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하고 소화가 잘 안되면 참으로 고통스럽고 걱정이 되지요?

빨리 나으려고 손끝을 바늘로 따기도 하고, 급히 체 내리는 약을 사서 복용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증세가 좋아지면, 아픔이 덜어진 것도 좋지만, 큰 병이 아닌 것을 확인한 것으로 더 안심이 되지요? 어떤 분들은 아예 소화불량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을 참지 못해 소화제를 매 끼니마다 보약처럼 장복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체함과 소화불량은 서양인과는 달리 한국사람들에게는 매우 흔한 병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병으로도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를 치료하거나 예방한다는 위장약, 소화제, 민간요법 등이 유달리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그 중에는 식사 도중에는 물을 절대 마시지 말라는 민간요법도 있습니다. 식사 중 물을 마시면 위액이 희석되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체함과 소화불량이 큰 병으로 대접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과거의 영양결핍시대에서 유래를 합니다. 영양이 부족했을 때에는 쌀 한 톨이라도 아까우니까, 소화를 막아 몸 안에 100% 흡수하지 못하게 하는 병은 큰 병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두 번째 이유는 체함과 소화불량은 그 자체가 고통을 주는 증세라는 점입니다.

더 위중한 병인 위궤양과 암은 처음에는 사실상 큰 증세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간과하기가 쉽지만, 체함과 소화불량은 바로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우리 머리에 심각한 병으로 더 크게 각인된 것이지요.

자, 이제 영양과잉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체함과 소화불량의 의미는 과거와는 다르게 해석되어야만 합니다. 바로 이런 증상 자체가 비만치료제라는 것이지요.

요즈음 흔히 쓰이고 있는 비만치료제의 핵심 효능은 식욕 등을 떨어뜨려 음식을 적게 먹게 하거나,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않게 하여 흡수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증세를 제외하면 체함과 소화불량의 작용과 똑같지 않습니까? 사실 비만치료제라는 것도 부작용이라는 증세가 있기 때문에, 증세를 비교하면 그것도 비슷하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체함과 소화불량의 증상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거의 누구나가 그리 어렵지 않게 견딜 수 있는 증세에 불과합니다. 큰 병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오히려 증세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지요.

‘아플 테면 아파 봐라’ 하면 증세는 의외로 쉽게 견딜 수 있습니다. 또한, 약을 먹지 않고, 손 끝에서 피를 내지 않아도 체함과 소화불량은 오래 끌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병입니다. 사실 이미 거의 나을 때가 되었을 때 약을 먹고 손을 따는 경우가 더 흔한 것이지요.

체함과 소화불량은 더 이상 병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몸을 이롭게 하는 증상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증상에 불안해 하기보다는 적절히 즐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몸에는 더 유리합니다.



유태우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