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야자 립싱크’ 열풍에 선생님도 도전했다. (http://www.pandora.tv/my.pa9383/32494852)

무더운 여름 밤 교실 안에서 교과서와 씨름하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한눈 팔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카메라 앞에 앉았다. 환하게 불 켜진 교무실 안에 혼자 남은 한 남자 선생님은 이어폰을 꽂고 북채를 마이크 삼아 잡고 SG워너비의 <라라라>를 신나게 립싱크 해 부른다.

학생들과는 달리 가사를 미처 외우지 못한 탓인지 한 곳만 집중적으로 쳐다보며 가사를 읽어 내려 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어설퍼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3명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혼자서 모두 소화하다 보니 숨돌릴 겨를 없이 불러야 하므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법도 하지만 찡그리거나 힘들어 하지 않고 밝은 미소를 유지한다. 다소 빠른 리듬과 이어지는 가사는 몇 군데 틀리거나 입이 맞지 않는 등 실수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등 웃음 대목은 이어졌다.

한 손은 북채를 마이크 삼아 잡고 나머지 손은 가위로 만든 채 리듬을 맞추고 있지만 그마저도 엇박자가 대부분이다. 비록 가사는 틀리고 엇박자 일쑤지만 두 눈을 지긋이 감고 노래에 맞는 감정 표현은 충분했다.

마치 고음을 부르듯 미간을 찌푸리며 가위로 만든 손 가락을 위로 찌르는 등 립싱크의 충분조건은 모두 갖추었다. 간주가 부분에서는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날리기도 하는 등 선생님의 익살스러운 모습도 무척 재미있다.

광주의 한 여고에서 물리 과목을 가르치고 선생님으로 알려진 남자 선생님은 고 3 수험생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제공하고 다가올 수능시험에 최선을 다해 볼 것을 기원하는 뜻에서 흔쾌히 립싱크 영상에 도전했다고 전한다.

무더운 여름 밤 늦은 시간,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도 학생들만큼 무척이나 힘든 나날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문화에 공감하고 그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보듬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의 선생님을 우리는 UCC속에서 발견했다.

“선생님, 최고에요!”라는 댓글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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