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위해 자신의 저작물 활용 허용하자"… 성공 사례 연구 공개 프로젝트도

‘공유’의 기치를 내걸고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새로운 창조를 위한 저작권 공유 운동’,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재 9천만건이 넘는 디지털 컨텐츠가 CCL을 도입했다.

사회적으로 창조적 활동에 자신의 저작물을 기꺼이 제공하자는 새로운 저작권 ‘CCL’은 200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세계 46개국에 확산되며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저작권이 더욱 강화되는 게 세계적인 현실이지만 또 한편에선 ‘공유’하자며 자신의 저작물을 개방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CCL은 저작권 포기 운동이 아니다. 자신의 저작물을 바탕으로 누군가 사회적 창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자는 것이다. ‘이 저작물은 내가 만들었지만 좋은 일에 쓰겠다면 맘대로 퍼가라’는 식이다. 저작물은 그것이 또 다른 사람들의 창조적 활동에 활용됨으로써 더 나은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다. CCL이 추구하는 바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이제 국내에서도 CCL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CCL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CCL 확산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다. 블로거들이 가장 열성적이다.

자신의 글에 CCL을 적용한 블로그를 이제는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블로그를 방문하다 CCL 로고를 발견했다면 “창조적 공유를 위해 내 글을 퍼가도 좋습니다. 단, 저작자가 누군지만 표시해주세요”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다음, 파란, 네이버 등 포털들도 카페나 블로그에 CCL 로고를 쉽게 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문서작성 소프트웨어 ‘한컴 오피스 2007’에 글을 작성한 후 CCL 로고를 달 수 있는 기능을 담고 있다.

지난 6월24일 CCL 운동의 본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CCL 도입해 성공한 사례들을 한데 모아 연구하고 공개하는 '사례 연구(Case Studies) 프로젝트'(http://wiki.creativecommons.org/Casestudies)다. CCL이 도입된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전세계 사례들을 모아 연구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CCL을 좀더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CCL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지만, 아직은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CCL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않다. 대표적인 것이 CCL 로고가 달린 저작물은 무단으로 퍼가도 좋은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다.

또 CCL을 저작물 보호기술쯤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CCL=공짜’라는 인식아래 자신의 저작물에 CCL을 도입하면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하고 CCL 도입을 꺼리는 경우도 적지않다.

물론 CCL은 공짜라는 의미는 아니다. CCL은 다시 강조하지만 저작권 포기 운동이 아니다. 따라서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허락하에 좋은 일에 쓰려는 사람이면 그냥 가져가도 좋다’는 뜻이다. 물론 CCL에도 여러 가지 조건을 추가할 수 있어 허락의 범위도 저작권자가 다양하게 지정할 수 있다.

아무튼 CC에서 새로 시작한 도입 사례 프로젝트는 이런 잘못된 인식들을 넘어 'CCL 바로잡기'에 기여하고자 출범했다. 이를 통해 CCL에 대한 궁금증을 실사례와 함께 풀어볼 수 있는 마당이 생긴 것이다.

생각보다 CCL을 적용한 서비스들은 많다. 참여형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세계 최대 사진공유 서비스 플리커, 음악공유 사이트 자멘도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블로터닷넷을 포함해 티스토리, 태그스토리, 뉴스뱅크이미지 등이 CCL을 도입·적용하고 있다.

사례 연구 프로젝트는 또 ‘열린 프로젝트’를 지향한다. CC에서 주관하긴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는 누구나 참여해 CCL 사례를 소개하고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국제 행사도 잇따라 열린다. '호주·아시아 커먼즈 설립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6월30일~7월1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Communia/CC 유럽' 회의, 10월25·26일 스웨덴 고덴부르크에서 열리는 FSCONS, 7월29일~8월1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아이서밋 등이 대표적이다. 각 행사별로 커뮤니티 참가자들이 공개한 프로젝트 진척 사항들이 소개된다.

저작권은 보호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남용돼서는 안된다. 권리 보호와 사회적 공유라는 대척점에서 절묘한 절충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CCL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