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에 관한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문제의 근원이 결혼 당시부터 잠재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부부들이 있다. 결혼을 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인격적인 결정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잘못된 이유로 결혼을 결정하게 되면 자신과 배우자가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

자녀의 개성과 자유의사를 중요시하는 현대에는 많이 적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집안의 강요나 다른 정황상의 필요성 때문에, 강간이나 실수에 의한 임신 때문에, 이전의 연애 관계가 깨어진 것에 대한 반발감으로 결혼하게 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자신의 부모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로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탐색이 거의 없이 결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들은 자기 자신이나 배우자가 서로에 대해서 정절을 유지하고 헌신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암묵적인 불신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외도라는 유혹에 충분히 저항할 만한 정신적 방어막을 훼손한다.

본인이나 상대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결혼해서 살다 보면 상대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또는 결혼을 통해서 자신이 달라지겠다는 막연한 결심으로 결혼을 시작하는 경우도 나중에는 상대에 대한 깊은 실망과 원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들 중에는 소위 ‘사랑 중독증’ 또는 ‘희생자 환상’에 빠져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객관적으로 자신에게 부적절한 상대와 결혼하여 많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희생하며 살아 온 대가로 언젠가는 상대의 사랑을 얻을 것이라는 비현실적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람과 사는 배우자들은 상대의 고통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습성을 바꾸려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외도가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번 반복되기 쉽다.

심지어는 ‘사랑’마저도 잘못된 결혼 동기일 수 있는데, 특히 한눈에 반하여 곧장 결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경우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에서 비롯되어 상대에 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거나, 상대에 대한 ‘이상화’ 또는 극대화된 기대감 때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는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결혼 생활은 항상 달콤하지만 않고 때로는 몹시 불편해 질 수도 있다. 때문에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상대가 행동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기대한 ‘이상적 배우자’에 맞게 상대를 고치려고 고집하기 쉽다.

이들이 자신의 이상에 맞는 것으로 보이는 상대를 결혼 밖에서 발견하면 그 관계가 외도로 이어지게 된다. 한편 이들의 배우자 역시 과거에 자신만을 칭송해주던 이성을 결혼 밖에서라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결혼 당시의 심리적 특성과 상관없이 배우자의 마음을 떠나가게 하는 행동 유형도 있다.

말하자면 배우자에게 완벽을 요구하며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유형,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요구하면서 지나치게 의존적인 유형, 자신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결혼 생활에 필요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알아서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유형, 자기 중심적이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유형들은 결과적으로 배우자가 결혼 밖에서 정서적 및 성적 위안을 찾게 되기 쉽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외도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하고 완전한 배우자 선택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혹시나 자신도 모르게 배우자를 밖으로 밀어내고 있지 않는지, 또 자기 자신의 마음이 때때로 배우자에게서 얼마나 멀어져 가고 있는지를 자주 돌아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고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박수룡 www.npspecial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