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안에 끝내자" "가격 너무 싸다" 공개편지 오가며 인수협상 막판 신경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 지난 1월말. 주당 31달러에 야후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야후 이사회는 이를 공식 거절한 바 있다. 당시 야후 이사회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너무 싼 제안'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단 한번의 거절에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없다. 지난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그 답을 던져줬다. 스티브 발머가 보여준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수는 바로 초강력 압박 카드였다.

스티브 발머는 4월5일 야후 이사회에 공개 편지를 보냈다. 말이 편지지 내용을 보면 야후 이사회에 보내는 최후 통첩문이었다. '3주의 시간을 줄 테니 그 안에 협상을 마무지 짓자.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을 움직여 야후 이사진을 갈아치우겠다'는 게 최후 통첩문의 골자다.

스티브 발머는 야후 이사회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가 인수 제안을 한지 두달이 지나도록 의미있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3주안에 인수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야후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야후 이사진 교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스티브 발머는 "우리의 제안은 야후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해준 것이며 이는 야후의 주주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야후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주들을 움직여 자신들에 우호적인 인물들로 이사회를 교체한 후 협상을 마무리 하겠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티브 발머의 최후통첩문을 통해 야후 인수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최후통첩을 전달받은 야후의 반응은 어떨까. 야후도 바로 공개편지 형식으로 다시 한번 거절 의사를 확인시켜줬다. CEO 제리 양과 이사회 의장 로이 보스톡 이름으로 스티브 발머에게 보낸 편지에서 야후는 "MS의 주가 하락으로 당신들의 제안은 현재 더욱 가치를 잃었다"며 현 제안 가격에는 전혀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리 양은 "그동안 몇차례 양사 경영진들의 만남이 있었고 그중에 두차례는 스티브 발머 당신도 참석했었다"며 그동안 양사가 비밀리에 협상을 벌여왔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야후가 협상에 미온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MS의 제안보다 현재 야후의 가치가 훨씬 높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야후의 주주들도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임장을 통한 표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야후 경영진이 최후통첩에 즉각 거부 메시지를 보내긴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시한이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떤 협상이 진행될 지는 알 수 없다. 제리 양이 밝힌 대로 이미 협상이 진행돼 왔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후통첩문은 결국 표대결까지 갈 상황이 임박했으며 이를 앞두고 전략적 언론플레이에 나선 측면도 강하다. 야후 경영진이 아니라 야후 주주들에게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말이다.

어쨌든 야후 경영진과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은 서로 "야후의 주주들은 우리 편"이라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위임장 대결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연 야후 주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주주들의 최고 관심사는 자신들의 소유한 주식의 가치다. 과연 그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할까. 언론이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미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요 주주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주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라는 압력을 야후 경영진에 보낼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종 목표는 야후가 아니라 구글이다. 구글 정벌을 위해 대군을 일으킨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정길에 본격적으로 나서기에 앞서 야후를 먼저 복속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야후를 복속하는 과정에서 피해와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야후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후통첩과 야후의 결사항전 의지가 오간 가운데 마감시한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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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