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들의 잇따른 공개 구혼이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지난 13일 개그맨 오지헌은 MBC 개그 프로그램 <개그야> 녹화 도중 오는 8월 결혼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날은 오지헌이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개그야>로 이적 후 첫 녹화에 참여했다. 진인륜대사 중 으뜸으로 여겨지는 결혼 소식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하지만 왜 하필 처음으로 <개그야>에 발을 디디는 날에 공개를 결정했는지에 대해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던졌다.

오지헌에 앞서서도 여러 개그맨이 공개 프러포즈를 했다. 지난해 4월에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녹화 도중 개그맨 김민수가 결혼 소식을 알렸다. 개그맨 김시덕 역시 <개그콘서트>를 적극 활용했다. 방송3사 대표 개그 프로그램에서 모두 공개 구혼을 한 셈이다.

만인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사랑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폄하하고 싶은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개 프러포즈 사실이 방송 전에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되며 많은 시청자들은 ‘시청률 높이기’ 아니냐며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결혼까지 언급하지는 않더라도 남녀 개그맨의 애정관계가 개그의 소재로 등장하는 일은 빈번해졌다. 개그계의 공식 커플인 김재우-백보람의 경우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격이다. 김재우와 백보람이 각각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제 새롭지 않다. 이 외에도 <개그콘서트>의 윤형빈-정경미 역시 실제 연인이라는 사실을 개그의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랑 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영역이다. 때문에 그 순수성이 훼손됐을 경우 돌아오는 반발도 크다. 김민수는 지난해 공개 프러포즈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 시청자들에게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 자신의 사랑을 공개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결정한다. 하지만 곱게 키워온 사랑의 진실함이 자칫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은 비밀스럽고 애틋한 사랑을 간직하는 것도 나쁜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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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