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줄 아는 것의 가짓수가 많을 수록 행복감의 지수도 높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이, 꿈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다. 덥고 나른해지기 쉬운 날씨.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죄다 수첩에 적어놓고 설레는 기분으로 그 날을 기다려보자. 그 리스트 안에는 보고 싶은 공연, 전시 일정도 함께 적혀 있기를.

■ 국립오페라단 故김진수 단장 추모 공연
헌정공연 '오페라는 나의 삶'

지난 4월 27일 푸치니탄생 150주년 기념 오페라 <토스카>를 준비하다 과로로 사망한 국제오페라단 故 김진수 단장을 애도하는 추모공연 이 마련된다.

고인은 클래식 문화가 척박했던 1982년 국제오페라단을 창단하여 그간 수백편의 오페라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오페라의 대중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에도 오페라 <토스카>를 준비하던 중 과로로 인해 61세의 아까운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故 김진수 단장은 생전에 제작한 수많은 작품 중 특히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각별한 애착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무대에서 수십회의 <나비부인> 공연․제작을 통해 얻은 예술적 완성도와 노하우를 인정받아 2004년에는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 ‘푸치니페스티벌’무대에 동양 최초로 공식 초청받은 바 있다.

이 역사적인 세계 정상의 오페라무대에 작품을 올린 뒤 20여분의 기나긴 박수와 커튼콜을 이끌어 낸 그는 대한민국 오페라의 능력을 전세계 팬들에게 알리는 데에도 큰 공로를 세웠다.

고인은 한국민간오페라단연합회 부회장, 계간 ‘오페라’ 발행인 등을 역임,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을 총지휘하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전석매진이라는 기록적인 역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업적과 생애를 추모하며 대한민국 오페라인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준비한 이번 헌정공연에서는 성악가 고성현, 김요한, 유미숙, 신선섭 국내 대표급 최정상의 연주자들이 대거 출연하여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내달 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 (02) 518-0144

■ 성격 다른 남자 둘과한여자의 삼각관계
연극 '트릿(treats)'

영화 <토탈 이클립스>,<어톤먼트>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쌓은 극작가 크리스토퍼 햄튼의 1076년작 희곡 <트릿(Treats)>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19세기 입센의 고전 <인형의 집>을 각색하던 중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는 햄튼의 <트릿>은 냉정하고 독선적인 남자 데이브와 우유부단하고 따분한 남자 패트릭, 독립심 강한 여자 앤 사이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학대하는 남성들과 만족스럽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고 판단, <트릿>을 통해 독선적이면서 이기적인 남성을 어쩔 수 없이 계속 선택하며 살아야 하는 현대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다루다’,‘취급하다’라는 의미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자신이 어떤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지는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현대인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내달 8일까지. 서울 산울림소극장. (02) 334-5915

■ 베를린 필 첫 여성단원 출신… 서울시향과 협연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 내한공연

독일 출신의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가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자비네 마이어는 독주 악기로서는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돼 온 클라리넷을 재평가 받게 한 연주자로,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단원으로 선발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며 솔로 연주자로 활약하는 동시에 기돈 크레머, 하인리히 쉬프, 라르스 보그트 등과 함께 실내악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을 통해 6월 1일에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K.622를, 2일에는 자신의 남편이자 뤼벡 음악원 교수인 클라리네티스트 라이너 베레와 함께 크로머의 두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 Op.91을 들려줄 예정이다. 내달 1일과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 780-5054

■ '한국 디자인의 산증인' 40년 회고전
최대석의 '나는 디자인 전도사였다'

갤러리 이앙 개관전을 겸한 남서울대 최대석 교수의 산업디자인 40년 회고전이다. 최 교수는 한국 디자인 발전사를 대변하는 산 증인.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국내 산업디자인계의 1세대로 자리하며 오늘날까지 수많은 제품을 디자인 한 것은 물론 국내외의 유명 디자이너와 전문가를 배출시킨 교육자로도 기여도가 크다.

제품디자인 개발을 비롯해 기업 디자인 전략, 휴먼팩터 등에 주로 관심을 쏟아왔으며 특히 인간 특성을 배려한 에르고디자인에 대한 연구에 주력해왔다.

여성과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이 사용하는 제품의 중요성에 일찍이 주목, 1960년대부터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며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각종 생활용품과 문구, 놀이제품, 실버 용품 등을 다수 디자인하고 제안해왔다. 내달 1일까지. 아트센터 갤러리 이앙. (02) 3672-0201

■ 1960년대 국내화단 기린아 23명작품 전시
1960년대 에코(echo)展

1960년대 국내 화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대표적 미술작가들과 이들의 건재한 작품세계를 만나본다.

현재에도 한국 화단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1960년대 당시 국내외 미술계를 통해 풋풋한 젊음으로 특출한 창작의 열정과 작품활동을 벌여 주목을 받았던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당시의 순수한 시대상을 그대로 담은 듯, 정직한 아름다움과 다채롭고 격조높은 붓 놀림으로 호평을 받았던 주인공들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작품들이 다수 선보인다. 권영우 화백을 비롯해 김수길, 민경갑, 송계일,송수남 송수련, 심경자, 오낭자, 오태학, 원문자, 윤애근, 이경수, 이규선, 이숙자, 이영수, 하태진, 홍석창 등 23명의 초대작가들이 참여한다. 내달 2일까지. 서울 에이원갤러리. (02) 412-3699

■ 70~80년대 빅히트작 허리우드 극장서 상연
추억의 한국영화 기획전

중,장년 영화팬들의 기억과 향수를 자극할 추억 속 한국영화들이 한자리에 상영된다. 현재까지도 한국애니메이션의 자존심으로 인정받는 1976년 김청기 감독 作 <로보트태권V>은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이는 2007년 개봉 당시에도 상당한 관객몰이에 성공한 화제작. 2009년에는 실사 SF 블록버스터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석래명 감독, 이승현과 김정훈 주연으로 제작된 하이틴 영화 <고교얄개>도 선보인다.

1970년대 한국 청춘영화의 대표작으로 주저없이 손꼽히는 <고교얄개>는 1977년 개봉후 대인기를 모으면서 2탄,3탄의 시리즈로 히트, 수년간 당시 10대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어둡고 철학적인 사춘기를 묘사했던 당시 다른 청소년 영화와 달리 이들의 고민과 사랑, 일상을 재미있고 진솔하게 그린 것이 특징.

1987년 임권택 감독과 강수연 주연으로 제작된 <씨받이>도 스크린에 다시 선다.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것은 물론, 강수연을 일약 월드스타 반열에 올린 계기가 된 <씨받이>는 개봉때부터 시작해 90년대 초반까지도 각종 세계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던 작품이다.

매우 한국적이면서 시대를 앞서가는 연출로 전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갓 20세를 넘긴 당시 여배우 강수연의 앳된 시절을 재회하는 것도 재미. 1980년대 박호태 감독, 최무룡 윤정희 주연으로 발표돼 당시 국내 영화계에 큰 파장을 몰고왔던 <자유부인>도 상영된다.

개봉과 함께 서울관객 약 29만명을 끌어들인 대흥행작으로, 당시 한국영화계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이번 기획전 준비 과정에서도 상영요청이 가장 쇄도했던 화제작이다. 내달 19일까지. 허리우드 극장 드림시네마. (02) 3147-0078

■ 문화 단신

△ 창작희곡 공모 - 대상 1,000만원, 우수작 500만원, 가작 300만원. 소재 및 분량, 장르 제한없이 120분 내외의 공연 가능한 순수 창작 희곡 공모. 작가 경력 제한 없음. 8월18일 마감. (www.papaproduction.com) (02) 747-2050 △ 뮤지컬 '돈 주앙‘ 가수 오디션 - 세계적 연출가 질 마으의 차기작 ‘돈 주앙’에 참여할 가수 모집. 뮤지컬, 대중음악, 록, 클래식, 팝페라, CCM등 각 분야의 신인 및 기성 가수 지원 가능. 내달 9일까지. (www.ndpkorea.co.kr) (02) 501-5901~2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