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직접검사와 코로 넣는 내시경 사용 환자 거부감 줄여

과음과 폭식을 일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박(47·남)모 씨는 잦은 설사와 복통으로 몇 년 째 고생하고 있다. 점차 증세가 심해지더니 요즘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방귀를 뀌는 일도 많아져 고민이다.

그러나 그는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해 불편한 속을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 대기 시간이 길고 이것저것 검사하는 종합병원에 가기엔 하찮은 병인 것 같고, 동네 병원에선 왠지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약 25%가 복통, 소화불량 등 소화기 질환을 앓고 있고, 위암, 대장암, 간암 등 소화기 관련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체 암 사망률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화기 질환을 많이 앓고 있지만 이제껏 소화기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없었다.

국내에 처음 위 내시경을 도입한 소화기내과의 대가 민영일 전 서울아산병원 검진센터장이 최근 소화기 전문병원 '비에비스 나무병원'을 개원했다. 민 교수를 비롯해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의사 7명이 모여 소화기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민 원장은 "한국 야쿠르트에서 조사한 결과 국내 성인 중 25% 가량은 복통, 속쓰림, 소화불량 등 소화기 질환 증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료계의 제한적 환경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화기 전문병원 설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 소화기 질환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관건

병원은 크게 소화기 센터와 건강검진 센터로 구성돼 있다.

소화기 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매우 다양해 한번에 확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험이 풍부한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문진을 하고, 위나 대장 내시경 등 검진과정에 직접 참여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종합병원 건진센터의 경우,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검진과정에 관여하지 않는 곳도 많다. 반면, 동네 병원의 경우, 장비의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검진을 실시하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예를 들어, 보다 정확한 대장암 검사를 하려면 초음파와 혈액 검사 외에도 대장 내시경과 대장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간경화 합병증이 있는 사람의 간암 여부를 진단하려면 초음파와 혈액검사 외에 CT와 MRI촬영이 추가로 필요하다.

비에비스 나무병원은 초음파, 내시경, PET-CT, 64ch-MDCT 등 대학병원 수준의 검진장비를 갖추고 있다. 또, 경험이 풍부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직접 검사를 실시한다. 검진과정에서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정밀검진 등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 병원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민 원장이 개발한 경비 내시경이다. 경비 내시경은 코로 넣는 내시경으로, 심한 구역질을 야기시키는 기존 내시경과 수면 약물을 투입하는 부담이 있는 수면내시경의 단점을 보완했다. 내시경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검사를 꺼려했던 많은 이들에게 희소식이다.

민 원장은 "40대 이상의 남녀는 누구도 위암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1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변함에 따라 대장암도 증가 추세다. 민 원장은 대장암 정밀검사인 대장내시경은 5년 마다 한번씩 받는 것이 좋으며, 대표적인 한국인 호발암인 간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B형이나 A형 간염 보균자는 6개월에 한번씩 간암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소화기 센터에는 내시경 조기암 클리닉, 복통 클리닉, 간 클리닉, 담석 클리닉 등 7개의 소화기 전문 클리닉을 두고, 검사 결과에 따라 세분화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술은 복강경 또는 내시경으로 이뤄진다. 민 원장은 "진행된 암이나 췌장암 등으로 이 병원에서 치료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담당 의사가 최적의 병원을 추천해 주고, 환자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보내준다"고 덧붙였다.

또, 복통 클리닉에서는 만성 소화불량처럼 소화기 질환은 있지만 검사 상으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기능성 질환도 적극 치료한다. 기능성 소화기 질환을 계속 방치할 경우 암 등 더 큰 질병으로 진전될 수 있다.

민 원장은 "기능성 소화기 질환은 원인이 매우 다양한 만큼 전문의들이 환자와의 세밀한 상담을 통해 정확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비내시경(위)
비에비스 나무병원 병실(아래)

■ 찾아가는 생활습관 관리 서비스까지

소화기 질병은 대부분이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병의 완치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다.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의 교정 없이는 질병을 예방할 수 없다.

민 원장은 소화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으로 ▲소식을 하고, ▲육식은 적게, 채소는 많이 섭취하며, ▲맵거나 짠 음식을 피하고, ▲본인이 먹어서 불편한 음식은 삼가하는 것이 좋으며, ▲약을 복용할 때는 약이 위장이나 간에 영향이 없는지 전문의와 상의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소화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유는 이를 몰라서가 아니라 실천이 안 되기 때문.

이 점에 착안해 비에비스 나무병원은 요구르트를 생산하는 한국야쿠르트와 제휴를 맺고,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병원과 한국야쿠르트가 자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간호사인 라이프스타일 매니저가 식습관과 기초체력, 운동부하 등을 검사해 1년간 회원 개개인의 생활습관 및 건강상태에 맞는 맞춤형 생활습관을 관리해 준다.

내년부터는 소화기 질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주목되는 스트레스 관리도 본격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