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매우 높다. 이는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을 때 이미 진행된 암인 경우가 많고, 수술이 가능한 조기 폐암인 경우에도 수술 후 재발이 잦기 때문이다.

폐암의 원인으로는 흡연과의 연관성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폐암 환자의 85~90%가 흡연을 하거나 과거에 흡연을 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흡연자의 20% 미만에서만 폐암이 발생하므로 흡연 이외의 다른 인자들이 기여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석면과 같은 직업성 발암물질이나, 연소와 관련된 발암물질, 라돈 같은 환경방사능, 폐섬유화증 같은 기존의 폐질환, 유전적 소인 등이 가능한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폐암과 같이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암의 경우, 조기 발견이나 일차적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폐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획기적인 검사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 여러 학자들은 폐암의 예방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흡연이 폐암의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이므로 우선적으로 금연에 대한 계몽 운동과 금연 보조제의 개발이 계속되어져 왔다.

한편으로, 몇 가지 미량영양소가 사람 체내에서의 산화물질에 의한 DNA 손상을 막아서, 폐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해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일례로, 항산화 작용이 있는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베타 카로틴(β-carotene)를 투여해 폐암의 발생이 감소하였는지를 살펴본 여러 연구에서 베타 카로틴은 폐암의 발생을 감소시키지 못했으며, 한 연구에서는 흡연자에서 베타 카로틴을 투여한 경우 투여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폐암 발생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밖에도 비타민 E의 일종인 알파 토코페롤(α-tocopherol), 당근이나 토마토에서 발견되는 알파 카로틴(α-carotene), 토마토에서 발견되는 라이코핀(lycopene), 사과에 많이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크레송 등의 십자화과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아이소싸이오싸이어네이트(isothiocyanate) 등에 대한 연구들이 있었으나 아직 폐암에 대한 예방효과가 확실히 밝혀진 미량영양소는 없는 실정이다.

이런 식이와 폐암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교란 요소는 바로 흡연인데, 흡연은 폐암의 원인으로서 다른 어떤 것들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흡연의 영향으로부터 식이와 같은 생활습관 관련요인의 영향을 분리해 내는 것은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베타 카로틴이나 알파 토코페롤 등의 미량 영양소 섭취가 폐암을 감소시킨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게다가 베타 카로틴을 흡연자에서 추가로 복용할 경우 폐암 발생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이밖에도 다른 미량 영양소에 대한 폐암 예방 가능성을 여러 연구들이 제시하고 있으나, 워낙 흡연의 교란 요인이 크고 미량 영양소 섭취를 정량화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권장할 수 있는 폐암 예방법으로는 금연 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미량 영양소들을 폐암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공경이 체증”이 될 수도 있으며, 기존의 일반적인 식생활을 유지하면서 균형 있는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이희석 국립암센터 부속병원 호흡기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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