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땀흘리며 먹는 '짱뚱어탕' 고향맛 나네

겨울철 보양식이라면 생각나는 것, 추어탕, 사철탕, 꼬리곰탕 등…. 그럼 짱뚱어는 어떨까?

전라도 지방에서 짱뚱이라고도 불리는 짱뚱어는 개펄에 사는 미꾸라지로 일컬어진다. 환경이 척박한 개펄에서 강력한 생존력을 보이는데다 겨울철 동면을 하고 가을철 이후 가장 맛이 좋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면이 적지 않다. 갈아서 탕으로 많이 먹는 것 또한 닮았다.

짱뚱어탕을 내놓는 집이 예전 보다는 늘어난 편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1996년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삼호짱뚱이’는 짱뚱어 요리 대중화를 이끈 원조집 격에 속한다. 10여년 전인 당시만 해도 짱뚱어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다. 아예 짱뚱어란 단어를 상호에까지 집어 넣은 이 집은 짱뚱어 요리의 대명사로도 통했다.

추어탕을 좋아하는 이라면 짱뚱어탕 또한 맛에서는 거의 매한가지다. 미꾸라지처럼 짱뚱어를 삶은 뒤 체에 곱게 갈아서 육수에 된장을 풀어내는 것이 일반적인 조리법. 탕 속에 우거지나 호박 양파 마늘 등이 들어가 소위 ‘건데기’ 역할을 한다.

뜨겁게 데워진 뚝배기에 나오는 짱뚱어탕에 잘게 썬 파를 뿌려 놓는 것이 추가 양념의 전부. 추어탕처럼 굳이 산초를 넣지 않는 이유는 잡내나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구수하다.

망둥어과에 속하며 마치 공룡 시대 화석처럼 특이한 모양으로 생긴 짱뚱어는 그런데 생산량이 넉넉하지 못하다. 옛날에는 흔했다지만 요즘은 전라도 벌교의 순천만에서 많이 잡히고 강진 영암에서 소량 출하되는 정도.

때문에 가격도 결코 싸지 않다. 최근 수입이 급증하는 중국산 미꾸라지 한관(4kg)이 1만2,000~1만5,000원 수준이라면 짱뚱어는 1kg에 5만원 내외에 거래된다. 같은 무게로 환산하면 10~15배 정도나 더 비싼 셈이다.

개펄에서 짱뚱어를 잡는 것 또한 간단치 않다고 한다. 순간 점프력이 어찌나 좋은지 수 미터를 팔짝 뛰며 돌아다닌다. 뻘에서 놀고 있는 짱뚱어를 사람이 직접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그래서 개펄 위로 나온 짱뚱어는 멀리서 길다란 낚시줄을 던져 훑치는 방식으로 잡는다. 아님 개펄에 물이 빠져 나가는 틈을 타 뻘 안에 숨어 있는 짱뚱어를 손으로 잡아 내는 방법이 대표적. 그만큼 빠르고 힘이 좋은 만큼 보양식의 재료로 손색없음을 말해 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짱뚱어탕 역시 주로 식사용으로 적당한 메뉴. 그래서 이 집에서는 남도 음식들을 함께 내놓는다. 서대나 깡다리 조림, 홍어삼합, 홍어애탕, 홍어찜, 낙지꾸리, 낙지연포탕, 병어회 등이 적당한 안주나 요리거리들.

목포 출신인 주인 김명훈씨가 내놓는 상차림의 10여가지 기본 반찬들 또한 남도 내음이 물씬 난다. 전어창젓류인 돔베젓갈, 꽃게무침, 섬초(시금치)무침, 갈치새끼를 말린 풀치. 톳나물, 갓김치, 감태 등. 콩나물이나 콩자반, 두부조림, 동치미, 계란찜 등은 기본이다.

■ 메뉴

짱뚱어탕 1만원, 짱뚱어 전골 3만~5만5,000원(2~4인용), 제철회 홍어 산낙지 병어회무침 간장게장 전골 매생이 떡갈비 대통밥 짱뚱어탕 등으로 이어지는 저녁 정식은 4인 한상차림 14만원.

■ 찾아가는 길

서울 신사동 안세병원 뒷골목 (02)3444-3535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