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개 나선형 계단 올라 산책로 걸으며 광장서 100만불짜리 풍경 감상

유월이 오면 동해바다는 잠잠해진다. 그리고 한 점 섬 울릉도로 가는 뱃길이 한결 편해진다. 날씨가 궂은 계절에 울릉도에 가면 원하는 날에 섬을 떠나올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지만 이 때 만큼은 이런 고민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바다가 얌전하다보니 배 멀미도 덜하고, 울릉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인 해상일주관광도 재미나다. 파도가 심하면 떠나지 않는 독도 해상관광도 이 때 만큼은 자주 떠난다. 여러모로 울릉도 여행을 떠나기 적당한 요즘 울릉도로 가족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울릉도에 가면 일본에서 다께시마(竹島)라고 읽고 Tm는 작은 섬이 정말 존재한다. 그렇지만 독도와는 다른 섬이다.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며 독도를 죽도(竹島,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탓에 약간 혼동이 오기도 하지만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대섬 · 대나무섬 · 댓섬 이라고도 불리는 섬이 죽도다.

울릉도에 딸린 섬으로 울릉도 북동쪽에 있는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다. 울릉도에는 44개의 딸린 섬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섬이기도 하다. 동해의 푸른 심해가 굽어보이는 기암절벽과 울창한 대나무 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단 한 번의 짧은 여행이라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섬이다.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으로 불과 20여분 거리에 있는 죽도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고무신 같다. 죽도에 배를 접안시키기 위해 섬 가까이 접근할 때 거대한 유람선으로 옮겨 타기 위해 접근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죽도로 들어가는 길

방파제가 없기 때문에 배를 고정시키기 힘든 탓에 하선을 서둘러야 한다. 선착장에 내려서 섬으로 올라가는 길은 오직 한 곳.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364개나 되는 강파른 계단을 오르다보면 울릉도 관광을 마치고 다시 배로 돌아오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섬 위로 올라서서 병풍처럼 둘러쳐진 울창한 대나무 숲을 지나면 희고 아름다운 집이 사람들을 맞는다. 푸른 바다와 어울리는 그곳에는 아버지와 아들, 단 두 사람이 살고 있다. 죽도에는 지하수가 없어 빗물을 모아 식수와 생활용수를 해결해야 했고 배편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한때 43명에 이르렀던 인구가 줄어들어 1997년부터 김길철 씨와 아들 유곤 씨만 남아 있다.

처음 죽도를 찾는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한 번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의 매력이다.

올라가다 팍팍해진 다리를 쉬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푸르다 못해 검은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찬란한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날에 찾아간다면 지중해의 어느 섬이라도 들른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절벽, 파도,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게 된다.

잘 정돈된 산책길에서 다시 한 번 놀란다. 잘 가꾼 개인 정원에라도 들어온 느낌이다. 섬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이 길은 대관령 목장 길 같은 낭만 넘치는 길에서 시작되어 바다가 바라보이는 언덕, 억새가 가득한 전망대, 후박나무가 우거진 밀림 같은 숲으로 이어진다. 거쳐 가는 길마다 푸른 동해바다를 덤으로 구경할 수 있어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는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두사람만 사는 죽도

백만불짜리 풍경화가 있는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놀란다. 죽도에는 모두 네 곳의 쉬기 좋은 광장이 동서남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섬 동쪽에 있는 전망광장에 서면 경관이 빼어난 울릉도 북동 능선과 절벽, 관음도, 삼선암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팔각정까지 있는 이곳에 도착하면 더 이상 걸음을 옮기기 귀찮아 질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다.

물 오른 억새가 가득차기 시작하는 절벽 위 오솔길을 걸어가면 강한 바람과 파도가 기다리는 북쪽 휴게광장에 이른다. 다시 동쪽 휴게광장을 거쳐 남쪽 휴게광장에 이르면 후박나무 숲속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봄이면 유채꽃이 섬 한 가운데 있는 관광농장에 가득하고 가을이면 해국(海菊) 가득한 절벽과 억새 가득한 산책길이 있는 아름다운 풍경화가 있는 죽도.

한 번 찾아가면 두고두고 기억나는 소중한 기억속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

■ 죽도 가는 길

이렇게 아름다운 섬 죽도는 그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곳이었다. 하룻밤 머물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야 섬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지만 숙박시설과 휴식공간이 없어서 당일 관광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릉군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 쉴 수 있는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 펜션을 비롯한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자생식물원, 연못, 휴양시설 등도 보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죽도는 매일 뱃길이 열리고 가족 단위로 사람들이 찾아와 즐거운 섬 나들이를 즐길 소중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죽도로 가는 배편은 부정기적. 일정 인원이 되어야 출발이 가능하다. 도동항에서 죽도까지는 배편으로 20분 소요. 저동항에서 죽도까지는 10분 소요. 88동백호(054-791-0150)가 인원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요금은 성인 10,000원, 아동 5,000원이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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