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입버릇으로 담고 살아 가고 있습니다. 한번은 기회가 있어서 여러 직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석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바로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었지요. 받는 스트레스의 내용을 물은 즉 가장 큰 것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직장 상사, 직장 내에서의 경쟁, 그리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등을 들었습니다.

스트레스는 이렇게 남한테 받는다고 공공연히 불평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하는 일이 잘 안 되는 경우나, 동료가 나보다 먼저 승진한 경우 등은 자신의 책임이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에 또는 자존심 때문에 남에게 잘 드러내놓지를 못합니다. 그렇지만 소위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더 하면 더 했지 못 하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면, 자꾸 쌓이게 되고, 쌓이면 어떤 방법이든지 이를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자, 스트레스는 정말 받는 것일까요? 앞서 말씀 드린 괴롭히는 상사, 경쟁, 인간관계, 잘 안 되는 일, 승진탈락 등을 우리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부담, 즉 스트레서 (stressor)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이 스트레서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우리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를 스트레스반응 (stress reaction)이라고 하지요.

스트레서는 각 개인이 선택할 수 없어 ‘받는다’고 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반응은 얼마든지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즐겁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괜찮은 환경인데도 힘들고 고통 받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스트레스반응을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이 받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반응의 조건화 (conditioning)라는 것인데요.

같은 자극과 부담을 반복적으로 받으면, 같은 스트레스반응이 일어나도록 학습된다는 것입니다. 상사에게 한두 번 야단을 받을 때는 잘 수긍이 되었는데, 몇 번 받다 보니, 나중에는 그 때마다 열불이 나고, 심지어는 상사가 야단을 치지 않았는데도 그 얼굴만 보면 숨이 가빠지는 현상입니다.

조건화된 스트레스반응은 유전된 것도 아니고, 체질도 아니고, 성격도 아닌 단지 학습된 몸의 습관입니다. 따라서 탈조건화 (deconditioning)이라는 재학습을 통해서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습니다.

보통 3개월의 훈련이 필요한데, 자신을 민감하게 하는 상황과 부담들에 대해 여태껏 했던 것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연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할 일이 열이면 일부러 여덟 만하기, 일부러 어질러 놓고 살기, 약속시간 어기기, 일부러 져주기, 욕먹을 짓 해보기, 기다리던 지하철 타지 않기, 지저분한 화장실 사용하기 등입니다.

물론, 이런 재학습 훈련이 사회적으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또한 처음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손해 같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재학습이 되면 몸은 많이 둔감해지고, 힘들지 않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업무능력이 향상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내가 스트레스를 선택했다 라고 하는 것과 동의어입니다. 여러분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까? 아니면, 선택했습니까?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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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