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겪는 모든 갈등들이 다 대화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사실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거뜬하지만, 반대로 밤 늦게까지 있다가 아침 해가 밝은 후까지 자는 것이 더 좋은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침실 문을 닫고 이불까지 꼭 덮고 자야 하지만, 이불 덮기는커녕 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답답해서 자다가도 깨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부부로 만나면 침실을 따로 쓰게 되어 결과적으로 성 생활에서의 부조화가 외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제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중에는 지금은 힘들더라도 다음에 편안하게 살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지금 가족끼리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살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가족끼리 외식을 하면서도 오랜만에 나온 것이니 좀 우아한 곳에서 먹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차라리 비싸지 않은 곳에서의 외식을 자주 즐기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상반되어 보이는 이런 차이점들이 싸움거리가 되면 그 답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이런 차이들은 누가 옳고 그른 문제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며, 본인의 의지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사이가 좋을 때에는 상대에게 맞추어 양보하기가 힘들지 않지만, 다른 문제들이 쌓이고 나면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다. 손쉬운 해답으로 한번씩 번갈아 가면서 양보하도록 하라는 조언은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불만을 키우게 만든다.

경제권을 남편이 가지든 부인이 가지든 그 자체 보다는 경제권을 가지지 못한 상대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일일이 남편에게서 돈을 받아서 살림을 하는 부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한번이라도 마음대로 돈 좀 써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 아니다.

남편의 수입과 상관없이 자신의 살림 기술에 대해 남편이 신뢰해주기를 바라고 또 집안의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서 남편과 동등한 대접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반면에 남편이 애써서 벌어온 수입에 대해서 부인이 감사하며 절약해서 살아가려고 하기는커녕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푸념만 늘어놓는다면, 남편은 자신이 ‘돈 벌어다 주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런 좌절감이 마음 속에 남아 있으면 상대에 대해 너그럽게 되기 어렵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소하지만 해결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싸움이 시작되어 점점 큰 갈등을 불러온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나는 이 사람과 맞지 않는다’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 빠지면 서로의 차이점에 주목하게 되어 해답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차이점을 줄이려고 애쓰기 보다는 공통점을 유지하고 확대하는데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차이점에 따른 불편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살면서 겪는 많은 불편들을 견디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나와 상대가 다른 점들을 넘어서 함께 사는 것이 더 소중한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

서로에게 경험하는 불편한 느낌은 언제고 두 사람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에도 자신의 불편을 이유로 상대를 바꾸려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상대도 나와 함께 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만 있으면 충분하다.

어차피 여자와 남자는 여러 면에서 다르며, 결혼 생활이란 20년 넘게 서로 다르게 살아온 상대끼리 만나서 사는 것이다. 나와 ‘다른 different’ 상대를 ‘틀린 wrong’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 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www.npspecial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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