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에 치료법도 없는 고통 단번에 해결… 수술·약물 치료보다 안전신경 주위 근육 자극해 손상된 기능 회복시켜… 경혈 자극 침술과는 큰 차이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50대ㆍ여) 씨는 20년 동안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렸다. 경기 분당의 정모(60대ㆍ여) 씨도 10년 이상 극심한 두통이 계속돼 말 못할 고통을 받아왔다.

이들 모두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긍긍하며 CT촬영이나 MRI, 초음파 같은 일반적인 검사를 해봤으나 아무 이상도 밝혀지지 않았다. 퇴행성 관절염과 만성 요통으로 고생하는 C(70대·여)씨는 통증 때문에 거동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선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며, 수술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변에는 원인도, 치료법도 뚜렷이 없는 만성통증을 앓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더구나 노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퇴행성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인구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요즘 같은 세상에 통증 하나 못 고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성통증은 여간해서 치료되기 어렵다. 일부 통증환자는 수술을 받기도 하지만, 제대로 치료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수술 부작용으로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차병원 이영진 교수(만성통증센터장)는 이처럼 고치기 힘든 만성통증치료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 환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2개의 전문의 자격증(가정의학과, 신경과)도 모자라 중국 후생성이 공인한 한의사 자격증도 취득한 ‘괴짜의사’다. 그가 여러 개의 전문의 자격증을 소유하게 된 이유는 골치 아픈 만성통증치료 때문이다.

연세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근골격계의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환자를 많이 접했던 이 교수는 만성통증에 대해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IMS라는 심층신경자극요법을 접하게 된 그는 통증치료에 새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가 만성통증치료에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IMS(Intra Muscular Stimulation)는 긴 바늘을 이용한 심층신경자극요법이다. 미세 바늘을 이용해 약물투여 없이 치료한다는 점에서 한의학의 침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치료원리와 방법은 다르다.

한방의 침술이 경혈을 자극하는데 치료인데 반해 IMS는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 5cm이상 깊게 바늘을 넣어 통증을 지배하는 신경주위의 근육을 자극해 신경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치료다. 이 교수에 따르면 만성통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CT촬영 등 일반적인 검사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결과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다. 그는 후자의 경우를 신경조직의 과민화로 보고 있다. IMS는 과민해진 신경조직 주위를 자극해줌으로써 신경을 이완시켜주고, 통증 주위의 근육과 힘줄, 인대조직을 정상화 시키며, 혈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통증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팔에 통증이 있는 환자는 팔의 통증을 지배하는 척추 근육의 자극으로 치료한다. 또, 오십견의 경우, 어깨를 지배하는 신경이 나오는 경추신경에 IMS 바늘로 자극을 준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무릎이나 엉덩이에 통증을 느낄 경우,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이나 힘줄, 인대를 자극한다.

IMS로 치료하기 전에 의사는 문진과 함께 CT촬영과 초음파 검사 등 일반적인 진단을 실시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한다. 검사결과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된다면, 수술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의사가 손으로 아픈 부위를 직접 만지고 눌러서 신경조직의 과민화 여부를 판단한다.

이 교수는 “차병원 만성통증센터에서 IMS로 치료한 만성통증환자의 80~90%가 완치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한다.

통증이 완치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2달. 치료는 보통 1시간에서 1시간30분이 소요되며, 2주 간격으로 2~4회의 치료를 2달 간 받는다.

이 교수는 “내가 바늘 하나로 구한 만성통증환자는 퇴행성 관절염에서부터 허리 디스트, 두통, 위염, 방광과민증환자까지 셀 수 없이 많다”고 자부한다.

그는 특히 아직까지 완치법이 없는 퇴행성 근골격계 통증환자에게 IMS치료가 도움이 된다며 추천한다.

IMS 역시 퇴행성 통증을 완치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수술이나 약물복용보다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IMS는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이 의사의 손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숙련된 의사에게 시술 받지 않으면 신경조직이 파괴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 만성통증에 사용하는 다양한 보조요법

수술과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 현대의학적 치료법만으로 만성통증이 완치되는 예가 드물다. 또, 수술은 자칫 큰 부작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많은 환자들이 꺼리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안전하면서 효과가 입증된 여러 가지 대체요법이 통증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IMS다. 이영진 교수의 설명으로 IMS 외에 활용해 볼 수 있는 만성통증 보조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경혈을 자극하는 한방의 침술은 엔도르핀을 활성화시켜 일부 환자에서 통증감소 효과가 있다. 태극권은 근력과 균형감각을 유지시켜 주고, 관절강직을 감소시켜, 퇴행성 근골격계 통증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인 보조요법이 될 수 있다. 이밖에 자기장치료나 동종요법, 초음파 치료로 경미한 통증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보조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새우나 게 껍질에서 추출한 글루코사민, 상어와 소연골에서 추출한 콘드로이틴, 붉은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은 보조제 중 통증감소 효과가 매우 뛰어난 제품들이다.

벌 독에서 추출한 생약 성분인 봉독(蜂毒)치료는 인체의 면역반응을 높여 염증을 가라앉혀 주는 효과가 있다. 태반주사는 관절 연골세포를 재생시키고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가벼운 통증에는 테이핑 요법을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