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반드시 무슨 일을 마쳐야만 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마감시간이 있는 기자, 작가, 방송인 등을 들 수가 있겠지요.

그런데, 꼭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데드라인을 만들어서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계속 늦추고 있다가, 꼭 막판에 몰아서 하는 사람들이지요. 할 일이 있고, 시간이 있는 데도 계속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당사자들에게 물어 보면 시간이 닥쳐야 의욕도 생기고, 일도 된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는 아무리 하려고 해야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런 분들은 몸이 어떻게 되어 있길래, 평상 시에는 할 수가 없고, 꼭 막판이 닥쳐야만 할 수가 있을까요? 데드라인 삶의 원조는 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 하던 생각이 한번 해 보세요. 팽팽 놀고 있다가 시험일이 다가오면 그제서야 밤을 새며 당일치기로 해오지 않았던가요?

이런 습관을 길들여 온 사람들 중에는 이제 와서는 아예 데드라인 자체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한창 긴장하고 열심히 일하다가, 그 시간이 지나가면 쉬고 딴 짓도 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지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일부러 데드라인을 만들고 다닙니다.

자, 이런 데드라인의 삶이 우리 몸과 마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 몸과 마음은 조였다 늦췄다 하는 것이 좋을까요? 늘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좋을까요? 문제는 몸과 마음의 여유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가 충분할 때에는 어떤 방법이든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학생 때는 며칠 밤을 새도 끄떡 없었던 것을 기억하면 됩니다. 그런데, 조였다 늦췄다 반복하면 이 에너지를 고갈시키기가 쉽습니다. 언뜻 생각해 보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같지만, 몸은 그렇게 수학적으로 되지를 않고 점차로 소모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이 데드라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항상 무리를 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살아가면, 여유 에너지가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조금씩 남게 됩니다. 이 여유 에너지가 점점 커지면, 어쩌다 삶에서 매우 조이는 일이 벌여져도 몸과 마음에는 별 문제없이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지요.

그 동안 데드라인의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오늘부터 여유 에너지를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데드라인의 습관은 바로 바꿀 수 없지만, 그 데드라인이 언제인가는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데드라인을 몇 시간 후, 며칠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고 정하십시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맞추어 일을 끝내 놓으면, 지금부터 원래의 데드라인까지가 룰루랄라 휴식하며 노는 시간이 됩니다.

이론은 그럴 듯 하지만 잘 안 된다고요. 물론 훈련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눈 앞에 데드라인 하나를 취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그 다음 데드라인을 지금 하는 것도 됩니다. 어떤 방법이든 첫 2주 정도는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삶이 정말로 쉬워집니다. 저의 경우를 들어 볼까요? 저는 언제까지 원고를 써달라는 청탁을 많이 받습니다.

과거에는 데드라인이 다 되어야 쓰기 시작했지만, 요즈음은 청탁을 받은 날 다 써 버립니다. 그러니, 도대체 바쁠 일이 없는 것이지요. 여러분들도 한번 해 보겠습니까?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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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