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를 ‘바람 피운다’ 라고도 말하듯, 외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자신의 외도를 그저 ‘한 때 지나가는 바람’이었다고 평가한다. 비록 외도 상대자에게 현재의 결혼생활을 벗어나 함께 살고 싶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도 실제로 이혼을 하고 외도 상대자와 결혼하게 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결혼할 마음도 없이 왜 가정을 위험에 빠뜨리는 외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외도의 동기에 대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1 쾌락에 대한 호기심이나 단순한 충동 또는 바람둥이 기질

2 성적 충동을 새롭게 지각했거나 자신의 성적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3 개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상처 또는 무의식적 투사

4 배우자와의 친밀감 상실 또는 배우자에 대한 분노

5 정서적 공허감과 정신적 압박감의 해소

6 중년의 위기 또는 사라져가는 젊음에의 동경

외도 사례를 보면 위의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간의 많은 행동들이 그렇듯이 외도 역시 눈에 드러난 것 보다는 훨씬 심층의 심리학적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겉으로 들어난 외도 사건에만 집중하여서는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부부들이 외도 사건을 잘 해결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대개 결국에는 더 심한 상처를 받아 아예 절망을 선택하거나 뒤늦게 진료실을 찾게 된다.

특히 중년기에 들어선 부부에게 일어난 외도 사건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한 검토와 선택을 필요로 한다. 이 시기는 ‘제2의 사춘기’라고 할 정도로 심한 정체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사라져가는 자신의 젊음에 대한 위기감에 덧붙여 내면의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시달리다 보면, 자신의 업무뿐 아니라 가족과 배우자 등 모든 것이 적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10대의 위기와 달리 중년기의 위기는 개인적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족, 사회, 사업 에 이르기 까지 그 책임과 충격이 훨씬 크다. 때문에 단순히 ‘지나가는 바람’이나 ‘나이 값도 못하는 짓’으로 치부하지 말고, 부부 각자의 삶과 주변 상황에 대해서 보다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런 치료과정을 잘 받아들이는 부부는 ‘외도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정도가 아니라, ‘이 사건을 계기로 더 나은 부부관계’를 새로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상습적으로 외도를 반복하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만성화된 습관이나 향락적인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외도에 대해 단지 ‘좀 더 조심해서 들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거나 ‘남들은 나보다 더 한다’고 말할 정도로 죄의식이 약하다.

이런 말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명을 하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 자신의 주체적인 성 의식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남들이 다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을 그저 하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 나이와 관계없이 인격의 성숙이 불충분한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일찍부터 여러 명의 성 파트너를 경험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사람의 배우자는 결혼 생활의 여러 면에서 실망을 겪게 된다. 따라서 뒤늦게 진료실을 찾아오더라도 화해가 쉽지 않다. 먼저 외도 당사자의 인격적인 성숙을 위한 과정이 필요한데, 대부분 이런 긴 과정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외도는 단순히 그만 두기로 결심하거나 덮어주기로 해서 가려질 수 있는 사소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매우 심각한 위기로 나타나지만, 한편으로는 당사자나 배우자에게나 그 동안의 삶 전체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인격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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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룡 www.npspecial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