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끼요 로드리게스 아미아마. 이 작가의 이름은 아주 낯설다. 작은 섬나라, 도미니카 출신의 작가다. 그러나 그림이 주는 첫 인상은 진하고도 친근하다. 어디선가 본 듯도 하고, 낯설기도 한, 독특한 장르로 한국의 관람객들에게 유쾌한 악수를 건네고 있다.

‘엔리끼요 로드리게스 아미아마의 열정과 감성, 그리고 몽따주의 미학’이라는 주제의 초대 기획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베아르떼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을 비롯해 중남미 지역인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등 세계의 무대를 누비며 개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엔리끼요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종합’이기도 하며, ‘독자적 재구성’이자 ‘개척’이라는 새 길에 서 있다. 옛날부터 오늘까지 미술사의 거대한 흐름을 지배해 온 각 사조를 두루 섭렵, 이에 대한 자신의 예술적 경배를 역시 회화라는 장르로써 화답한 것들이다.

리얼리즘에서부터 추상, 야수파와 상징주의는 물론 팝 아트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받은 감화와 거장들에 대한 경외감을 독자적인 합성 기법을 사용해 색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끝까지 고전의 대가들의 곁을 떠나지 않고 싶은 작가의 남다른 흠모의 방식인 듯도 보인다.

내용은 역대 현대미술 사조와 유사점이 적지 않지만, 거침없는 화면구성과 특유의 조형적 재구성법, 아카데믹한 이미지의 몽따쥬, 황금분할의 정수를 보여주는 미학적 구도는 온전히 엔리끼요 로드리게스만의 것으로 시선을 끈다. 나아가, 작가는 각 작품마다 그 영감의 근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구체적이고도 서정적인 제목을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모티브의 신원을 친절히 밝히고 있다.

상당수 또는 대부분의 작품에 자신이 영향을 받은 화파나 거장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모든 작업과정과 작품은 자신에게 예술인으로서의 길을 인도해 준 세계 미술사와 주인공들에 대한 엔리끼요 로드리게스의 진심어린 헌납의 의미가 깃들어있다.

전시작은 약 25점. 소재는 물론 구도와 색감, 터치 등 작품마다 구사된 특색이 저마다 달라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무궁화를 소재로 한 ‘Dominicana'는 대개의 작가들이 꽃을 중앙에 배치하는 방식과는 달리 이를 기하학적 형태로 분할해 마치 거대한 모자이크 퍼즐처럼 가로 세로로 교차 배치해 담았다.

이는 기하학적 추상의 대표자 몬드리안에 대한 봉헌과 이를 사용한 제2의 응용미를 담은 작품이다. 이와 유사한 분할기법의 ’Ordinary World'의 인상도 작가의 개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제목 그대로 그림의 대상은 평범하지만, 실제로는 범상치않은 작가의 사물관이 흥미롭게 나타난다. 이외에도 ‘휴일 오후 사차와 이야기를 상상하다’를 비롯, ‘Johns와 Matisse 사이 4개의 원형’, ‘If Hockney visits-Santo Domingo’ 등 추상적 상상력과 예술적 위트, 역대 미술사조의 흔적이 녹아있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표현양식이 변화무쌍하고 기발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역으로, 작가의 각 작품에 숨은 기존 화파와 양식이 무엇인지를 관객입장에서 스스로 추론해보는 것도 재미있을만 하다.

세계 평단에서는 ‘전 사조의 정수만을 뽑아 새로운 몽타쥬를 구축했다’는 호평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미술가이면서도 문학성이 엿보인다는 점도 엔리끼요 로드리게스가 가진 장점이자 작품에 스민 매력 일부다. 이도저도 상관없이, 그저 ‘마음에 끌리는 작품이 최고의 작품’이라는 순수한 애호가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반할만한 요소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전시회는 30일까지 계속된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주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