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다습하고 실내외 큰 온도차로 겨울보다 발병율 높아

뇌졸중이나 고혈압, 동맥경화 등은 추운 날씨에 위험한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이들 질환이 고온다습하고 실내외 기온차가 많이 나는 여름에 오히려 발병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당뇨병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혈당관리가 더 어려워진다.

■ 심혈관 질환 최대의 적은 고온다습한 날씨…야외활동 자제와 충분한 수분섭취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경문 교수팀이 1996~2007년 뇌졸중으로 진단 받은 1만5,394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수는 7~8월이 12~1월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뇌졸중 발명은 계절에 따라 차이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7월이 1월보다 오히려 더 많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혈관손상을 일으켜 동맥경화를 초래하고, 2차적으로 뇌혈관을 파열시켜 뇌출혈을 일으키거나, 뇌혈관을 막히게 해 뇌경색을 일으킨다.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피부혈관이 확장돼 표피로 가는 혈액량이 많아지면서 심장과 뇌로 가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이 때문에 혈관 팽창으로 인해 심근경색 등을 유발해 돌연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높은 습도는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 미국의 건강전문사이트 웹MD는 습도가 상승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해져 심근경색과 심장발작, 뇌졸중의 발병 위험률이 증가한다는 미국 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논문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 몸은 외부의 고온으로부터 뇌 등 주요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체온을 36.5°C로 유지하려고 한다. 체온유지를 위해 피부의 혈관을 확장 시켜 열을 발산하고, 몸 밖으로 땀을 배출한다. 이때, 충분한 수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로 인해 동맥 내에 혈소판이 응집돼 혈액의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는 동맥경화성 뇌졸중의 발생위험을 높인다.

또한, 습도가 높으면 심장의 부담이 커진다. 온도가 올라가면 1차적으로 피부혈관이 확대된다. 피부 혈류량이 증가해 혈액의 열이 피부로 전달되고, 이 열은 다시 대류와 복사를 통해 밖으로 방출된다. 동시에 땀 배출이 증가해 증발열의 형태로 열을 방출한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체열 방출은 주로 복사에 의해 일어난다.

그러나 기온이 34도 이상 되면 체열 방출은 거의 땀에 의한 증발에 의존한다. 그런데 습도가 높은 경우엔 증발열 방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 많은 혈액을 피부로 보내게 된다. 따라서 평소보다 많은 혈액을 펌프질 해야 하고 심장박동수도 빨라져 심장에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자나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섭취도 심혈관 질환 예방과 관리에 필수다. 미 심장협회는 “화장실을 다녀온 후 몸무게를 측정해 2kg 이상의 몸무게 변화가 있다면 수분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 급격한 기온차이 No!

고혈압 환자는 급격한 체온변화를 일으키는 갑작스러운 찬물샤워나 에어컨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

날씨가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면 혈압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환자나 노인들은 찬물샤워를 되도록 삼가 해야 한다.

에어컨 사용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에어컨으로 체온변동이 급격하게 생기면 뇌졸중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하가 되도록 실내온도를 설정해야 하며, 에어컨을 켜고 자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또, 장시간 에어컨을 쐬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냉온 교대욕도 삼가해야 한다. 뜨거운 온도에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되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 양이 감소해 심장을 손상시키고,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대한심장학회는 장시간 열탕 사우나에 들어가 있으면 수분이 증발되면서 혈액이 끈끈해지고 혈전이 생기기 쉬우므로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 당뇨병환자 청량음료나 맥주 삼가해야

당뇨병에 걸리면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 등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당뇨병 환자는 꾸준한 혈당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혈당관리가 가장 어려운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되면 혈당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들은 대부분 꾸준히 운동을 한다. 그러나 폭염 속에서 자칫 잘못하면 탈수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또,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저혈당 증세가 올 수 있다.

과일이나 빙과류 또는 맥주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혈당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그밖에 더위에 식욕이 없어져 끼니를 거르게 되면 혈당관리가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당뇨환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주되, 과일이나 빙과류 등 보다는 냉수나 보리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입맛이 없어도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며, 운동은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정도 내에서 해야 한다.

■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이처럼 여름철 심장병 등의 발병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사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도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해열·진통제로 개발된 아스피린은 최근 출혈을 멎게 하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혈소판 기능을 감소시켜 혈전 생성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심혈관 질환 예방제’로 처방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스피린을 심혈관 질환의 예방을 위한 필수약물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최근 미(美)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은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향 아스피린의 적절한 복용을 권고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9만5천명이 넘는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6개의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인이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매일 한 알씩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만큼 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에서 용해될 수 있도록 특수 코팅된 바이엘사의 아스피린 프로텍트 같은 장용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