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람이고 여행도 사람이다' 스페인·일본서 소중한 추억 만들기

소설 <상실의 시대>로 1990년대 한국에서 ‘하루키 열풍’을 몰고 온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흔을 넘기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갖고 있는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알기 위해 떠나는 일’이란 결론을 내리고 그의 나이 서른일곱에 모든 것을 정리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그는 <상실의 시대>를 탄생시켰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하루키처럼 KBS의 인기 아나운서 손미나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안정과 최고의 갈림길에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스페인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떠난 스페인 여행에서 손미나는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내면과 맞대면할 수 있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된 스페인에서의 자유로운 젊은 날을 손미나는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에 담아 여행작가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리고 올 초 도쿄 여행 이야기를 담은 <태양의 여행자>를 통해 본격적인 여행 작가로의 길에 들어섰다.

손미나는 “여행길에서 포착하고 싶은 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의 깊이”라고 말한다. 스페인 남부여행을 하다 세비야에서 만난 포르투갈인 로사 아주머니가 한 말 “인생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 인생은 사람이고 여행도 사람이다”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그래서 손미나의 앞의 두 책에선 여행서에서 흔히 보이는 명소(장소)보다 ‘사람’이 중심을 이룬다. <태양의 여행자> 역시 도쿄와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한 사람들 속에 서 일본의 문화를 읽어내고 속살을 들춰내 됴쿄를,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작지만 알찬 통로를 제공하는 것은 오로지 손미나의 비법이다.

어린 시절 그녀의 친구였던 일본 꼬마 숙녀에 대한 추억과 신주쿠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열정, 게이샤 소녀 노리에와 나눈 이야기들, 오키나와 음식점의 인정많은 주인 할머니와 백년 전통의 미스터 초밥왕 마에다 할아버지, 역동적인 새벽녘의 츠키지 시장의 모습, 기모노를 입혀주며 기뻐하던 미키 아주머니와 한류 열풍 등 그녀만의 따스한 시선을 통해 도쿄의 다양한 풍경들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들려준다.

도쿄를 떠날쯤 그녀 내면은 충만해진다. “내가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은 곧 거울에 반사된 나의 모습과도 같은 것은 아닐까? 그들이 곧 나이고 내가 곧 그들이고 서로의 모습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만남이고 인생이고 그런 것 아닐까? 여행은 언제나 낯선 환경속에서 나의 진정한, 또는 숨겨져 있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해준다. 도쿄에서 보낸 시간과 그 추억을 함께 만든 수많은 사람, 또 사건들은 모두가 나의 거울이었다”

그녀는 여행에 말한다. “인생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을 따라가며 하나의 커다란 퍼즐을 맞추듯 완성해가는 여행이다.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갈 것이냐 하는 것도 내게 달렸고, 그 길을 어떻게 가꾸느냐 하는 것도 전적으로 내게 달렸다. ‘여행’이야말로 내 삶의 깊이를 달라지게 하고 내 안의 세계를 성장시키는, 인생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여행은 이제 내게 이상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 손미나

손미나. <태양의 여행자.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저자. 그외 <스페인 너는 자유다>. 전 KBS 아나운서.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 여행작가.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행작가 겸 아나운서 손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