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 밥짓기·대나무낚시·황토 염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유혹

섬진강과 지리산이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길지(吉地)에 있는 구례는 택리지를 쓴 이중환이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꼽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구례 땅의 다무락마을에 가면 ‘길지란 이런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안온한 지세와 주위 풍광이 뛰어나다.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감이 가는 이 마을을 찾아가면 산골테마체험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이것저것 참여하다보면 시간 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를 지경이다.

구례읍 계산리 유곡마을에 있는 다무락마을은 하유, 중유, 상유마을로 나뉘어 있지만 마을과 마을 사이가 지척이라 한 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무락이란 담벼락의 방언으로 이 마을에 돌담이 많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 가운데 하유마을은 섬진강을 앞에 두고 있고 중유마을은 배나무 밤나무 감나무 등 과수나무로 덮여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상유마을은 지리산 골짜기에서나 볼 수 있는 오지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다무락마을은 봄부터 여름까지는 매화꽃, 산수유꽃부터 시작해 배, 밤, 감꽃이 마을을 온통 수놓는다. 이 마을은 사실 1994년 이전만 해도 여느 농촌과 다름없이 하늘만 바라보는 가난한 농촌이었다.

그렇지만 95년부터 사정이 바뀌었다. 다랑이 논에 배·감·차·밤·매실을 심어 국내에서 단위면적당 과수재배면적이 가장 많은 과일천국이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과일이 익어가는 9, 10월 이 마을에 찾아가면 밤줍기와 배, 감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과실 따기 체험 프로그램은 주민 가운데 약 95%가 과실농사를 짓고 있는 중유마을에서 진행된다.

가장 위쪽에 있는 상유마을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정감 넘치는 중유와 하유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로 흐르는 섬진강이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상유마을은 북쪽으로 천왕봉, 동쪽으로 갈미봉, 서쪽으로는 국사봉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남도 산간 오지마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무락마을에서도 돌담과 돌집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상유마을이다. 담장과 벽이 하나 되어 건물 한쪽 벽면을 이룬 특이한 돌집도 있어 흥미롭다.

다무락마을에서는 대통밥짓기와 군밤타령, 대나무낚시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대나무의 그윽한 향과 기름진 쌀이 어우러진 대통밥은 기막힌 맛을 낸다. 그리고 초가 앞마당에 모여 함께 모닥불을 피워놓고 구워먹는 밤은 ‘탁탁’ 밤 껍질 터지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대나무낚시는 대나무 낚싯대와 지렁이 미끼를 이용해 마을 앞 개 천과 섬진강변에서 하는 것으로 쏘가리도 심심찮게 건져 올릴 수 있다.

가장 아래쪽에 있는 하유마을은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강변 낚시와 물놀이체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8년 전 폐교된 계산분교를 개조해 황토염색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학교 ‘황기모아’도 자리하고 있어 다양한 체험여행을 즐기기 적당한 곳이다.

‘황토의 기를 모은다’는 뜻을 가진 황기모아(http://www.hwanggi.com)에서는 다양한 황토염색제품을 구경하고 직접 구입할 수도 있고 황토염색체험도 여건만 맞으면 가능하다. 황기모아의 체험 프로그램은 황토염색. 면이나 실크 소재의 흰 옷이나 천을 가져오면 황토염색체험을 할 수 있다. 황토 염색을 할 때 이물질이 있으면 얼룩이 지므로 미리 삶아 오는 것이 요령이고 흰 옷이나 천을 체험학교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황토체험을 위해 학교측에서 준비하는 과정은 품이 많이 들고 복잡하다. 먼저 깨끗하게 걸러낸 황토를 물에 풀어 이물질을 걸러내는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하고 햇빛에서 1주일, 그늘에서 1주일 발효시켜야 비로소 염색용 황토물이 준비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황톳물을 따뜻하게 데운 후 염색할 천을 담근다. 그런 다음 황톳물이 섬유의 올 속까지 골고루 스며들도록 빨래하듯 오랫동안 정성껏 주물러 준다.

이후에도 천에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바닥에 힘껏 내리치는 치대기 작업을 한 후 햇볕에 널어 말린다. 이 과정을 다섯 차례 이상 반복해야 비로소 염색작업이 끝난다. 한 번 염색해 말리는 데 보통 2시간 정도 걸리므로 학교 앞마당의 건조대에 널어놓은 후 중유마을이나 상유마을 나들이를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

■ 다무락마을의 별미

마을 안에는 50여전의 시골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된 마을 쉼터도 있다. 잔풀이 깔린 마당에서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지어먹는 대통밥 체험도 인기다. 대나무의 그윽한 향과 기름진 쌀, 여기에 나만의 손맛이 곁들어져 입과 마음이 모두 즐겁다. 대통밥은 방문객이 20명가량 돼야 할 수 있다.

만약 대통밥 체험이 어려울 경우 시골밥상 체험은 가능하다. 시골밥상 체험은 1인 5,000원/ 대통밥 짓기 체험 및 식사는 1인 10,000원이다. 문의와 예약은 홈페이지(http://damurak.go2vil.org)에서 하면 된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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