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한복판에 뛰어든 원시문화의 순수 영혼

문명의 때묻지 않은 원시 예술이 문명 한 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이국의 원시 문화가 가진 살아있는 생명감을 담고 있는 아프리카․오세아니아 원시미술전이 지난 1일부터 서울 이목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토속성이 살아있는 각종 목조 조각물 등 자체 소장품 약 150점중 약 35점이 전시되고 있다.

머리가 크고 둥근 아샨티족의 인물상은 간결하고도 상징적이다.

아샨티족 여성들은 결혼을 할 때 머리가 매우 큰 인형조각을 가져가는 풍속을 갖고 있다. 인형조각에 나타난 머리의 크기는 인형의 두 팔을 벌린 길이보다도 더 넓고 크다. 이 ‘비정상적’인 비율의 머리 크기를 가진 인형은 아샨티족에게 건강한 아이를 의미한다. 결혼 후 건강한 아기를 갖고 싶은 바람을 담아 신부들이 내내 쓰다듬으며 생활 속에서 함께 한 조각물이다.

첫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부터는 그 아이가 자라며 이 조각을 가지고 놀다가 동생이 태어나면 이를 동생이 물려주는 등 세대와 형제간을 이으며 결속과 건강에 대한 소망의 상징도구로 이용했다.

빗 모양으로 새겨진 아샨티족 조각 또한 눈길을 끈다. 나무로 된 머리빗 모양 위에 인간이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는 비를 바라는 가나인들의 소망과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빗은 비를 상징하는 도구다. 특히 빗 위에 앉아있는 인간의 조각상에서 그 머리와 가슴 부분에 새겨진 지그재그 모양은 간절히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가나인들의 원시적 미학과 주술적인 의미를 함께 담은 일상 속 장식품이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마노족 조각은 생명과 잉태의 뜻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 조각품, 아니 전 세계의 원시 예술의 기원과 흔적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메시지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라이베리아의 마노족 조각 역시 배 위에 두 손을 얹고 복식호흡을 하는 듯한 여인상이다. 새 생명의 잉태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사뭇 경건하다.

단순한 임신과 출산, 생물개체로서의 번식 문제가 아니라 살아있는 자와 그 조상간의 영혼이 연결되는 접점의 순간이자 대 사건으로 잉태의 의미를 받아들였다. 인류의 기원과 존속, 생과 사를 초월한 영원한 소통을 대하는 숙연한 태도가 조각 속에 아로새겨져 있다.

이외에도 동물이 새겨진 아샨티족의 의자조각, 두 손을 하나로 모은 가봉의 팡족이 만든 조각, 뿔이 달린 인간의 머리 위에 또하나의 인간 형상을 배치한 코트디부아르 세누포족의 조각 등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원시부족에서 나온 다양한 미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지역 전체 단위의 미술품을 망라한 것이 종전 전시회의 대체적인 추세였다면 이번 전시회는 그 안에서도 각 부족별로 작품을 세분하며 보다 깊은 통찰과 의미를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

전세계가 점점 첨단화, 현대화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아프리카의 원시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 또한 이와 비례해 상승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꾸만 지능화되는, 그리하여 인간 본연의 숭고함이 등한시되는데 대한 반감이거나 토속성에 대한 본능적 향수때문일까. 생활과 문화 전반에 걸쳐 종교성이 깊숙이 배어있는 이들의 엄숙한 ‘제의(祭儀)적 문화’는 우리 사회의 경박한 세태와 문화를 되돌아보게 한다. 의미와 상징, 형식이 갖는 장점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더욱 여운이 크다. 전시는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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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