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멋있는 음식은 느끼고 즐기는 행복한 선물"푸아그라·토스카나 전통 요리 등 프랑스·이탈리아 최고급 메뉴 선보여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미슐랭'에서 스타를 받는 주방장은 일단 최고의 요리사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가이드북에 걸맞는 엄격한 심사와 평가를 통과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최근 미슐랭 스타 조리장 두명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인 다니엘 샴봉과 이탈리아 출신의 가에타노 트로바또씨.

미슐랭 1스타의 샴봉 조리장은 거위간 요리 전문가. 그는 15가지의 푸아그라 메뉴를 내놓고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테이블 34에서 푸아그라 요리의 진수를 선보였다. “푸아그라 요리 방법은 수십, 수백가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커다란 줄기는 찬 요리와 뜨겁게 조리하는 핫 푸드 2가지 방식입니다.”

그가 서울에서 특히 선보인 메뉴는 찬 요리에 속하는 푸아그라 테린. 푸아그라를 갈아 24시간 이상 꼬냑과 포트 와인에 절여 숙성시키는 음식이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 주방에 도착하자마자 푸아그라를 직접 절여 식재료들을 준비했다.

“흔히 푸아그라 하면 거위간으로만 많이 알고 있는데 실상은 오리간이 더 많습니다.” 거위 보다 더 살이 잘 찌고 비육 기간도 짧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푸아그라의 80%는 오리간이라는 것이 그가 전해주는 정보다. 불어로 푸아그라란 단어 또한 ‘뚱뚱한 간’이라는 의미여서 굳이 거위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푸아그라 찬 요리는 24시간 이상의 숙성과 70도C의 오븐에서 2시간 이상 가열하는 길다란 조리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팬에서 굽는 것 같은 뜨거운 요리는 고온에서 불과 5~10분 이면 충분합니다.” 그는 국내 조리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벌이며 노하우도 전수했다.

미슐랭 2스타의 가에타노 트로바또 조리장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요리를 예술적으로 각색해 보이는 솜씨를 선보였다. 한 마디로 자신의 직함도 요리사라기 보다는 아티스트라는 것이 그의 주장.

그가 음식을 그릇에 담아내는 방식은 흡사 프랑스 궁중의 식탁 같다. 그리 많지 않은 양의 식재료 몇 가지만을 아기자기하거나 때론 아름답게 담아내는 것. 그는 “음식을 담을 때 건축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건축물을 짓듯 조화를 염두에 둔다는 것.

그래서 그가 이탈리아의 시골 도시인 씨에나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좌석은 30석 밖에 안되지만 조리사는 무려 15명이나 된다. 1명의 조리사가 2명의 손님을 책임지는 셈. 그처럼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도 이탈리아 내 25개 정도에 불과하다.

리코타 치즈 또르뗄리(파스타류)와 가벼운 타라곤 페스토 및 페코리노 치즈, 바질을 곁들인 가자미와 가리비 메달리온, 랍스터 라비올리와 감자소스, 비트 루트 등이 그의 스페셜 메뉴들. 대부분 한 접시에 세가지 정도 재료들을 미학적으로 담아낸다.

그가 창안해낸 예술 메뉴들은 그가 저술한 ‘토스카나에서 맛의 예술’이란 책자에 상세히 수록돼 있다. 1만2,000부씩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발간했는데 전부 다 팔려 나갔다고.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먹는 게 배에 집어 넣는 것만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관심사인 것이죠.” 두 조리장은 “음식도 머리로 생각하고 느끼고 즐기는 대상”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니엘 샴봉 조리장의 푸아그라 테린 요리.




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