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사랑과 포크 음악의 아름다운 공명

아일랜드의 더블린 거리. 노래하는 ‘그’에게 노래를 들어주는 ‘그녀’가 다가온다.

그는 가난한 거리의 가수다. 사랑한 연인이 10년전 떠나간 뒤 줄곧 그렇게 살고 있다. 앳된 얼굴의 당돌한 그녀 역시 어린 딸과 어머니의 생계를 책임진 가난한 가장이다. 자신이 아는 피아노 가게에 찾아가 전시용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각자 아픈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와 그녀는 음악을 통해 점점 가까워진다.

그녀의 사랑속에서 그는 마침내 자신의 옛 연인을 찾으러 런던행을 결심한다. 자신의 상처와 직접 맞부딪쳐보기로 했다고 그녀에게 말한다. 동시에, 가수로서의 정식 데뷔를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다. 그녀가 피아노와 코러스를 맡은 가운데, 그의 생애 첫 앨범 녹음이 시작된다. 당초 그를 시답쟎게 여겼던 녹음실 프로듀서는 그의 노래를 듣고 ‘대박’을 예감한다.

잠깐의 휴식 중 그는 ‘함께 런던에 가서 살자’고 프로포즈하지만 그녀는 힘겹게 거절한다. 성공리에 녹음을 마친 뒤, 그녀는 헤어졌던 남편과 재결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그에게 전한다. 그가 런던으로 떠나기 하루 전,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과 진심을 털어놓는다. 그는 결국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고, 그 얼마 뒤 그녀의 집에는 그가 보낸 한가지 선물이 배달된다.

<원스>는 노래로 시작해 노래로 끝나는 음악영화다. 대사와 배경은 노래와 노래를 이어주기 위한 최소한의 상황 설정처럼 보일만큼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그것도 화려하게 조미된 음악이 아니라 극중 주인공이 실제로 연주하는 낡은 포크 기타 소리와 노래, 그 자체가 전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꽉 찬다.

극의 도입부부터 강렬한 공명이 일어난다. 이 작품이 국내 영화관에 개봉됐을 때 일부 네티즌들은 ‘OST 홍보용 영화’라 수군대기도 했다. 아닌게아니라 극이 진행될 수록 OST 앨범을 사러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간절케 한다. 포크세대일 수록 그 충동은 더욱 클 만하다.

존 카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그’의 역에 글렌 한사드, ‘그녀’역에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출연했다. <원스>는 2007년 선댄스영화제 및 더블린영화제 관객상을 수상, 세계 관객들로부터 ‘2007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화제의 저예산 독립영화다. 영화관 개봉때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글렌 한사드가 주도하는 음악의 힘은 두 말할 필요 없고, 다큐멘터리 영화에 가까울만큼 건조하고 ‘서툰’ 연출이 오히려 상처입은 사랑과 음악간의 결합을 더욱 사실적으로 엮어주고 있다. 그 흔한 키스신 한번 등장하지 않지만 두 주인공 사이를 오가는 팽팽한 사랑의 긴장관계가 소리없이 또렷하다.

음악팬들을 매료시킨 이 주연 배우들의 진짜 정체가 궁금한 이들을 위해 부언하자면, 글렌 한사드는 영국의 실력파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의 리드보컬 가수,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더 프레임즈의 게스트로 앨범작업을 함께 한 체코 출신 소녀다. 상처입은 영혼은 상처입은 영혼을 알아본다.

음악에 빠진 영혼 역시 음악에 빠진 영혼을 알아본다. <원스>는 이들이 모여 이들을 위해 만든 독특한 영상 음악일기다. 다만, 그에게는 기타가 있었다. 노래가 있었다. 우울과 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또는 당신에게는 위로받을 무엇이 남아있는가.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