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 혼입된 과자류 등 섭취량 미미 인체 위해 가능성 매우 낮아

“어제 먹은 과자에 멜라민이 들어 있었다니...”

평소에 과자와 초콜릿을 즐겨 먹는 S씨.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중국산 유제품(분유, 우유, 유당)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인 과자류와 초콜릿류 등에 대한 멜라민 검사 결과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S씨는 “어제 먹은 과자뿐만 아니라 그동안 즐겨 먹었던 초콜릿들이 몸에 어떤 반응을 초래할지 두렵다”며 한탄했다.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멜라민 사료 및 분유 파동은 국민들로 하여금 중국식품뿐 아니라 기타 외국산 유제품까지 믿지 못하게 하고 있다. 멜라민(Melamine)이란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비료를 가열해 생산된 물질. 전문가들은 우선 멜라민 자체의 독성은 낮은 편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장기간에 걸쳐 많은 양을 먹었을 경우는 연구한 사례가 없다.

정부 여당의 ‘안전한 먹을거리 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인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역시 미량의 섭취는 인체에 크게 유해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당국이 멜라민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깊은 조사를 벌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지나친 염려 대신 현명한 소비 자세를 통해 자가적 검역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멜라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아본다.

- 멜라민이 들어간 식품, 얼마나 위험한가

보통 물질의 위해의 정도는 그 물질의 ‘독성의 크기’와 ‘섭취량’으로 판단한다. 사실상 멜라민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이므로 우리 국민이 심리적으로 느끼기에는 엄청난 위해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상 독성은 그리 크지 않은 물질이다. 보통 고농도의 독성을 비교할 때 LD50이라는 실험동물의 반수가 죽는 량, 즉 ‘반수 치사량’으로 평가한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LD50 값은 체중 kg당 3.4g 정도로 독성이 낮은 편이다. 소금이 약 4g이므로 소금보다 약간 독성이 강한 물질 정도로 보면 된다. 또한 발암성, 유전독성, 생식독성, 피부자극 등이 없고, 방광과 신장에만 영향을 주는 독성등급이 낮은 물질이다. 또한 몸에 축적되지 않고 대부분 신장을 통해 뇨로 배설된다.

다음으로 ‘섭취량’을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중국에서 발생한 멜라민으로 인한 유아사망은 분유를 주식으로 하는 유아가 고농도의 멜라민(즉 2,563mg/kg food)에 노출되어 신장결석 등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농도의 멜라민을 함유하는 중국산 우유와 분유가 수입되지 않았고, 우유 등의 첨가에 의해 멜라민이 소량 혼입된 과자류 등의 섭취에 의한 것이므로 섭취량이 미미하여 인체 위해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문제시된 식품 중 최고 검출량을 보인 미사랑코코넛에서는 271ppm, 해태 카스타드의 경우 137ppm의 멜라민이 검출되었고, 커피크림 등에서는 더욱 적은 양이 검출되었다. 60kg 성인은 5.5g 짜리 커스타드 40개를 매일 섭취해도 평생 멜라민에 의한 위해가 나타나지 않는 수준이고, 30kg의 초등학교 저학년은 커스타드 20개를 매일 섭취해도 평생 위해가 없다는 것이다. 20kg 유아 역시 하루 7개 정도 섭취해도 평생 위해가 없는 양이다.

- 멜라민 독성의 위력은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배가되는가

멜라민은 섭취량이 많은 그룹이나, 면역이 약한 계층에 특히 위험하다. 섭취량이 많은 계층이란 멜라민이 다량 혼입된 우유나 분유를 주식으로 하는 영유아가 해당될 것이고, 면역이 약한 계층은 노약자, 영유아 및 어린이, 신장 질환자 등이 해당될 것이다.

- 또 중국산이 말썽이다. 왜 유독 중국산 식품에서 이런 불량 먹을거리가 자주 검출될까

대부분 의도적 범죄행위에 기반한 것인데, 근본적 원인은 ‘중국’에 있다. 중국 내 식품 생산자의 위생수준과 해이한 준법정신이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은 영세업체가 워낙 많고 유통망마저 복잡해 지도단속 등 감시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여기에 열악한 농축산 환경, 낙후된 가공 및 유통 시설, 낮은 식품위생 관련 기술수준도 일조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큰 문제는 품질보다는 이익에 급급한 무분별한 수입을 일삼는 우리 수입업자에 있다.

- 국내의 식품검역체계도 문제가 많다

2005년 중국산 먹을거리 파동 당시 우리 정부가 취한 대책은 수입식품 검사 강화였다.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더 많은 시료를 검사키로 하였는데 효율성이 부족했다. 정밀검사 비율을 평균 20%에서 30%로 늘린다고 해서 검사항목에도 없는 물질이 검역과정에서 걸러질 리가 만무하다. 해외 정보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해외 기관들과의 네트웍을 체결하여 주요 수입국의 식품안전정보 수집을 강화함으로써 문제 식품과 물질을 신속히 검사 항목에 추가하거나, 문제 국가에 대해서는 정밀검사 비율을 100%로 늘리는 등의 영리한 대처가 필요했다. 즉 ‘검역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효율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또한 전체 중국 수입 물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의 경우, 정상적 검역을 거치지 않아 검사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식품안전 당국의 인력과 예산이 양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특히 농림부, 식약청 등으로 다원화된 식품안전 행정체계가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 식품안전 행정을 일원화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식품안전처” 등 식품안전만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기관 설립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만약 기존의 조직을 활용한다면 생산자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 농림수산식품부보다는 소비자 중심의 식품안전 행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이번 사태를 통해 관련 식품법의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원산지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일단 소비자는 ‘수입산’이 아니라 ‘중국산’으로 표시되기를 원한다. 또한 외국의 OEM(주문자상표부착)의 경우 정확히 어느 나라에서 제조된 것인지 눈에 잘 뜨이게 표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확히 어느 나라에서 수입되었는지 알아야 소비자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식품 원료의 원산지와 수입식품 생산지 표시는 농산물품질관리법, 대외무역법 등에 나눠져 있기 때문에 이들 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투명한 원산지 및 생산지 표시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 소비자들은 어떤 자세로 식품 구매를 해야 할까

소비자는 더 영리해져야 하고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중국산 수입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지만 불매 캠페인 한 번 제대로 벌인 적이 없다. 소비자의 강력한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원산지, 생산지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여 구매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 신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며, 올바른 식품 구매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 이런 행동이 식품의 최종 검역이라는 생각이 더 없이 필요한 시기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