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네트워크 기술 이용 원격 진료·치료·건강관리 등 확산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불리며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슈화 되기 시작한 유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유헬스(유비쿼터스 헬스)는 보건의료에 유무선 네트워킹 기술을 접목시켜 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건강상태의 평가, 진단 및 치료,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서비스를 지칭한다.

고대병원과 세브란스 병원, 서울대병원, 길병원 등 대형병원은 RFID 같은 유헬스 장비나 서비스를 일부 도입해 유헬스 병원으로 변신 중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시범사업으로 유무선 네트워킹을 이용해 지역 보건소와 대학병원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휴대폰 업체나 전자회사 등 기업에서도 유헬스 사업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헬스 서비스,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 병원 유비쿼터스 변신 중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지는 유헬스는 이미 상당부분 현실화 됐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발달이 부른 ‘DIY닥터’ 족의 확산이다. 이지현(36·여) 씨는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생기면 먼저 인터넷 의료정보 포털사이트 메드시티(www.medcity.com)를 방문해 의료 정보를 검색하고, 전문가에게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받아 직접 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모색한다.

DIY닥터란 이처럼 병원을 찾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의료정보를 검색하거나, 인터넷 의료정보 서비스업체에서 자가진단을 받는 등 자기 스스로 증세를 진단해 치료해 보려는 사람들이다. 최근 네이버 지식인서비스에서 ‘의료상담’ 관련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데이터 개수가 전체 카테고리 중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의료상담’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 증상·질병(14만2535건) 항목을 합치면 100만 개를 넘어 1위다.

웹사이트 분석평가 전문 랭키닷컴에 따르면 의료정보 전문사이트의 방문자 수가 2006년 117만7000명에서 지난해 1426만2000명으로 30%가량 증가했다. 인터넷에서 의료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또, 병원 내 IT시스템 도입이 확대되는 등 병원의 원격진료 시스템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형병원과 네트워킹된 의원에서 전문의를 연결해 진료를 받는 ‘의원형 원격진료’ 서비스도 산간·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충청남도는 유헬스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낙도지역 병원 및 보건소에서 무선통신망을 통해 순천향대학병원과 원격진료 서비스를 실시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원격진료 개념뿐 아니라 유비쿼터스 도구를 병원에 도입해 환자의 편의를 높이고, 안전을 도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원주 기독병원은 2005년 국내최초로 전자태그 시스템인 ‘신생아 RFID 시스템’을 도입해 신생아가 뒤바뀌는 사건을 방지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컴퓨터 도우미(U-Severance Doumi)를 설치해 병원방문 환자나 일반인들이 진료실의 위치와 예약된 환자가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홈네트워크형 유헬스도 확산일로

환자의 혈압, 맥박, 혈당 등 생체신호를 병원 밖에서 측정한 후 운동과 식이, 투약 등 원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홈네트워크 형’ 유헬스 서비스도 급증하고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만성질환자 관리 서비스는 이미 시행됐거나 시행 중이다.

가톨릭의료원은 당뇨병 환자가 집에서 측정한 혈당을 인터넷 상의 웹-차트에 입력하면 담당 의사가 기록된 혈당이나 환자의 다양한 정보를 해석해 진단을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혈당 관리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다.

가천 길병원은 올해 3월부터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 맥박, 심전도 등의 생체신호를 집에서 측정해 병원에 전송한 후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웹 카메라를 이용해 주치의화 화상 상담까지 연결해 주는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KFT는 지속적인 혈당측정을 통한 당뇨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모바일 당뇨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모바일용 혈당 측정기를 휴대전화에 연결해 자가 측정한 혈당 수치를 주치의에게 전달하면 관리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KTF는 또 분당제생병원과 의료서비스 협력을 맺고 영상전화인 ‘쇼(SHOW)’를 통해 뇌졸중 환?嗤?24시간 진단하는 ‘u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010-2881-0119로 영상전화를 걸면 전문의와 24시간 영상 전화를 할 수 있다.

LG전자는 외장형 혈당 측정기기를 휴대폰에 연결해 채혈침으로 손가락에 피를 낸 뒤 일회용 스크립에 묻혀 측정기에 꽂으면 혈당수치가 단말기 화면에 곧바로 뜨는 ‘당뇨폰’에 이어 혈압측정 등이 가능한 휴대폰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캐나다 앨버타의대 등 해외 병원들과 함께 휴대폰으로 혈압, 체온 등과 같은 환자의 건강수치를 측정해 병원이나 주치의에게 전송하는 시스템 구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포스코건설과 ‘u-헬스케어서비스’ 협약을 맺고 송도시티에 재택진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정마다 체성분 분석기와 전자혈압계, 혈당측정계 등을 설치해 거주자가 집적 비만도나 혈압, 혈당 등을 측정하면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에 있는 첨단 의료기기가 이를 분석해 그에 필요한 건강식단이나 운동지침을 알려주거나 병원 진료 예약 등을 해주는 서비스다.

■ 유헬스, 질병 예방에도 효과적

유헬스 서비스는 운동량과 식습관을 관리해 주는 등 일반인의 건강유지와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SK 텔레콤은 마리 프랑스 바디라인과 제휴를 맺고, 휴대폰과 PC를 이용해 다이어트 정보를 관리하고 상담 받을 수 있는 ‘u 다이어트(www.u-diet.co.kr)’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마리 프랑스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휴대폰과 PC에 접목시켜 실시간으로 전문가에게 다이어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휴대전화 단말기에 건강관리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트렌드다. 삼성전자는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와 손잡고 스포츠 특화 전화인 ‘마이코치(micoach)’를 출시했다. 휴대전화에 암밴드, 심장박동 모니터, 보폭센서 등을 부착해 운동 시 자신의 심장박동수, 달리기 속도, 칼로리 소비량 등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저장된 정보를 마이코치 사이트(www.micoach.com)에 올리면 상세한 분석을 통해 신체 상태에 맞는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정보를 보여준다.

■ "환자 위해 유헬스 더 활성화 돼야"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김석화 교수

“의료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환자들이 유헬스를 얼마나 원하는지, 또 왜 필요한지 절감하게 되죠.” 지난해 12월, 유헬스 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발족된‘유헬스 산업 활성화 포럼’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는 환자의 편익을 위해 유헬스 산업이 하루빨리 더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헬스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 u-의약품 종합관리 시스템, 원격 건강모니터링 시스템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2009년부터 유헬스 산업의 연구개발에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헬스의 핵심 기술인 센싱의 정확도, 의료정보에 대한 표준화 작업, 원격의료의 허용범위나 건강보험 같은 의료법 제도와 의료 영리화에 대한 반발 등으로 발전에 장벽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병원 밖에서 생체정보를 주고 받기 때문에 정보보호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등 병원 밖에서 이용하는 각종 의료정보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많다. 김 교수는 여러 난제와 장벽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위해 유헬스가 보다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헬스가 더욱 확산돼 원격 모니터링이 이뤄질 경우 노인환자나 만성 질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질병예방 차원에서도 효과가 클 것으로 봅니다.”김 교수는 의료관광에 있어서도 유헬스가 매우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저희 병원에도 점차 외국인 환자들이 증가하는데, 외국환자들이 수술 받기 전, 원격진료를 실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몽고에서 성형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있다고가정해 보면요. 환자는 몽고에서, 의사는 한국에서 화상을 통해 진료하고, 수술을 설명해주고, 수술 날짜까지 정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환자는 비자 받기도 수월하고, 얼마나 편리하겠어요?”

김 교수는 의료진과 기업, 정부가 함께‘유헬스 산업 활성화 포럼’을 통해 유헬스의 발전과 확산을 가로막는 각종 문제와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표준화 작업과 의료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