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 위에 세워진 조붓한 미로…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 번 방문한 사람은 몇 번이라도 다시 찾고 싶은 곳, 아직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영원한 동경으로 남는 곳. 산호초 위에 띄워진 미로의 도시 베네치아를 이르는 말이다.

첫 인상으로는 과거의 영화를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낡은 텅 빈 도시의 인상을 풍기기도 하지만 쇠락한 도시가 품고 있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여행지를 찾아가는 사이에 여행객은 베네치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고즈넉한 여유를 즐기는 가족 여행객이라면 유적들을 찾아 나선 미로여행을 쉬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걸어 다니는 것 이외에는 바퀴 달린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베네치아는 탈 것이 없는 곳이다. 걸어서 구경하거나 배를 타고 다녀야 하는 곳이 많다. 도시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는 나 수상택시를 타고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베네치아는 원래 아드리아해 수심 2m 아래 넓게 펼쳐진 진흙 뻘 위에 몇 백 년 동안 화산재 등으로 바다를 메우고 그 위에 150만여 개 기둥을 박은 다음 건설한 도시이다. 이렇게 많은 기둥이 도시를 받치고 있다니 어떤 공법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아직도 불가사의다.

막연하게 강이나 운하가 발달했거나 만(灣) 깊숙이 위치한 도시의 매력이려니 생각했는데 베네치아는 진정 물위에 세워진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뒤엉켜 있는 듯 보이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음은 분명하다.

실상 베네치아는 백 개가 넘는 인공 섬이 연결되어 있다. 그 인공 섬 사이의 좁은 길목까지 곤돌라라는 쪽배가 다닌다. 굽이굽이 베니스의 그윽한 골목길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곤돌라를 타봐야 한다.

곤돌라는 대부분 까만 옻칠을 하고 붉은 색 카페트를 깔아 매우 호화롭다. 선체가 모두 검은 색인 이유는 1552년에 발표된 베네치아 시령(市令) 때문인데 여행객들을 태우고 폭 좁은 운하를 노 저어 나가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패밀리들과 닮아 있다.

곤돌라가 좁은 수로를 지나 대운하로 나가면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가수의 노래가 시작된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곤돌라를 타고 ‘산타루치아’나 ‘오솔레미오’를 합창한다고 해도 멋쩍지 않을 것이다.

산마르코광장, 곤돌라

시간을 잊게 하는 베네치아 미로 여행도 베네치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유명한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는 엄청난 무리의 인파를 피해 골목으로 접어들면서 이 도시의 숨겨져 있는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산마르코의 길은 길이지만 물길이다. 물길은 건물의 벽면이 그대로 물에 잠겨있어 배를 타고 가거나 물길 옆으로 약간의 걸어 다닐 수 있는 보도가 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수 백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세월의 손때가 묻어있는 이런 다리를 거닐어 보고,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빠듯한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면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을 불러들인 베네치아의 매력을 알 수 있다. 길은 어차피 어디로든 통하게 되어 있으므로 방향감각은 잠시 잊어도 좋다. 특히 이 골목에는 15~17세기에 지어진 멋진 건물이 많아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베네치아는 유럽의 커피문화를 선도한 도시로 실제 베네치아 커피의 품격이나 맛은 가격표를 들춰보는 것을 잠시 잊게 만들 정도다. 특히 산마르코 광장에는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들이 많다.

잠시 피곤한 다리를 쉬려고 노천카페의 의자에 앉을라치면 어김없이 다가와 주문할 것을 요구하는 야박한(?) 인심이 있는 산마르코 광장의 카페이지만 눈 딱 감고 맛있는 커피를 주문해보자.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본젤라또(이태리 스타일의 아이스크림)가 좋겠다.

광장과 많은 사원들은 바다 위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나 길을 바로 돌아가면 작은 물길, 운하, 다리로 연결된 도시 베네치아. 오랜 세월 외부로 부터의 침입에 대비했기에 프랑크 왕국과 비잔틴 제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았고, 그 후엔 문예부흥을 이루었던 베네치아는 천 년 동안 변함없이 그 모습을 지켜오고 있다.

이렇듯 오랜 세월이 잘 담겨있는 베네치아를 가슴에 담고오는 가족여행은 두고두고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 베네치아로 가는 길

수상버스

베네치아로 가는 직항편은 없고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이나 기타 유럽 주요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베니스의 아르코폴로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로마로부터 소요시간은 1시간이 걸리며 국내에서부터 이탈리아까지의 국제선 항공권을 함께 발권하면 훨씬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기차는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는 유럽 각지를 오가는 기차와 이탈리아 주요 도시를 오가는 고속 열차(ES)가 운행 중이다. 보통 다른 도시를 여행하고 베니스로 들어오기 때문에 기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주요 도시 소요시간은 로마 4시간 30분·베로나 1시간 30분·피렌체 3시간·밀라노 3시간이다. 산타루치아 역을 나오면 바포레토() 선착장이 있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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