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불모산·옥녀봉 종주코스 산과 바다의 절경조화

섬 트래킹은 매력이 넘친다. 높이만을 따져 봤을 때는 그리 높지 않지만 바다에서 바로 시작되는 산이다 보니 만만한 산행이 아니다.

제법 유명한 섬 산행 명소는 산세도 제법 험해 긴장감이 넘친다. 여기에 산행을 하며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하다. 한 번 여행으로 산행과 바다 절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섬 산행 나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경남 통영시에 있는 사량도(蛇樑島)는 산과 바다의 절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섬 이름은 고성에 있는 문수암에서 바라보면 대들보 위에 뱀이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뱀도 많은 섬이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통영에 있는 섬으로 상도와 하도, 수우도 등 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 산행은 상도와 하도에서 모두 즐길 수 있지만 등산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상도로, 지리산(398m)·불모산(399m)·옥녀봉(291m)으로 이어지는 연봉(連峯)을 종주하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출발지인 지리산의 원래 이름은 지리망산(智異望山). 맑은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지만 그냥 지리산으로 부른다. 덕분에 한자까지 같은 지리산이 두 곳이 되었다.

종주코스는 고성에서 출발한 카페리가 도착하는 포구인 내지에서 출발해 지리산∼불모산∼옥녀봉 능선을 타고 면사무소가 있는 진촌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산행에 걸리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다. 지리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지만 깎아지른 바위벼랑 사이에 노송이 매달려 있는 절경도 있고 기암괴석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남해 바다의 빼어난 경관이 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량도 지리산의 정상에서 불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생각보다 험하다. 바위산이라 발 디디는 공간도 충분하지 않고 바람과 빗물에 드러난 나무뿌리들이 발 끝에 채여 걸음걸이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불모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길 보다는 훨씬 평이한 편이다. 불모산과 옥녀봉 능선 중간쯤에는 있는 표지판에 ‘단디 단디 가이소’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험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단디 단디’는 이 지역 사투리로 ‘조심 조심’이라는 뜻이다.

불모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여럿 있어 밧줄을 잡고 오르거나 수직 절벽에 걸어놓은 철제 사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대항해수욕장의 저녁무렵(위)
옥녀봉과 사량도(아래)

외줄을 타고 절벽을 오를 때는 행여 미끄러질까 밧줄을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면 떨리는 발걸음을 옮겨야하는 철제 사다리의 촘촘한 계단을 밟다보면 오금이 저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체력과 담력이 있으면 오히려 즐거운 체험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용기를 냈던 담 작은 사람들도 산행을 마치고 나면 조금 더 코스가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런 이유로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옥녀봉 등반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 사이에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산’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렇게 재미있고 힘든 산행을 마치고 옥녀봉 정상에 서면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다.

섬의 가장 험한 곳에 서서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하게 되는데 특히 저물 무렵이라면 쪽빛 바다위로 번져가는 노을의 아름다움도 만날 수 있다. 그 때가 한낮이라면 강한 햇살이 반사된 바다는 은박지를 깔아 놓은 듯 반짝거리고 그 위로 배 한 척이 지나가는 풍경화도 감상하게 된다. 만약 바다안개가 낮게 깔린 날이라면 구름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싸이기도 한다.

사량도는 자동차를 배에 싣고 방문할 수 있는 섬이다.

섬을 일주하는 총 길이 17km의 도로도 포장을 거의 마쳤기 때문에 해안 일주도로를 달리는 환상의 섬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해안도로는 승용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길이지만 경치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섬의 풍광을 감상하다보면 1시간 이상 걸린다. 등산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세 시간 정도 걸리는 섬 일주 도보여행에 도전해 볼만 하다.

◇사량도 가는 길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2000사량호(배편문의:055-642-6016)는 하루 1편만 운항된다. 통영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가오치 선착장에서는 사량호와 제2사량호(배편문의:055-647-0147)가 하루 15차례 운항되고 있어 사량도로 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한다. 주말에 섬을 사람들이 몰릴 경우에는 가오치 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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