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진료실을 찾아온 40대 중반의 회사원입니다. 평소에 건강하던 이 분은2-3년 전부터 위장병으로 시달려 왔지요.

소화가 잘 안되고 가스가 차며, 심하면 속이 쓰린 것이 주 증세이었는데, 어떤 때는 목구멍이 답답해지고 뒷목이 뻣뻣하며 뒷골이 쑤시기도 하고, 쉽게 놀라며 신경이 예민해지기도 하였습니다. 병원에 가서 X선 검사나 내시경검사를 여러 차례 받았는데도, 의사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약을 처방하였다고 합니다. 약을 복용하면 며칠간은 괜찮다가도 또다시 위장이 아파 왔지요.

이분은 소위 "신경성"위장병, 더 정확히 하면 기능성위장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기능성위장장애는 말 그대로 위장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염증이라든지 궤양 또는 암 같이 위장의 형태 자체에 이상이 생긴 것하고는 전혀 다른 병입니다.

기능장애가 있는 위장은 적절한 운동이 필요한 때에는 무기력하게 축 늘어져 있는가 하면, 필요 없을 때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질환은 그 자체로는 중병이 되지는 않지만, 당사자들이 당하는 고통은 궤양이나 암보다도 훨씬 심하고, 당연히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심각합니다.

자 이런 지긋지긋한 위장병 좀 고치고 약을 안 먹고 살고 싶지는 않습니까? 이런 위장병을 완치하는 데는 길어야 3개월, 짧으면 2주 밖에는 사실은 걸리지가 않습니다.

완치를 하기 위한 첫째 방법은 위장병과 증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라는 것입니다. 여러 번 검사를 받아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위장병이 암이 되거나, 이유 없이 궤양으로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아파 봤자 증세뿐이라는 것이지요. 증세도 사실은 참을 만합니다. 못 참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이지요.

둘째는 위장병의 근본 원인을 없애라 라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영향이 큰 순서대로 몸의 민감함, 과식, 음주, 흡연 등입니다. 일단, 몸의 민감함과 과식만 줄여도 증세의 대부분은 좋아집니다.

민감한 몸을 둔감하게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머리가 시키는 반대로 몸으로 하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지요. 한 예로, 완벽한 사람이면 일부러 실수를 해보고, 깔끔한 성격이면 일부러 지저분하게 사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과식을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끼 식사를 30분 이상 동안 먹는 것입니다. 첫 술을 뜨고 마지막 술을 놓을 때까지, 얘기를 많이 하거나, 딴 짓을 하거나 하시면 됩니다. 과거 영양결핍시대에 했던 것 같이 꼭꼭 천천히 오래 씹어서 시간을 끌 필요는 없지요.

음주는 안 할수록 도움이 되지만, 식사를 하다가 꼭 술을 마셔야 되는 경우라면, 술에 입을 댄 순간부터는 술만 드시기를 하면 됩니다. 밥도 안주도 먹지 말라는 것이고요. 물은 물론 마셔도 됩니다.

언뜻 생각해 보면 위장이 나빠질 것 같지만, 의외로 전체 음주량과 과식량이 줄어 들어 위장을 훨씬 더 편안하게 만듭니다. 영양결핍시대에는 깡술만 마시면 위장을 해쳤지만, 영양과잉시대의 위장은 안주 없이도 튼튼하기만 하지요.

여기까지만 하셔도 대부분의 위장병은 완치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발까지 막으려면 금연이 필요합니다. 몹시 힘든 금연을 억지로 하려면 스트레스이지만, 요즈음 같이 효과적인 담배 끊는 약을 복용하면, 그래 노력하지 않고 쉽게 끊을 수가 있습니다.

계속 약을 들겠습니까? 아니면 위장병을 완치하겠습니까?



유태우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