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희방사역서 주막있는 언덕 마루까지 옛고갯길 일부 복원

경북 영주를 ‘전통의 향기 가득한 선비의 고장’이라 부른다. 아직도 우리나라 양반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선비 문화의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주에 가면 조선시대의 수많은 학자들을 길러 낸 소수서원과 선비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선비촌이 있어 옛 선비들의 정신세계와 생활방식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가슴 가득 품고 과거를 보기 위해 힘찬 걸음을 내딛던 죽령 옛길이 있어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경상도와 충청도를 가르는 소백산맥의 등줄기에 자리 잡고 있는 죽령은 문경새재·추풍령과 함께 영남의 3대 관문이다. 지난 2천 년간 영주나 안동 지방 사람들이 서울로 가기 위해 넘어야만 했던 이 고개는 을사늑약이 있기 전까지인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나 각종 물자를 사고파는 장사꾼들로 넘쳐나는 중요한 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1941년 우리 땅을 강점하고 있던 일본이 중앙선 철도를 놓고 터널을 뚫으면서 인적이 끊기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갔다. 그리고 지난 2001년 중앙고속도로 개통 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런 죽령옛길이 지금은 자연탐방로로 다시 태어났다. 복원된 죽령옛길은 철도 중앙선 희방사역에서 죽령고개 주막이 있는 언덕마루까지 이르는 2.5㎞ 구간인데 옛 고갯길 일부를 복원하고 역사와 전설이 서린 곳과 귀한 식물이 자라는 곳에는 안내판을 설치하여 가족 나들이 장소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소백산국립공원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죽령옛길을 복원한 후 공원 관리소에서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해설 프로그램 덕분에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단위 탐방객들이 늘어나면서 공원탐방객도 연간 45만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주 방향에서 볼 때 죽령옛길이 시작되는 곳은 중앙선 희방사역 뒤편. 역사(驛舍)를 지나 100m 정도 포장길을 오르면 차를 몇 대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고 여기에서 다시 200m 정도 더 걸어 올라가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서 있는 장승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죽령옛길은 시작된다. 조용히 소리를 죽이며 흘러내리는 계곡을 옆에 두고 산길을 오르다보면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가 탐스러운 사과밭을 지나게 되고 이어 본격적인 숲 탐방 길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버섯은 식물과 어떻게 다를까?’ ‘뱀은 왜 혀를 날름거릴까?’ 죽령옛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연관찰로 군데군데 이런 표지판이 서 있다. ‘으름덩굴’ ‘귀화식물-개망초, 서양민들레’ 등 이 곳에 서식하는 식물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있다.

실제로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면 으름덩굴에 달려있는 잘 익은 으름 열매도 딸 수 있다. 머시멜로 같이 부드러운 으름 열매를 입에 넣고 잘 녹여 먹은 후 검정 씨를 내뱉는 즐거움도 운이 좋으면 경험할 수 있다.

아름다운 숲길을 걸어 올라가다보면 죽령옛길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적은 안내판도 발견할 수 있다. 삼국사기와 동국여지승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죽령에 대한 기록, 삼국시대 때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벌였던 전투 이야기, 주막거리 터 이야기, 신라의 명신 죽지 이야기 등 전설과 역사이야기부터 낙엽송에 대한 슬픈 이야기 까지 찾아 읽다보면 트래킹을 나선 것인지, 산책을 나선 것인지 혼동이 될 정도다.

희방사역을 출발할 때는 평탄했던 길이 조금씩 가파르기 시작하면 숲 속에 석축만 남아 있는 옛 주막 터에 이른다. 과거를 보기 위에 길 떠난 선비나 공무 차 길을 나선 관원들, 장터를 찾아가는 장돌뱅이 들이 고개를 넘기 전에 쉬어가거나 고단한 몸을 추스르기 위해 하룻밤 묵어가는 객점이 있었던 주막 입구에는 아마 ‘여기가 죽령 넘기 전 마지막 주막입니다’라는 글이 붙어있음직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죽령옛길 나들이의 덤은 소백산 산행

사철 언제나 아름다운 소백산. 희방사의 은은한 동종소리를 들으며 트래킹을 즐길 수도 있다.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소백산 산행의 출발지를 죽령옛길로 잡으면 희방사역에서 1시간이면 죽령 주막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산 채정식이나 헛제사밥으로 요기를 한 후 6km(3시간 30분 소요) 정도 산길을 걸으면 천문대에 이른다. 내려오는 길에는 희방사와 희방폭포를 지나게 되는데 천문대에서 희방사까지는 2km(약 1시간 소요). 풍기로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풍기온천에서 긴 산행의 피로를 풀 수도 있다.



글, 사진 정 보 상 여행작가, 와우트래블 운영 webmaster@w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