 뉴라이트 재단 구성원 면면을 보면 기독교인에 의한 목표 그룹임을 확인할 수 있다.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 무너질 개연성 있다.

- 어떤 법적 보완이 필요한가

현재의 국가공무원법은 성실, 공정, 품위 유지, 정치활동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직무상 종교편향 문제가 발생하면 품위 유지 조항을 적용해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 종교적 중립의 의무를 넣어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한나라당 안처럼 정치활동의 조사, 판단권을 중립적 기관인 국가인권위에 줘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게 하는 것을 지지한다.

-이번 사태가 남긴 것은

법과 상관없이 한국종교의 미래 위해서 주요 종교에 대한 시민사회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시민의 요구 추론해서 해결해야 한다. 기구 만들어 토론을 본격적으로 할 때다. 범 종교적으로 해야 한다.

■ "종교갈등 몰고가는 것은 왜곡"


양세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총장

- 종교갈등이 진정국면으로 가고 있는 듯 한데

현재 이 상황을 뭔가 종교간의 갈등으로 보는 것은 100%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행정적인 실수였다. 이명박 행정부의 실수고 개인의 처신 잘못이다. 공직자로서 퍼블릭 한(공공의) 위치에서 사적 감정 표출한 것이다.

대기업 시이오가 뇌물문제로 구속되면, 모든 기업을 다 악덕기업으로 볼수 있나.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기독교와 불교의 종교전쟁,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왜곡이다.

- 어떻게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고 보나

사안의 성격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평소에 못마땅했다고 인민재판하면 안된다. 하지만,기독교계나 교회도 욕먹게 된 이유를 반성해야 한다.

- 일부 목사들의 정치설교 등이 다른 종교인들이 기독교에 불편한 감정을 품게 한 원인은 아닌가

전국의 교회가 5만여개다. 목회자는 수십만명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 비중이나 영향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다수의 교회는 정교를 분리해서 냉철하게 사고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왕따 있다고 해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 냉철하게 봐야한다.

- 이번 사태를 통해 교계가 얻은 성찰은 무엇인가

‘하나님을 섬겨라’ 와 ‘이웃을 사랑해라’는 동시 계명인데, 한가지가 안 지켜진 것에 대한 반성이 있다. 이번 사건 겪으면서 전체로서의 기독교가 고민해야 할 것은 한국교회와 기독교가 다른 종교, 비종교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다. 마음을 얻는 기독교가 돼야 한다.

- 배타적 신앙관, 공격적 선교방식 등이 문제는 아니었나

내가 내 아내만 사랑하는 것이 배타적인가. 내 아내를 공유하고 공개할 수는 없다. 신앙의 진리에 대한 비유다. 기독교인에게는 예수그리스도가 신앙의 길이다. 종교적 신념은 정당하다. 기독교인의 종교적 신념 문제삼는 것은 예의 없고 무리하다.

다만, 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종교적 신념을 사회적으로 얼마나 소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독교는 우리의 선교행태가 아니라, 종교적 신념을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 얻으면서 소통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배타적 유일신 버릴 것을 요구할 일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 존중해주되, 사회와 소통과정에서 방식 을 고민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 종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공직자로서 종교인들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제도화, 훈련이 없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다 고민 안한 것 사실이다. 사적 영역에서의 종교적 삶과 공직자로서의 종교인의 책임은 다르다는 것은 깨닫는 사건이 됐다. 공직에 나타나고 드러나는 종교인들의 책임과 책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종교차별 금지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검토해봐야 한다. 어떤 내용을 요구하는지 구체적 안이 나오면 검토해봐야 한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