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침실에는 여섯 명이 누워 있다

성경에서는 결혼을 ‘장성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여자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서는 남녀 각자의 육체적인 성장 외에도 각자의 부모에게서의 공간적, 경제적, 심리적인 면에서의 분리, 그리고 사랑에 의한 배우자와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보면 결혼한 부부가 그 부모와 적절한 분리를 이루지 못하여 결혼생활에 지장을 겪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진료실에서 보면 시부모님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인의 원망을 들어주는 것조차 불효로 생각되어 차라리 이혼을 고려하는 ‘효자 남편’들이 적지 않다. 경제에 무관심한 아버지 대신에 고생하여 자식들을 키우신 어머니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쳐서 부인과의 행복을 마다하는 남편들도 있다.

또 자기 아이들을 키워주는 친정 부모님을 두고 부부끼리만 외식이나 여행을 가는 것을 너무 죄송스러워 해서 남편과의 사이가 멀어진 부인도 있다. 결혼 후에도 경제적으로 자립하려는 의지가 없이 부모님에게 의존하거나, 결혼한 아들 부부의 침실 문을 닫지 못하게 하는 시어머니는 말할 필요도 없다.

반드시 부모에 대한 충성심만이 부부 갈등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부모가 보여준 부부 역할이 각자가 결혼한 이후의 살아가는 모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부모님의 싸우는 모습만을 보고 자란 남편은 자신의 부인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자기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부인은 남편이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에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사람은 자신의 결혼이 이혼 위기에 놓인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반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은 이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런 점에서 ‘부부의 침실에는 부부와 부부 각자의 부모, 모두 여섯 명이 누워있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부모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어렵다.

부모님 자신들의 결혼생활이 불행한 경우에 자녀가 결혼한 후에도 계속해서 자녀가 자신들의 생활에 개입하도록 요구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서는 부모에게서의 분리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가 협력하여 실질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동시에 자녀의 독립을 수용하고 격려하는 부모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부부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시작된 문제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각자 자신의 책임과 한계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어린 나이에 집에서 뛰쳐나와 자립 생활을 시작하였다는 것이 반드시 독립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식의 독립 보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봉양을 강조하는 우리 문화는 부모에 대한 책임을 며느리에게 떠넘기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래서 아들이 효자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그 부인이 커다란 희생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결혼한 부부는 지금까지의 아들이나 딸로서의 역할보다도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양가의 부모들 역시 자신의 아들과 딸이 성공적으로 새 가정을 완성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고부갈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 새 가정의 독립과 부모에 대한 효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편은 우선 부인이 불만을 가진 대상이 자신의 부모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인은 시부모님의 자식이 아닌 자신의 남편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부인의 불만을 없애려고 하는 대신에 부인의 말을 잘 들어주면서 같은 편임을 알려준다면 부인 자신이 그 문제를 감당할 능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남편의 개입을 요구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고부갈등의 해결을 위한 지혜를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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